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7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낙태죄'의 운명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4/11 [17:17] | 트위터 아이콘 451,458

[기자수첩] 7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낙태죄'의 운명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4/11 [17:17]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린 후 여성단체 회원들이 환호하는 모습.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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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낙태죄가 사실상 '위헌'으로 결정됐다. 정확한 표현은 '헌법불합치'이지만 이 역시 '위헌'을 전제로 한 판단이다.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하고 개정이 되지 않으면 낙태법은 자동으로 폐지된다. 
 
이번 헌법소원 대상은 형법 269조 1항, 270조 1항이었다. 형법 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이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으며 270조 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등이 낙태를 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다. 한마디로 '낙태=중죄, 처벌'을 강조한 것이었다.
 
또 모자보건법 14조도 논란이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의사는 대통령령에서 정한 정신장애 및 질환이 있거나 강간 및 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이 불가한 혈족 및 인척간 임신, 임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도록 했지만 이조차 임신 24주 이내만 가능하도록 했다. 
 
그동안 낙태는 '태아를 죽이는 살인행위'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이들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고 당연히 죄라고 생각을 해왔다. 
 
지난 2009년 임산부의 부탁을 받고 낙태를 해준 혐의로 기소된 조산사가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지만 2012년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해야하며 처벌 조항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임신 후 몇 주가 지났는지가 생명권 보호의 기준이 될 수 없으며 낙태죄가 존재하고 있어도 불법 낙태가 계속되고 실제로 처벌받는 사례도 드물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낙태죄를 존치시켰다.
 
그런데 7년 만에 모든 것이 뒤집혔다. 재판관들의 결정도 헌법불일치 4, 단순위헌 3, 합헌 2로 '위헌'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7년 전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며 임신 유지 여부는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과 사회관을 바탕으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결정"이라면서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할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하며 낙태를 결정할 경우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수술을 끝낼 때까지 필요한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한다"면서 그 시기를 '임신 22주'로 봤다.
 
여기에 현행 모자보건법이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인 상황을 낙태 이유에 포함시키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태아 보호라는 공익에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했다". 낙태죄에 대한 '사망 선고'였다.
 
7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낙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경제적인 문제, 또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여성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고 여권이 신장하면서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이유'에 대한 의구심이 낙태를 보는 시각을 바뀌게 만들었다.
 
이는 헌재 판결 직전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었다. 리얼미터가 판결 전날인 10일에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폐지가 58.3%, 유지가 30.4%로 낙태죄 폐지 여론이 두 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결국 헌재를 움직였던 것이다.
 
물론 종교계 등은 여전히 낙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낙태죄 위헌 판결 후 한국천주교주교회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 태아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하도록 도와줄 법과 제도의 도입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은 이제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내년 말까지 법을 개정해야한다. 지금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법이 만들어질 지 주목된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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