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의 특별한 형제'가 전한 메시지 '함께 살자'

박지윤 기자 | 기사입력 2019/06/01 [12:31] | 트위터 아이콘 446,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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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의 특별한 형제'가 전한 메시지 '함께 살자'

박지윤 기자 | 입력 : 2019/06/01 [12:31]

20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 분)와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 분). 사진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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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지윤 기자] 뒤늦게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봤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 분)와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 분)의 형제애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실제로 십여 년을 한몸처럼 살아온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최승규 씨와 박종렬 씨는 1996년 광주의 한 장애인 공동체에서 처음 만나 한 사람은 머리, 다른 한 사람은 몸이 되어 부족한 것을 서로 채워줬다. 2002년 최씨가 광주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자 박씨가 4년 동안 최씨의 휠체어를 밀고 강의실을 함께 다니며 책장을 넘겨줬고, 그로 인해 최씨는 대학 졸업 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영화는 이 상황을 모티브로 20년간 함께 했던 두 주인공이 떨어져 살아야하는 위기를 극의 가장 중심 사건으로 다룬다. 어릴 때부터 보금자리였던 '책임의 집'을 운영하던 신부(권해효 분)의 죽음으로 시설이 없어지고 둘이 헤어질 위기에 처하자 세하는 비상한 머리를 굴려 봉사활동 점수가 필요한 학생, 취업준비생들에게 돈을 받고 봉사활동 점수를 주고 동구를 수영대회에 출전시켜 시설을 지키려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동구의 엄마(길해연 분)가 나타나 동구와 함께 살겠다고 하면서 또다시 두 사람은 헤어질 위기에 놓인다.
 
"내버려두면 우리끼리 잘 살 수 있는데". 비장애인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보호'라는 명목이 사실은 장애인이 바라는 '자립'을 막는 장애물이라는 의미가 담긴 영화 속 대사다. 장애인이 원하는 것은 시혜나 보호,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다. '장애를 극복'하기보다는 장애를 겪고 있어도 삶의 불편이 없는, 자신의 삶을 자신이 개척해나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장애인들이다.
 
이들을 이해하면서 함께 하는 수영코치 미현(이솜 분)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고시원에서 통조림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취준생이다. 세상은 이들을 '약한 자'로 매도하지만 그 '약한 자'들이 함께할 때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함께, 같이 살아가자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약한 자'들이 함께할 때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영화는 세하와 동구, 미현(이솜 분)의 연대를 통해 보여준다. 사진 = NEW  

 
<나의 특별한 형제>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스크린을 독점한 상황에서 개봉해 고전이 예상됐지만 다행히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한다. 신하균과 이광수의 호연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장애인 캐릭터의 정형화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장애인 캐릭터는 잘못 다가서면 희화화가 될 소지가 있고 단순히 '장애인은 이런 사람'이라는 생각에 과장되게 어눌한 말투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여주면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키울 소지가 높다. 최근 논란이 된 기안84 웹툰 문제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다. 세하는 자기 생각을 분명히 말하고 때로는 약은 꾀를 쓰기도 한다. 동구는 지적장애를 겪고 있지만 과장된 행동이나 지나치게 어눌한 말투를 쓰지 않는다. 과장도 편견도 없다. 그것은 영화를 만들 때 만드는 이의 생각을 담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봐 온 장애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전하려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건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마음이 객관적인 시선에서 장애인을 다룬 영화로 나타났다.
 
이렇기에 영화를 보다보면 '결국 나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라는 반성을 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장애인에게 가장 최선은 '스스로,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리고 함께 일하고 함께 놀고 싶어하는, 그렇기에 이 세대에는 이루지 못해도 다음 세대에는 꼭 함께사는 사회를 만들려는 장애인의 목소리를 다시 생각해본다. SW
 
p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박지윤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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