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평판 위기 맞닥뜨린 국민배달앱 ‘배달의민족’ ①

시스템 장애 늑장 대응, 업주와 갈등 심화…배민 “불만 제기는 극소수에 불과”

조규희 기자 | 기사입력 2019/05/23 [15:40] | 트위터 아이콘 446,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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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평판 위기 맞닥뜨린 국민배달앱 ‘배달의민족’ ①

시스템 장애 늑장 대응, 업주와 갈등 심화…배민 “불만 제기는 극소수에 불과”

조규희 기자 | 입력 : 2019/05/23 [15:40]

배달의민족 광고 화면. 사진 / 우아한형제들

 

[시사주간=조규희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승승장구에 제동이 걸렸다. 업주와 이용자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장 점유율 확대 경쟁에 열을 올리기 보단 고객을 위한 내실 다지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이 운영 중인 배민은 최근 월간 1천만 사용자를 달성하는 등 표면적으론 순항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면엔 △경쟁사인 요기요의 공격적 마케팅 △쿠팡, 위메프의 시장 진출 선언 등 위협 요소가 등장하고 있어 ‘폭풍전야’를 맞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업주와 고객 불만에서 야기된 ‘평판 악화’라는 강력한 악재가 터졌다.

 

지난 4월1일 배민은 서비스 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 작업을 실시했다. △동일 업소의 정보 통합 관리 및 광고 구조개선 △울트라콜(파워콜 포함) 출금 방식 비즈머니로 단일화 △정산 일정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단축을 위한 시스템 개편 작업을 진행한 것.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렸다.

 

◇ 합리적 개선 위한 업데이트라더니…

 

‘동일 업소 정보 통합 관리 및 광고 구조개선’ 작업 후 일부 업체에선 데이터가 사라졌다며 당황해했다. 예기치 못한 배민의 오류로 매출이 급감한 업주의 불만은 폭증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업주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는데 정작 피해를 입힌 배민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가 된 서비스 개편의 주요 골자는 기존 울트라콜 단위로 관리·제공되던 고객 평가 데이터를 업소 단위로 통합하는 것이다. 울트라콜이란 업주가 배민에 월 8만원을 지불하고 기준 범위(카테고리 별로 차이 있음) 내에 업소를 노출하는 광고 상품이다.

 

가령 치킨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울트라콜 한 건 집행 시 반경 1.5km 범위 내에서 업소가 노출된다. 울트라콜의 범위가 한정돼 있어 홍보 반경을 넓히려면 업소에선 추가로 광고를 구매해야 했다. 하나의 울트라콜 만으로는 충분한 수요자를 찾지 못한 대다수 업체는 여러 건의 광고를 구매했다.

 

업소 기반이 아닌 울트라콜 기반으로 설계된 기존 방식은 ‘리뷰’, ‘찜’, ‘주문수’ 등 고객 평가 데이터를 업소별이 아닌 광고별로 누적하는 기형적 구조를 낳았다. 때문에 같은 업소라도 광고별로 고객 평점, 주문수 등에 차이가 나 이를 업소별로 ‘단일화’하는 구조 개편 작업을 단행한 것이다.

 

단일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A, B, C라는 3건의 울트라콜을 이용하던 업체 ‘가’의 주문수와 리뷰가 △A(1000건, 30건) △B(400건, 25건) △C(800건, 10건)로 분산돼 있던 것이 ‘가’로 통합돼 ‘가’ 주문수 2200건(1000+400+800), 리뷰 65건(30+25+10)으로 통합돼야 했다.

 

그러나 이처럼 통합되지 않은 사례가 상당수 발견됐다. 피해를 주장하는 업주는 △다수 업체 상호가 사라졌으며 △메인이 아닌 서브 울트라콜로 통합되거나 △주문수와 리뷰 데이터가 사라졌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 배민과 업주 간 온도차 극명

 

이번 장애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A 업주는 “배민만 믿다가 망했다. 배민은 시스템 개편 작업 후 4일 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라며 “해당 기간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하소연했다.

