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계면활성제, 두피 타고 자궁암 일으킨다?

사라지지 않는 유사과학·공포 마케팅 ‘경피독’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6/10 [17:18] | 트위터 아이콘 446,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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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 계면활성제, 두피 타고 자궁암 일으킨다?

사라지지 않는 유사과학·공포 마케팅 ‘경피독’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6/10 [17:18]

합성 화합물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자 “샴푸 속 계면활성제가 두피를 타고 자궁으로 침투해 암을 일으킨다”는 유사과학 주장이 일부 언론과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 시사주간 DB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샴푸 속 계면활성제가 자궁암 등 자궁 관련 질환을 일으킨다는 유사과학 여파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이를 이용한 현대의학 불신, 공포 마케팅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투브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샴푸 속 성분 중 계면활성제가 두피를 타고 체내로 침투해 암 관련 질환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이목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성의 경우 “계면활성제가 두피를 타고 12초 만에 자궁까지 침투해 자궁 근종, 자궁암을 일으킨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계면활성제는 물에 잘 녹는 친수성 부분과 기름에 잘 녹는 소수성 부분을 동시에 갖는 화합물로 비누와 샴푸, 세제에 많이 활용되는 물질이다. 기름때를 잘 녹이는 특성으로 인해 최근 인공 화합물질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자 계면활성제 자체에 대해 유해성 및 독성이 한동안 주장되기도 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샴푸를 통한 자궁 질환 발병 주장에 대해 “수년 전부터 이러한 주장이 계속 나왔으나 이에 대한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논문은 발표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 / 유투브·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이에 대해 의학계는 지속적으로 해당 논란이 사실과 다르다고 답한 바 있다. 일부 제품에 들어간 독성 물질 논란이 여론에서 파장을 미칠 때 해당 물질이 인체에 유해한 것이지, 계면활성제 자체에 유독성이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자 유사과학이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계면활성제가 자궁 질환을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 명백하게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자궁 근종·암 그 자체는 학계에서도 왜 생기는지 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았다. 집안내력이라는 추정도 있으나 근본적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수년 전부터 계면활성제가 자궁 근종·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계속 나왔으나 이에 대한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증명된 논문은 발표된 적 없다”고 답했다.

  

계면활성제의 자궁 질환 유발이라는 주장은 이른바 ‘경피독’과 같은 유사과학으로 인한 의학 공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경피독은 이나즈 노리히사 등 일부 일본 작가가 펴낸 책 제목이자 합성 화학물질이 피부나 두피를 통해 몸속으로 침투하고 각종 여성 질환 및 환경질환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일컫는 단어다.

  

일부 일본 작가가 책을 통해 언급한 ‘경피독’ 등 유사과학은 유사과학 신봉 집단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산부인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고 추정만 계속 언급하는 것은 국민에게 의학 불신 및 공포, 스트레스만 가중 시킨다”고 비판했다. 사진 / 네이버 캡처

 

이후 이 같은 주장은 합성 화학물질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 부족과 의학 공포가 결합해 현대의학 불신 및 유사과학으로 재탄생했다는 해석으로 힘이 실려있다. 한 때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페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와 같은 유사과학 신봉 집단이 이를 근거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및 불법 의약품 판매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유사과학은 시민사회에 잘못된 의학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공포 마케팅으로 이용해 친환경 제품이라 강조하는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된 인식을 하도록 하는 부당 표시·광고에 대해 현행 화장품법 제13조 4항은 화장품 판매업 등록취소 및 불이행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 고위 관계자는 이러한 유사과학, 현대의학 불신·공포에 대해 “어떤 의학적 문제점에 대해 (누구나) 연구는 할 수 있으나 확실한 근거자료로 문제점을 밝히는 것이 보통”이라며 “의학은 몸에 작용하는 것이기에 국민에게 영향력, 파급력이 크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그저 추정해 수년에 한번 씩 자꾸 언급하고 여론화 시키는 것은 국민에게 의학 불안과 공포 등 스트레스만 가중 시킨다. 의사로서 몸에 가장 나쁜 것은 스트레스”라고 지적했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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