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의 반란' 기업을 바꿀 수 있을까?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4/09 [11:47] | 트위터 아이콘 0

'소액주주들의 반란' 기업을 바꿀 수 있을까?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4/09 [11:47]

지난달 20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밖에서 기다리던 소액주주들은 삼성의 준비 부족을 비판하기도 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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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달 20일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에서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열렸다. '50대 1' 액면분할로 삼성전자 주주가 늘어난 뒤 처음 열린 이날 주주총회에 약 1천 명의 소액주주들이 몰렸다. 삼성전자는 총회장 좌석 수를 두 배 정도 늘렸지만 몇몇 주주들은 총회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야외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날 소액주주들은 회사를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투자자가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배당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 "직원들은 박수부대 노릇 하지 말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왜 이렇게 맥을 못 추는가?", "정치자금 안 냈다고 경영진이 거짓말하면 안 된다. 솔직해지라" 는 등의 발언들이 나왔다.
 
미세먼지가 자욱한 밖에서 기다리던 소액주주들은 삼성전자의 준비 부족을 큰 목소리로 비판했다. "취재진은 편하게 들어오는데 정작 주주들은 8시 30분부터 밖에서 떨다가 시작한 후에나 들어왔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고 김기남 대표이사는 주주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주주총회 장소가 협소해 입장이 지연되는 등 주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늘어난 주주 수를 감안해 좌석을 두 배로 늘렸지만 주주들의 관심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내년에는 보다 철저히 준비해 주주들께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최근에 열린 주주총회를 보면 소액주주들의 힘이 기업에게 경고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재벌들도 소액주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실제가 된 것이다.
 
지난 3월말에 열린 한솔홀딩스 주주총회에서는 유상감자와 김택환 사내이사 선임안이 모두 부결됐다. 이 안은 소액주주들이 제안했으며 사내이사로 추천받은 김택환씨는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성창기업지주의 감사를 맡았고, 한솔홀딩스 소액주주연대의 실무를 맡고 있다.
 
한솔홀딩스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로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부결을 시켰지만, 소액주주들이 사내이사를 추천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회사 측을 긴장시켰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코스닥 상장사인 칩스앤미디어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감사 선임안을 올해 통과시켰다. 
 
감사 선임안은 지난해 '3% 룰'과 '섀도보팅 폐지'에 막혀 통과되지 못했는데 올해는 감사 선임에 필요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를 선임해 주요 주주들에게 전자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위임장을 받아내면서 결국 선임안 통과를 이뤄냈다.
 
제지업체인 컨비즈의 경우에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자 소액주주들이 연대 모임을 갖고 경영에 직접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컨버즈는 지난달 25일 외부감사인(신한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뒤 거래가 정지됐고 이후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확산됐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 교체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20년 만에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것도 소액주주의 힘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지난 7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K'에 출연해 "조양호 회장이 물러난 것이 국민연금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거꾸로 된 시각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연임을 꾸준히 반대해왔지만 다른 주주들의 반대표를 못 얻었기에 안 됐다. 연임이 결정된 2014년과 올해의 차이는 국민연금 반대에 참여한 주주의 수가 늘어난 것뿐이다"라면서 "조 회장을 끌어내린 숨은 공신은 소액주주와 해외 연기금"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업을 긴장시키는 사례들이 최근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일류기업이라는 삼성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 진땀을 뺐고 대기업의 회장이 소액주주들의 힘으로 밀려났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지금이다.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기업을 바꿀 수 있을까? 앞으로 주주총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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