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에세이] “우리는 몰랐습니다.”

최성모 기자 | 기사입력 2019/04/23 [13:57] | 트위터 아이콘 45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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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에세이] “우리는 몰랐습니다.”

최성모 기자 | 입력 : 2019/04/23 [13:57]

사진 / 최성모 기자


[
시사주간=최성모 웰페어 전문기자] 한동안 당신들을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생각합니다.

 

TV에서 당신들을 대할 때 언제나 첨단을 강조했습니다. 최첨단 시대에 당신들의 입장을 대신해서 체험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있다며, 떠들어댔습니다. 왜 저렇게 접근을 할까요. 그 시간에 당신들의 입장을 직접 듣는 시간이었다면, 오히려 시청자들이 당신들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요.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이 250만이 넘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사회에서 장애인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걸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떠들어 댔습니다.

 

장애인이 있다면, 혹은 장애인이 곤궁에 처하면 기꺼이 앞장서 도움을 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 생각에는 커다란 오점이 있었습니다. 당신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들이 폭염에 움직이지도 못해 물 한 목음 축이지 못한다는 걸 차마 몰랐습니다. 당신들이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걸 실질적으로 관심있어 하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대우라면 비장애인들도 차고 넘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사업장에서 받는 부당함은 비장애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몰랐습니다.

 

지하철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타면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습니다. 가뜩이나 좁은데, 당신들이 왜 한창 출근할 시간에 움직이는 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사회적으로 받는 편견을 몰랐습니다.

 

사람들이 장애인들은 요구만 한다며, 그런 인식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봤습니다. 만약 휠체어를 탔다면 저는 한발짝도 세상밖으로 나가는 걸 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 같은 생각을 가진 장애인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사회에서 장애인들을 만나는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디에선 당신들은 없었습니다. 그게 우리사회의 큰 문제점이란 생각을 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신들에게 이렇게 고백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로 충분하지 않으실 겁니다. 당장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약속드립니다. 저라도 당신들깨 관심을 가질 것을 각오하는 바입니다.

 

시각 장애인이 큰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탔습니다. 저 가방안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숙녀분이었는데 안내견과 같이 탄걸로 봐서 시각장애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고, 그 숙녀는 가방을 열었습니다. 못본다고 혹시나 엿보는게 실례일까봐 보는 걸 주저했습니다.

 

그런데 그 숙녀분의 가방에는 화장품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화장품을 꺼내 화장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능숙하게 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본인은 보지도 못하면서 그 숙녀분은 화장을 하고 있는 모습에 얼마나 제 자신을 자책했는지 모릅니다. 저 화장이 무엇을 의미할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미천한 결과에 도달했습니다. 그것은 장애인이 겪는 사회적 편견과 맞서는 그 숙녀분만의 방법이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저와 같이 장애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숙녀분만의 소통의 방법 중 하나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이라고, 아니 앞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라고 화장을 하는 이유를 꼭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스스로는 또 얼마나 못나게 생각됐는지 모릅니다. 그 숙녀분도 예뻐 보이고 싶을뿐인데, 그걸 확대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세상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 숙녀분의 작은 움직임에 세상사람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장애인이라고, 그저 다름일진데, 의미를 부여하고 해답을 찾으려는 비장애인들의 폭력에 혀가 내둘러집니다. 그저 예뻐 보이고 싶을 뿐인데, 그 이상은 없을텐데 스스로가 얼마나 한심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세상과 함께 어우러지려는 몸부림이란 또 한번의 해석을 덧붙여보는 걸 용서하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모릅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서 사는 당신들께 작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세상은 곧 변할겁니다. 그걸 약속을 드립니다. SW

 

csm@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최성모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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