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태움'

김경수 기자 | 기사입력 2019/02/27 [16:18] | 트위터 아이콘 449,681

아직 끝나지 않은 '태움'

김경수 기자 | 입력 : 2019/02/27 [16:18]

사진 / 시사주간 DB    

 

#태움=후배 간호사의 영혼이 불에 타 재가 될 때까지 괴롭힌다.

 

[시사주간=김경수 기자] 지난달 5일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또 태움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태움 의혹이 제기된 것은 고인의 유서가 발단이 됐다. 고인의 유서에는 우리병원 사람들은 조문 안 왔으면 좋겠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지난해 2월 서울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B 간호사가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고 후 병원 내 악습인 태움에 대한 각종 근절 대책이 나왔지만 정작 보호 받아야할 간호사들의 일터는 현재까지 제자리 상태다.

 

간호사들의 자살, 임신순번제 같은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태움’ 은 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이에 정부는 대한간호협회 등과 함께 괴롭힘 문화 금지를 실천과제로 선포하기도 했지만 현실은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C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김모(25·)씨는 최근 동료 간호사들과 대화하다 나온 태움 관련 이야기를 기자에게 전해줬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선배 간호사 중 한 명이 후배 간호사들에게 싫은 소리하면 태움 당했다고 할까봐 가르칠 수도, 건드리지도 못하겠다” “태움 당했다고 고소하거나, 나로 인해 죽으면 어떡하냐" 비꼬면서 말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병원 내부는 하나도 바뀐게 없고, 오히려 간호사들 간 불신의 벽을 더 만든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220일 발표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서도 40.9%가 지난 1년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근로조건 위반 등의 인권침해를 겪은 적 있다는 응답은 70% 가까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아예 병원 취업을 포기하는 예비 간호사가 늘고 있다. 2015년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경력 1년 미만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33.9%에 달했다. 3명 중 1명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병원을 떠난다는 얘기다. 여기에 예비 간호사까지 병원 취업을 포기한다면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부서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82.6%에 달했다. “인력부족으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응답은 69.8%, “인력부족으로 환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76.6%였다.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로 과하게 쏠린 업무 부담과 그로인한 스트레스는 곧 태움문화로 이어진다. 즉, 1인 업무량이 많아 신입을 현장에 빨리 적응시키기 위해 혹독하게 가르칠 수밖에 없으니 태움이라는 악습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과 예방·대응 체계에 관한 매뉴얼을 발표했다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먼저 "각 간호대학마다 태움을 강의 과정으로 도입해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한 예방책을 제시해야 할 것"을 밝혔다. 또 "각 병원에서는 근무태도를 서로가 평가해주는 프로그램이 도입돼 상호 간 존중하는 문화로 정착시켜 천천히 태움을 없애는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SW

 

kks@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김경수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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