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 사실상 '장애등급제' 유지?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4/23 [11:01] | 트위터 아이콘 45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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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 사실상 '장애등급제' 유지?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4/23 [11:01]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규탄 결의대회. 사진 / 임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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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정부가 7월부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장애인이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35개 장애인 단체가 참여한 토론회를 통해 장애등급제 폐지 세부시행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종합조사표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를 본 장애인들은 이번 조사표를 두고 '장애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실상의 장애등급제 유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1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1988년에 도입된 장애등급제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정도에 따라 장애인을 중증의 1급부터 경증의 6급까지 분류해 왔지만 개별 복지서비스와 더불어 장애인의 욕구와 환경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획일화된 기준으로 서비스를 지원해 장애인들의 불만을 사왔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인, 전동휠체어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획일화된 기준으로 인해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이로 인해 인명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개인의 욕구와 환경 등에 대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통해 장애인이 실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파악해 지원하고 독거 중증장애인 등 취약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자치단체 '장애인 전담 민관협의체'를 통해 지역사회 자원을 발굴 연계하고 장애인복지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과 협력해 전문적 사례관리를 실시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에 도입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에 바탕을 둔 장애등급에 의한 획일적 지원을 지양하고,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이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정도를 평가해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가 장애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애유형을 생각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이 행동이 얼마나 불편한가'만을 놓고 점수를 체크하는 식이다보니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와 아무런 상관없는 항목에도 답을 해야하고 결국 점수로 또다시 서비스를 막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지금의 장애등급제 폐지가 '가짜'라고 장애인들이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다. 
 
또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예산 편성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중증장애인의 24시간 활동 보조' 등 과제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 등 장애인의 다양한 욕구를 여전히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복지부는 "일부 장애계에서 15개 장애유형별로 조사표를 구분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 경우 각 유형별로 서비스 양의 비교나 형평성 확보가 어려운 점이 있고 의학적 장애유형을 구분하지 않는 장애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에 부합하지 않으며, 국제적으로도 사례가 없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또 "종합조사표와 별도로 장애유형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기 위해 종합조사표 제도 운영에 있어 장애유형별로 평가지침을 세분화 및 정교화 할 계획"이라면서 "단순히 '식사하기' 등 특정 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참여 촉진의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적정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애인단체들은 이 종합조사가 자칫 '또다른 장애등급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예산 나눠주기' 식이 아닌 장애인 예산의 확보를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장애인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용석 한국장애인총연합회 정책국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조사 사항들의 변별성이 적고 신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의 점수가 같이 포함되어 있으니 신체장애와 지적장애를 같이 겪고 있어야 '월 460시간'을 받을 수 있는 우스운 결과가 나오고,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은 점수를 적게 받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활동지원 서비스'라고 해놓고 오히려 활동을 제약하는 꼴이다. 개개인의 맞춤 서비스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만큼 서비스를 받게 해야한다. 유형별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야한다.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지원하는 센터나 동료 등의 옹호 의견이 반영되면 예산 책정이 가능하다. 지금 장애인의 요구는 욕심이 아니라 생존에 정말 필요한 것이기에 필요한 만큼 달라는 것임을 이해해야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든 장애인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종합조사표는 장애인에게 가장 유리하도록 만들어 평균 7시간의 서비스 시간을 늘리고 장애유형의 형평성을 맞추자는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만들었다. 점수를 매기는 것은 이해를 편하게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고 사실은 서비스 시간을 부과하는 것이다. 종합조사표에 장애유형별 특성을 담아 현장에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만큼 받지 못하는 것은 결국 예산의 문제다. 예산은 복지부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금년도 예산이 이미 정해졌고 그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장애인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많이 어렵다. 예산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일 것이다.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고 활동지원의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장애인단체들이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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