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원한 비행' 떠난 조양호 회장을 향한 안타까움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4/08 [11:37] | 트위터 아이콘 451,490

[기자수첩] '영원한 비행' 떠난 조양호 회장을 향한 안타까움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4/08 [11:37]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 /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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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영욕이 교차한 삶'. 흔한 표현이다. 특히 사회에 이름을 떨친 이들의 추모 기사에는 반드시 이 말이 붙게 된다. 성공과 실패, 찬사와 비난이 하나로 엮어지던 한 인간의 인생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기에 그렇다. 8일 아침 갑작스럽게 전해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 이 소식에 다시 '영욕이 교차된 삶'을 이야기해야 한다.

 

최근의 상황만 보면 조양호 회장은 '영'보다는 '욕'이 더 많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주주총회를 통해 오너가 물러나는 첫 사례를 남겼고 270억 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여기에 아내와 가족들의 각종 갑질 및 밀수 혐의는 조씨 일가는 물론 대한항공 기업에 대한 불신과 비난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조 회장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땅콩 회항', '물컵 투척' 등 상상을 초월한 갑질과 직원들을 향한 온갖 욕설과 폭언들이 담긴 영상을 본 국민들은 "'대한항공'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며 비난했고 조양호 회장 역시 횡령 의혹을 받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조양호 회장의 업적은 분명히 존재한다.  1974년 대한항공 입사 이후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전 부서들을 두루 거쳤고 이를 통한 실무지식을 바탕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항공산업을 발전시킨 공은 인정해야한다.

 

특히 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원가는 줄이되, 시설과 장비 가동률을 높여 호황을 대비해 중동 수요 확보 및 노선 진출에 큰 역할을 한 점과 97년 외환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의 매각 후 재임차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대처한 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올림픽 유치를 이끌고 '항공업체의 UN 총회'라고 불리는 IATA 연차총회의 서울 유치를 성사시킨 점 등은 단순히 대한항공이라는 기업을 발전시킨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찬사를 충분히 받을 만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시간의 모든 노력과 성과는 갑질과 폭언, 밀수로 대표되는 도덕성 부재가 드러나면서 국민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다. 그의 별세로 조 회장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그간의 업적과 노력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정도다.

 

항공업계의 거인은 이렇게 떠났다. 판단은 이제 후세 사람들의 몫이 됐다. '한국 항공산업을 발전시킨 의지의 기업인'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고 '잘못된 자식 교육, 지나친 욕심으로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망친 장본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의 항공산업은 물론 한국의 스포츠 발전에서 조 회장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을 세계 정상급 항공사로 이끌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끌며 창업정신인 '수송보국'을 실천해온 조 회장이다. 그렇기에 만년에 일어났던 여러 사건들이 더 안타까운 것이다. 그를 최근에 기억하는 이들은 잘못된 부분만 생각하고 그의 업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그는 이제 하늘로 떠났다. 이제 그의 '영원한 비행'은 아무 문제 없이 순항했으면 좋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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