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승전예산', '나눠먹기' 식 편성은 이제 안된다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4/29 [08:58] | 트위터 아이콘 45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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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승전예산', '나눠먹기' 식 편성은 이제 안된다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4/29 [08:58]

지난 24일 추경예산안이 발표됐다.  '나눠먹기'식 예산 편성 및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 / 기획재정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만큼 받지 못하는 것은 결국 예산의 문제다. 예산은 복지부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지자체 사업 운영에는 지원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지역 주민에 국한된 일에 국비를 투입할 수는 없다", "예산 문제, 확실한 수요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됐다. 정해진 예산으로 운영하려다보니 연령 제한, 인원 제한을 둘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취재한 여러 이야기들을 보면 결국 예산 문제로 귀결된다.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만큼 받아야한다는 장애인들의 주장에 복지부의 답은 "현재의 예산으로는 어렵다"였다.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의 적자를 국가가 막아야한다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주장에 기획부의 답은 "국비를 지자체 사업에 쓸 수 없다"였다.
 
또 서울시의 '뇌병변장애인 일회용품 지원 사업'에 연령 제한, 인원 제한을 두면 안 된다는 장애인들의 주장에 서울시의 답은 "정해진 예산으로 운영하려다보니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다"였다.
 
'기승전예산'이다. 비단 이 예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문제들이 항상 '기승전예산'으로 결론을 낸다. 정부가 예산을 적게 주거나 예산 편성을 잘못했기에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고 그렇기에 내년에는 예산을 더 늘려야한다는 것이 모든 문제의 결론이었다. 
 
정부는 예산이 편성될 때마다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고 말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밑빠진 독의 물붓기나 다름없다. 일례로 내년 장애인 활동지원 예산은 올해 예산 6907억원보다 3천여억원이 늘어난 1조 35억원이다. 하지만 서비스 대상자가 늘었고 서비스 종사자의 인건비가 오른 상황에서 이 인상안은 도움이 되지 않는게 사실이다.
 
물론 각 부처도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말을 전했다. 복지부는 "내년 예산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이겠다. 활동지원의 파이를 늘려나가도록 하겠다"며 장애인들의 협조를 당부했고 기재부는 "지하철 운영에 관련된 것은 재정 원칙상 한계가 있기에 예산적인 부분보다 제도적인 부분에서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도 역시 "단계별로 지원 대상을 넓히고 당사자들과 말해 개선해나가겠다. 한정된 예산을 나눠주는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복지 문제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나온 문제들의 대부분은 '한정된 예산을 여러 곳에서 나눠가지는 식'의 운영이 일으킨 문제들이다. 장애인의 경우 장애유형이 점점 다양해지고 욕구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기존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예산을 편성하려다보니 늘어나는 대상자와 서비스 종사자들의 몫을 감당할 수 없다.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이들의 욕구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속된 말로 '유도리'를 발휘해야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예산이 집행되는 과정을 보면 이것도 쉽지가 않다. 부족함은 결국 '나눠주기' 식 편성에서 나온다. 나눠주기라는 것은 여전히 '시혜'라는 생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며 예산이 필요한 이들의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올려주면 그만', '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편성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추경 예산에도 저소득층과 건설현장 등 옥외근로자 250만명에게 마스크를 보급하며 미세먼지에 대응하도록 하고 지진을 겪은 포항지역에 긴급경영안정자금 500억원과 1천개의 직접일자리를 지원한다고 한다. 또 강원 산불 후속 조치로 인력 장비 확충과 산림복구, 피해지역 일자리에 940억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물론 이는 환영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 온 상황을 보면 이 역시 예산을 한정해놓고 '나눠먹기식'으로 진행하고 이 때문에 실제 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이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주길 바라지만 역시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이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늘림'보다 중요한 것인 많은 이들이 좋은 서비스를 받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년 예산은 정말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현장의 고통을 덜어 줄 현명한 예산안이 나오길 기다려본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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