[단독] 고시원으로 내몰리는 코리안드림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1/24 [16:26] | 트위터 아이콘 45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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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시원으로 내몰리는 코리안드림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1/24 [16:26]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사건으로 7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해당 고시원에는 외국인 유학생도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돼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진은 화재 이후 공사 중인 국일고시원 외관. / 현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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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잇따른 고시원 화재로 인한 참변이 벌어지는 가운데 주거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고시원 거주 유학생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11월 초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사망자들은 주변 사업장에서 일하는 50대 이상 중년의 일용직 노동자나 노년의 기초생활수급자이던 것으로 전해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여기에 국일고시원에서 묵었던 투숙객 가운데 베트남 출신 외국인 유학생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유학생은 화재 진화 이후 소지품을 빼낼 때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에 왔으나 학교 기숙사를 구하지 못해 이곳에 살게 됐다고 답했다.

 

잠만 자기 위해 지낸 고시원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온 유학생 A(·22)는 지난 23일 기자와 만나 자신의 고시원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A씨도 전공 이수와 한국어를 배우고자 자비로 한국에 왔으나 한 학기 기숙사비 전체를 일시불 납부해야 한다는 학교 측 방침에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 본국의 가족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고시원을 선택했다.

 

A씨는 “3개월 간 지낸 한국의 고시원은 좁고 창문도 없던 데다 냉장고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등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다심지어 묵고 있던 고시원은 남녀 분리된 구역이 아니라 이웃에 중년의 일용직 근로자나 가난한 아주머니들이 살고 있었다. 잠만 자기 위해 새벽에 고시원으로 가고 이른 아침에 학교에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에게 고시원이 기숙사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A씨는 기숙사 통금을 제외하고는 부정적이라 답했다. A씨는 이 같은 유학생 주거환경 문제에 대해 토로하거나 어디에서 주거지원 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도 알기 힘들다고 답하기도 했다. A씨는 장래희망이 국제유치원 교사라 답했다.

 

유학생 주거비 지원, 근거 부족해

 

형편이 어려워 고시원 말고는 선택하기 힘든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해 본지는 정부기관에게 지원 방안을 물어봤으나 마땅한 방편을 듣지 못했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 장학금 제도 중 하나인 대한민국 정부초청 장학생 제도(KGSP)의 경우 생활비, 거주비 등 모든 경비를 정부에서 지원해주나 이마저도 선발된 1000~3000명 정도만 매년 지원할 뿐 A씨의 사례처럼 이러한 유학생들을 위한 지원은 어려운 실정이라 답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도 현재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전용 기숙사를 시에서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부지 선정을 검토하는 관계라며 외국인 유학생의 주거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통감하나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 이민자처럼 주거비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신분이 아니라 직접적인 주거비 지원이 어려운 상태라 답했다.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이 펴낸 '2018 외국인유학생 한국생황 정착지원 우수사례집'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지난 2016년 처음 10만 명을 돌파해 2017년 12만명, 2018년 15만명을 기록했다. 사진 / 국립국제교육원(한국교육개발원)

 

15만 유학생 시대와 주거 사각지대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이 조사한 2018년 외국인 유학생 한국생활 정착지원 우수사례집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 1193명 중 기숙사에 사는 유학생은 58.4%, 자취는 40.7%였다. 이중 주택임차는 89.7%였으며 고시원, 하숙은 각각 4.4%, 2.9%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문화 확산 등 영향으로 2017년 한국 내 전체 유학생 숫자가 12만 명을 넘어 지난해 15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교육원 조사에서 드러난 고시원 거주 유학생이 전체 유학생 비율에서는 소수이나 부푼 코리안 드림을 품고 온 유학생들이 주거 사각지대에서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국일고시원 화재사건에서 드러났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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