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과 ‘경증’, 모호한 기준에 선 청각장애인

욕구 반영 없이 ‘데시벨’로만 장애정도 판단 "더 힘들어져"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5/28 [16:54] | 트위터 아이콘 446,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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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과 ‘경증’, 모호한 기준에 선 청각장애인

욕구 반영 없이 ‘데시벨’로만 장애정도 판단 "더 힘들어져"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5/28 [16:54]

지난해 10월 인천공항을 견학한 인천수어통역센터 청각장애인들이 화상전화기를 통해 수어로 통화하고 있다. 사진 / 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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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71일부터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장애정도' 기준이 도입된다. 기존에 1~6등급의 구분에서 '심한 장애'(기존 1~3)'심하지 않은 장애'(기존 4~6등급) 구분으로 바뀌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등록 장애인에게 의학적 상태에 따라 1급부터 6급까지 세분화된 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각종 서비스의 절대적 기준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개인의 서비스 필요도와 서비스의 목적이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장애인의 구분은 장애 정도가 심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단순화해 서비스 지원 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주요 서비스의 수급자격은 별도의 자격심사를 통해 결정함으로써 꼭 필요한 장애인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애인계에서는 '의학적 기준'으로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기존 장애등급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거의 기준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청각장애인의 경우 이 기준들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아 오히려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가 정비하는 기준을 보면 '청각장애 중증''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80데시벨(dB) 이상인 사람'으로 과거 청각장애 2,3급에 해당한다.

 

'청각장애 경증''두 귀에 들리는 보통 말소리의 최대 명료도가 50% 이하인 사람' '두 귀의 청력손실이 각각 60데시벨 이상인 사람' '한 귀의 청력손실이 80데시벨 이상, 다른 귀의 청력 손실이 40데시벨 이상인 사람'으로 과거 청각장애 4~6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기준에는 청각장애인의 욕구 및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데시벨로만 기준이 정해져 있어 과거의 등급제 기준과 전혀 다른 것이 없다는 점과 더불어 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히려 청각장애인에게 불편함을 더 안겨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지난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 정부가 개선을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청각장애인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청각장애인들이 활동이 자유롭다는 이유로 다른 장애인들의 판정기준에도 들지 못한다. 오히려 등급제 폐지가 청각장애 욕구를 사정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맞춤형 서비스의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거 6등급이었을때는 그래도 등급이 나뉘어져도 나름대로의 융통성이 있었는데 중증과 경증으로 나뉘면서 오히려 중간에 놓인 청각장애인들이 받아야 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의료적 기준에서 경계가 모호한 상태에 있는 청각장애인이 경증으로 분류되면 중증의 서비스가 필요함에도 받을 수가 없다. 이동이 자유롭기에 다른 장애인들의 판단 기준에도 들지 못하고 장애인이라고 자신이 직접 말하지 않으면 장애인임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기계적으로 기준을 나누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데시벨로 기준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과거 의료의 기준을 그대로 가져다썼다. 경계치의 청각장애인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들의 욕구도 다양하다. 수어를 하는 분도 있고 비장애인처럼 말만 하겠다는 분도 있다. 장애인의 욕구를 데시벨로 가르겠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등급 자체를 없애고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에 맞게 가는 것이 맞다는 게 우리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각장애인의 다양한 욕구 반영과 장애기준 차이는 시행규칙을 마련할 때 구체적으로 들어온 의견이 아니라 소홀했던 부분이 있었다"면서 "의학적 기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현재까지 그나마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고 기존 1~3급 장애인이 받는 혜택을 최대한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장애인 해당 판단에는 최소 의학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청각장애인이 사실 많이 어렵다. 예산이 활동 지원과 장애인연금에 집중되어 있고 신체 및 지적 중증장애인 지원을 우선으로 하다보니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가 진행되지 않고 서비스 개발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등급제를 없애는 것이 맞지만 일시에 없애면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축소나 폐지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에 일정 기간은 가져가야할 것이고 신규 도입 제도는 전체를 지원할 수 있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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