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 차단이 부른 포르노 논쟁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2/15 [17:40] | 트위터 아이콘 449,885

https 차단이 부른 포르노 논쟁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2/15 [17:40]

지난 1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https 프로토콜로 암호화가 적용된 해외 불법 포르노·도박 사이트 895곳을 SNI 필드 방식으로 전면 차단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포르노 스트리밍 웹사이트 폰허브(Pornhub)의 모습. 사진 / 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지난 11일부터 주요 포르노 스트리밍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온라인상에 퍼졌다. 하루 뒤인 1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https 프로토콜로 암호화가 적용된 해외 불법 음란물·도박 사이트 895곳을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방식으로 전면 차단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여성계는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서 성범죄 영상이 주요 유통되는 실상을 근거로 환영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정부가 불법 웹사이트 접속을 막고자 암호화된 https 프로토콜의 취약점을 이용하고 예고 없이 차단한 것은 표현·통신의 자유 및 통신 비밀의 권리 침해라는 강한 반발 여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현행법상 불법인 포르노와 몰카영상,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 등 성범죄 영상의 해외 포르노 사이트 유통을 주목해 인터넷 이용자의 권한을 제한해서라도 성범죄 영상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https 프로토콜은 해커가 인터넷 이용자의 통신내용을 감청하거나 가로챌 수 없도록 만들어진 보안 프로토콜이기에 개인 사생활이자 프라이버시로 간주된다. 곧 사용자의 패킷을 들여다보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통신 비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자 감청으로 간주될 수 있다.

 

방통위는 14이용자가 해외 불법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할 시 통신사업자가 스팸차단과 같이 기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기에 감청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용자가 의도한 웹사이트 접속을 사전에 인지하고 차단하기에 통신 조작의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조치의 방식과 발상이 사실상 도·감청과 같은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동시에 포르노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를 논해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성인이 성인물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한다는 의식이 번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남미와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포르노를 합법으로 규정한 반면 한국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처럼 포르노를 불법으로 두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미국 샌디에고 법원으로부터 리벤지포르노 등 성범죄 영상 웹사이트 운영으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케빈 볼라르(Kevin Bollaert)의 모습. 사진 / AP

 

◇ 보호와 감청 사이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방통위 조치 이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확답은 어려우나 (통신 기록을들여다 볼 가능성은 확실히 열렸다며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노출됐다는 자체만으로도 이용자들의 사이트 접속즉 표현·이용의 자유를 위축 시킨다고 답했다.

 

손 변호사는 방심위에서 사이트 차단 권한을 너무 쉽게 갖고 있다는 제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며 사회질서라는 명목으로 개별 불법정보가 아닌 사이트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합법적인 성인물도 막는 것이자 과한 검열 문제라 비판했다.

 

최민오 오픈넷 기술 자문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https 프로토콜에 대한 SNI 차단 방식에 대해 암호화를 목적으로 교환되는 사용자의 통신정보를 암호화 시점에서 미연에 방지하고 차단하는 방식은 기존의 IP(인터넷 프로토콜추적·차단 방식과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 위원은 “SNI 차단 방식은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했으나 차단 시기차단 내용차단 사유에 있어 논의가 불투명하고 (방통위회의록 공개가 없는 등 투명성이 부족한 지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인터넷 보안을 강화하고 지켜야 할 정부가 보안 프로토콜의 허점을 이용해 차단하는 조치는 적절치 않다며 이용자의 트래픽을 들여다보고 차단하는 방식은 감청 논란과 보안 허점문제가 추가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 / 시사주간 DB

 

◇ 포르노는 불법이어야 하는가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만이 이번 조치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자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성인사이트 제제가 아닌 일간베스트, 워마드부터 초강력 제재해야 한다한국 사이버 독재 수준은 북한, 중국 다음의 세계 3라 일갈했다.

 

현행법은 음란물과 포르노를 명확히 정의하고 있지 않다. 2008·1997년 대법원 판례로 판단 기준을 잡기에 한국에서 포르노는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처럼 판매는 물론 유통도 불가능하다.

 

반면 거의 모든 북·남미와 유럽권 국가는 포르노 향유도 정당한 권리로 인정하고 있어 국내의 전반적인 포르노 수요는 불법적인 방식 또는 수단을 이용토록 사용자를 위법자로 내모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동 포르노 문제의 경우 미국은 남녀를 불문하고 소아성애와 관련한 모든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며 윤리적으로도 10대에 대한 성범죄와 성 상품화를 문제시 삼고 있다. 포르노는 불법이면서 10대 아이돌의 성 상품화는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한국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빅브라더와 21세기 금주법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민사회에는 극단적 페미니즘 논란이 휩쓸고 있으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웹하드 카르텔이 드러나는 등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관심과 관련 대책이 전보다 강력해지고 있다.

 

반면 포르노는 한국사회에서 야동이라는 단어로 직접 언급조차 터부시 돼있을 만큼 선진국과 달리 법적인 진일보나 권리 보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강한, 기본권 침해 논란까지 일어날 만큼 규제로 압박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방통위 조치 논란에 대해 공식 답변까지는 수개월이 걸린다고 답했다.

 

청와대 국민청원란에는 이번 방통위 조치를 반대하는 청원 동의가 나흘 만에 오후 4시 기준 201093만 명을 돌파했다. 과연 이번 조치가 성범죄 영상 근절의 임계점이 될지, 21세기식 금주법이나 빅브라더의 포르노 차단이 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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