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여성 근로자 사망 위험 높음’ 사실이 됐다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5/23 [16:46] | 트위터 아이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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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여성 근로자 사망 위험 높음’ 사실이 됐다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5/23 [16:46]

고재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이 지난 22일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반도체 여성 근로자가 일반 국민이나 전체 근로자보다 백혈병 발병률과 사망 위험이 약 2배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숨진 뒤 반도체 공장의 유해성 문제가 불거진 이후 십여년만에 보건당국을 통해 그 위험성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 22일 안전보건공단은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6개사 전현직 근로자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분석한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단은 "이 발표는 지난 2007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생으로 2008년 반도제 제조업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 실시 이후, 관찰자료의 부족 등 당시 역학조사의 한계를 보완하고 충분한 관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10년간(2009~2019)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추적 조사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발표에 따르면 반도체 여성 근로자의 경우 백혈병 발생 위험이 일반국민 대비 1.19, 전체 근로자 대비 1.55배로 나타났으며, 사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71, 전체 근로자 대비 2.3배로 나타났다.

 

또 비호지킨림프종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71, 전체 근로자 대비 1.92배였으며 사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2.52, 전체 근로자 대비 3.68배였다.

 

이와 함께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에서 혈액암의 발생 위험비가 높았다.

 

클린룸(반도체를 생산하고 검사하는 곳) 작업자인 오퍼레이터, 엔지니어 등에서 혈액암 발생 또는 사망 위험비가 높은 경향을 보였고 현재보다 유해물질 노출 수준이 높았던 2010년 이전 여성 입사자에게 혈액암 발생 위험비가 높았다.

 

안전보건공단은 "국내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사한 암의 증가, 여성의 생식기계 건강이상이 보고됐다"면서 "혈액암 발생에 기여한 특정한 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와 같은 사항을 종합할 때 작업 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단은 또 "혈액암 외에도 위암, 유방암, 신장암 및 일부 희귀암도 발생 위험비가 높았는데 이는 반도체 근로자들이 일반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암 검진을 받을 기회가 많아 위암 등이 많이 발견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하고, 희귀암의 경우 사례가 부족하므로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백혈병과 비호지킨림프종은 대부분 2010년까지 입사자에서 발생했으며 여성 오퍼레이터와 남성 장비엔지니어에서 발생 및 사망 위험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과거 작업환경 노출과 관련한 자료 부족으로 노출된 물질 및 노출 정도에 대한 파악이 불가해 정확한 위험 요인을 규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단이 작업환경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물리화학적 위험요인에 노출이 많은 직무인 여성 오퍼레이터와 남성 장비엔지니어에서 주로 발생 위험비가 증가한 점, 젊은 연령에서 위험비가 높았던 점, 국내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사한 암의 증가가 관찰된 점, 여성의 생식기계 건강 영향이 보고된 점이 그것이다.

 

2007년 삼성반도체 근로자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후 72개월의 기나긴 투쟁 끝에 황씨 등 2명에 대해 산재가 인정되는 결과가 나왔고 이번 발표로 그동안 반도체 업체들이 외면했던 '환경 문제'가 발병 및 사망의 원인이라는 점이 나타나면서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혈액암 등 각종 질병에 덜린 근로자들이 산재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22일 논평에서 "이번 발표가 11년 넘도록 피해자들이 말해온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쉽지 않았을 연구를 수행한 분들의 노고도 기억해야겠다"는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반올림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되었을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포함되지 못한 점과 작업환경과 화학물질에 대한 자료의 한계로 암의 원인을 좁혀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성급한 결론이 우려되기도 하다. 2011년 이후 혈액암의 감소가 작업환경 개선의 결과라면 다행이지만 그 근거가 부족하다. 암 위험이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이전되진 않았을 지 따져봐야하고 위암, 유방암, 갑상선암이 높게 나온 것도 단지 건강진단 기회가 많아서 증가한 것이 아니라 야간교대근무나 방사선 노출의 영향 때문인지도 짚어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은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건강연구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날 브리핑에서 제한점이 있다는 것을 미리 밝힌 바 있다. 협력업체 근로자의 경우 어떤 분이 근무하는지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았고 DB도 없어 포함이 되지 못했다. 향후 DB를 마련하고 협력업체 근로자를 위한 관리와 사업을 진행하려한다. 반올림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어떤 화학물질이 문제인지 다른 물리적 위험이 문제인지를 알리지 못한 점도 있었다.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가장 위험한 직종이라는 것은 파악이 됐기에 기업과도 함께하며 예방하려한다.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기업도 변하리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동자들이 산재로 인정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번 연구만으로 그동안 '반도체 공장과는 연관이 없다'라고 주장한 전문가들이 과연 인정을 할까 싶다.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 같다. 첨단 전자산업에서 직업병 연관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기준이 바뀌어야하는 문제다. 그래도 역학적 근거가 마련이 됐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아직도 자신들의 사업장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사업주들이 있는데 그분들께 이 조사 결과가 크게 다가오길 바란다. 10년 기간을 살펴보니 이번에 드러난 것인데 앞으로 연구가 지속됐으면 좋겠고 협력업체 노동자가 포함된 연구가 진행되야한다. 또 그와 별개로 이번 연구를 통해 위험성이 어느 정도 나왔는데 특정 병이 아닌 반도체 제조업 내에서의 일반적인 위험성으로 해석해야하고 그 위험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가 후속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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