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르포] 공무원 외상에 속앓는 영세식당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2/01 [10:32] | 트위터 아이콘 45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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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르포] 공무원 외상에 속앓는 영세식당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2/01 [10:32]

기자가 지난달 31일 정오께 찾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일대 지하식당가는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공무원들과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해당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 현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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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공공기관 근처 지하식당가에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끼니 해결을 위해, 혹은 더 맛있는 식사를 위해 이곳으로 모인다. 그러나 붐비는 손님으로 성황인 모습 속에는 공무원들로부터 외상값을 받지 못해 속을 태우는 식당 점주들의 사정이 숨어있다.

 

회사나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곳에는 카페와 식당이 함께 있기 마련이다. 사무실 빌딩 지하에 모인 지하식당가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 빌딩 속 지하식당가에는 회사 내 구내식당이 따로 없거나 구내식당 급식이 질릴 때 직장인들이 다양한 입맛을 찾고자 삼삼오오 모인다. 식당가 점주들에게도 회사원, 공무원들이 몰려있는 곳은 고정 고객을 잡을 수 있는 좋은 물목이기도 하다.

 

본지가 지난달 31일 찾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일대도 이와 같은 모습이었다. 서울청사에서 근무하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지하식당가를 둘러보며 이곳저곳 맛있다고 소문난 밥집을 찾아다녔다.

 

기자는 이들이 주로 찾는 몇몇 빌딩들의 지하식당가를 방문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식당가는 테이블이 십여 개가 넘는 큰 식당부터 서너 개의 테이블로 한 끼 식사거리를 파는 소규모 식당까지 규모가 다양했다. 주로 작은 공간의 영세식당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들 식당의 계산대에는 저마다 특이한 수첩들이 빼곡히 차있었다서울청사에 근무하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부처·부서별 외상 장부였다. 수첩에는 각 부서의 이름과 회계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이름, 대표번호 및 그간 외상을 한 내역들이 적혀있었다.

 

제보에 따르면 이들은 청사 인근 일대의 지하식당가를 이용하면서 단체 고객으로 이용할시 각 부서별 할당된 전용 카드를 이용해 식대를 결제하거나 결제 금액이 모자랄 시 외상 장부에 기록해 후에 이를 갚는 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빌딩 지하식당가에는 모든 식당들의 계산대마다 서울청사에 근무하는 공공기관의 부처·부서별 외상 장부가 빼곡이 차있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공무원 청렴 캠페인이 반복된 결과인지 정부서울청사 근처 지하식당가 점주들은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밥값외상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영세한 식당일수록 답변은 어두워졌다.

 

한 영세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모 부처의 부서 공무원들이 단체 식사를 하러오곤 서너 달 뒤에 외상값을 갚곤 했다외상값이 밀렸을 때 회계 담당자에게 전화하면 부서가 이동돼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게 받지 못한 돈만 최근에만 십여만 원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정부서울청사의 여러 부처는 지난 24일부터 충북 세종시의 정부세종청사로 부서 이전을 시작했다. 그러자 A씨의 사연처럼 일부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정산하지 못한 외상값을 두고 그대로 부서를 이전해 대표 번호가 바뀌거나 회계 담당 책임자가 바뀌어 연락이 두절되는 등 외상값을 받지 못한 경우가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영세식당은 이에 대해 큰소리를 내기 어려운 처지다. 다른 영세식당 점주 B씨는 한번은 모 정부부처 손님들이 외상값 10만원을 달고 갚지 않은 채 부서 이동으로 연락이 끊겼다한마디 하려 해도 큰 식당처럼 고정 고객 수가 많지 않고 자칫 심기를 건드리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제대로 항의도 못해 잊어버리곤 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다른 영세식당 점주 C씨가 기자에게 보여준 한 정부부처 내 고위 부서의 외상 장부에는 단체 식사를 하고도 외상값 수십만 원을 갚지 못한 기록이 남아있었다. C씨는 남들에게는 그저 밥값이겠지만 우리 밥 파는 사람들에게는 서울 땅값과 높은 관리비, 인건비 등을 떼면 남는 게 적은 처지라며 그들에게 우리는 의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인터뷰한 이들 영세식당 점주들은 주요 이용고객이 일대 서울청사에 근무하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인 만큼 기사화할 시 취급 메뉴나 위치 등을 언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행여나 불만을 표한 자신들을 알아차릴까 불이익을 우려한 걱정이었다.

 

한때 국가 예산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 홈페이지에는 재경부 공무원들이 외상값을 갚지 않는다는 탄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몇몇 지방 도청 인근 식당에서는 일부 공무원들의 식대 외상값 수천만 원 때문에 식당이 폐점까지 해 감사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현 정부는 대통령 당선 공약으로 국가청렴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등 공정사회, 청렴국가를 슬로건으로 강조해왔다. 공무원 비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자세를 취하겠다고 강조하는 만큼 영세식당들의 말 못하는 하소연을 듣고 이러한 비위부터 우선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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