 

B 업주는 “동일 업소끼리만 통합한다고 하고선 업소명이 다른 5개 중 4개를 통합했고, 이 역시도 메인이 아닌 서브 계정으로 통합해 ‘리뷰’ 수, ‘찜’ 수 모두 하락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때문에 맛집랭킹 상위권에 있다가 개편 후 순위권 밖으로 밀려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서 “더 어이없는 사실은 메인 계정으로 통합해 줄 것을 요구했더니 복구가 불가하다고 답했다. 이는 독점적 사업자인 배민의 갑질이다. 너무 화가 나서 소송도 고려 중이다”라고 밝혔다.

 

물론 단기적 매출 손실도 문제지만 업주들은 지금까지 평판을 올리기 위해 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점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피해 업주 상당수는 갑자기 순위권 밖으로 밀린 업체 정보를 보며 허탈감과 무력감을 호소했다. C 업주는 “매출이 3분에 1로 줄었다. 몇 달 동안 할인쿠폰, 리뷰 이벤트하면서 자리 잡힐 때 쯤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한숨 쉬었다.

 

B 업주는 “배민 쪽에선 이 문제가 가시화되길 바라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듣기론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업주가 수 천 곳에 달하는데 단순한 공지와 답변도 없이 마냥 기다리라고만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배민 개편에 대한 업주 불만이 쏟아졌다. /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소상공인 요식업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본 사건에 대해 불만이 폭주했다. “개인적으로도 배달의민족의 행보는 참 아쉽다” “이거 보통문제가 아니다. 주변 업주 모두 난리다. 진짜 갑질이다” “업주 모아서 노조라도 만들고 싶다” “돌아버리겠다. 연락 준다던 매니저는 감감 무소식” 등이라며 피해 사례를 서로 공유했다.

 

업주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배민은 “데이터가 사라졌다는 일부 업주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하고 “몇몇 업주로 부터 불만이 접수되긴 했으나 대부분 큰 문제없이 해결돼 제대로 통합이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피해를 봤다는 업주 입장과 큰 온도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배민 관계자는 당시 접수된 업주 불만 건수는 약 100여 건이라고 밝혔다. 광고 집행 건수가 10여 만 건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배민 입장에선 0.1% 미만의 낮은 장애발생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세 자영업자에겐 반토막난 매출이 생업을 위협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결코 가볍게 치부하고 넘길 문제는 아니다.

 

배민에선 시스템 업데이트 후 ‘가게 정보 통합 및 광고 구조 개선에 따른 추가 안내 및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하의 공지를 배포하는 등 업주 불만에 적절히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공지에는 가게 정보 통합 작업 이후 △맛집 랭킹 정렬 오류 △4월 1일까지 일부 쿠폰 다운로드 불가 △슈퍼리스트 이용자에 쿠폰, 꾸미기, 신규아이콘 상품이 노출되지 않는 오류가 있다는 정보만 있을 뿐 업주가 주장하는 피해와 관련된 이야기는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업데이트 후 불안정은 3일 이상 지속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그 기간 업주뿐만 아니라 고객에게도 오류가 발생된 정황이 포착된다. 

 

업데이트 후 배달의민족 평점 및 리뷰에는 “왜 전화주문만 가능한건지? 업데이트했다더니 바로 결제가 안 돼서 너무 불편하다” “업데이트 하라고 해서 했는데 바로 결제 안 되는 건 무엇?” “오늘은 못 먹겠네요. 다이어트 도와줘서 고맙다” “지금 왜 이래요?” “왜 안 켜지노” “로그인 안 되면 공지라도 띄우던가. 굉장히 불친절한 어플이네요” “자영업자 등골 빼는 업체” “갑질의 민족” 등 불만 섞인 목소리가 쇄도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자랑하는 우아한문화 10번째 항에는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창출과 고객만족”이라고 명시돼 있다. 모든 의사결정은 고객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며, 회사의 목적은 이익 창출이 아닌 고객 창출이라고 강조하는 우아한형제들. 막상 고객 목소리를 경청하는 노력은 부족한 게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SW


ck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조규희 탐사보도팀장 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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