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희화화 ‘복학왕’, 2차 피해 입고 있는 장애인들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5/29 [17:38] | 트위터 아이콘 44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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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희화화 ‘복학왕’, 2차 피해 입고 있는 장애인들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5/29 [17:38]

 '복학왕' 논란에 대한 네티즌들의 장애인 비하 댓글로 청각장애인들은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사진 / 세상을 바꾸는 농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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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이 청각장애인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문제의 대사가 수정되고 작가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청각장애인들의 '2차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웹툰 작가 기안84가 연재한 <복학왕> 248화에서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캐릭터 '주시은'의 대사가 논란이 됐다. 어눌한 말투와 발음은 물론 시은의 머릿 속 생각을 표현한 대사도 어눌한 말투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1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기안84<복학왕>이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고취시키고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희화화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청각장애인을 희화화할 정당성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광고에 의한 차별'로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이 깊은 배제와 상처를 받고 있다"며 기안84의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시 전장연의 입장은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되며 '기안84', '복학왕', '전장연' 등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엄청난 이슈로 떠올랐다.

 

결국 <복학왕>을 연재하던 네이버는 문제의 대사를 즉시 수정했고 기안84"작품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한 것 같다. 앞으로는 더 신중하겠다. 정말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복학왕> 248화 맨 마지막 컷에 남겼다.

 

기안84의 사과로 상황은 일단락된 듯 했지만 청각장애인들은 지금까지도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7'세상을 바꾸는 농인들'과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는 '우리들은 당신들의 흥미와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한 존재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기안84의 청각장애 비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네티즌들이 조롱과 비하, 무시 등이 담긴 댓글을 올리며 또 다른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이 보여준 댓글의 내용을 보면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상언어로 사고가 가능하냐", "선천적 청각장애인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언어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언어로 생각을 하냐? 선천적이라면 불가능하다" 는 등 청각장애인을 '비정상'을 여기는 글들이 눈에 띄고 심지어 한 네티즌은 "청각장애인 XX, 기안84가 사과해도 듣지도 못할거면서"라는 말로 청각장애인을 조롱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청각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은 기안84의 '복학왕'. 사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세상을 바꾸는 농인들과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는 "2차 가해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현장을 보고도 이에 더 이상 침묵, 방관할 수 만은 없다"면서 "우리들은 당신들의 흥미와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 기안84는 한 명의 작가로서, 공인으로서 좀 더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내 등록 청각장애인의 수는 약 30만명에 달한다. 주변에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존재를 지우는 행동과 우리들에 대한 비하, 혐오, 조롱을 멈춰달라. 무심코 내뱉은 당신의 언행들로 인해 상처받는 농인, 청각장애인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전했다.

 

김수진 세상을 바꾸는 농인들 활동가는 21'비마이너' 기고문을 통해 "댓글 중 '선천적 청각장애인들이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언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아마도 청인(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음성언어(한국어)'를 기준으로 이야기한 것 같다. 필자는 의학적 기준으로 선천적 중증 청각장애인에 해당되고 소리(음성언어)를 듣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소위 어음변별력이 0이다. 이 네티즌의 말대로 선천적 청각장앵니이 '제대로 된 언어'로 사고가 불가하다면 그가 말하는 '제대로 된 언어'로 이 원고를 작성하는 나(농인)는 뭐가 되는 것일까?"라고 비판했다.

 

이후 24일 나사렛대학교 수화통역학과 학생회와 농인 학생회는 공동 성명서에서 "청각장애인은 지적에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듣는 것이 어렵고 청력에 한계가 있을 뿐, 청력과 관계되어 있지 앟은 모든 면에서는 비장애인과 다를 것 없는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보는 웹툰에서 청각장애인을 희화화해 청각장애인들이 상처를 입었고 댓글로 '만화니까 넘어가라', '작가가 재미를 위해 표현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예민한 것이냐', '장애라는 매체를 이용했다는 이유 하나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불편한 나라다' 같은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농인은 각자 자라온 환경, 자신이 가진 언어가 다를 뿐이다. 똑같이 사람으로 대해달라"면서 기안84는 공인으로서, 작가로서 장애인 차별과 같은 언행에 조심할 것 작성했던 애매모호한 사과문이 아닌 확실한 사과문으로 다시 작성할 것 장애인에 대한 2차 가해(무시, 비하)를 멈춰줄 것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복학왕> 댓글 게시판을 보면 "꼬우면 제대로 발음하던가", "아침 막장드라마는 좋다고 보면서 왜 기안한테만 그러냐? 그러니까 너네가 장애인인거야", "장애인 좀 웃기게 표현하면 어떠냐, 장애인들 원래 웃기잖아" 등 장애인을 비하하고 무시하는 댓글들을 볼 수 있다.

 

당사자인 기안84의 사과로 '해프닝'으로 끝난 줄 알았지만 장애인을 비아냥거리는 네티즌들의 댓글로 청각장애인들이 지금까지 상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인 이 문제는 우리의 '장애인식'에 심각한 질문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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