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사고, 대책은 무엇

고령 운전자 자진 면허반납,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 등 선제조건 해결돼야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6/11 [17:06] | 트위터 아이콘 44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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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사고, 대책은 무엇

고령 운전자 자진 면허반납,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 등 선제조건 해결돼야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6/11 [17:06]

지난달 19일 일본에서는 87세 남성이 승용차를 고속으로 몰다 여성 1명과 아동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13일 경남 양산 통도사 교통사고로 방문객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고령 운전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역 인근에서 발생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현장.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도 일본처럼 면허 자진 반납 등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증가하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문제를 해결해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자동 브레이크 등 안전기능을 갖춘 차종만 운전할 수 있는 고령자 전용 운전면허를 만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19일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역 인근에서 87세 남성이 고속으로 승용차를 몰고 횡단보도로 돌진해 길을 건너던 여성(31)과 여성의 3세 딸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 4일에는 오사카시 고노하나(此花)구에서 80세 남성이 승용차를 몰다 주차장에 있던 여성(28)과 여성의 2세·7세 자녀를 치고 53세 여성을 들이받는 등 행인 4명을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한국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석가탄신일이던 지난달 13일 경남 양산 통도사 산문 입구 경내 도로에서 75세 고령 운전자가 승용차를 몰고 급발진해 방문객 1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 조사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 및 사망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2만3063건(815명)이던 수치가 △2016년 2만4429건(759명), △2017년 2만6713건(848건)으로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숫자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은 고령 운전자 면허갱신 기간을 줄이는 반면 일본은 1998년부터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제도 및 대중교통 할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 시사주간 DB

 

노화로 인한 신체적 기능 저하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증가하자 한·일 양국 시민사회 내에서는 저출산 문제와 세대 갈등이 겹쳐 고령 세대에 대한 적대감으로 한 때 커지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은 현재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하거나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야한다는 주장으로 힘이 실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제도 시행에 대해 일본은 이미 과거 1998년부터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반납 및 대중교통 할인 혜택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016년 34만명, 지난해 약 40만 명이 면허를 자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정부는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갱신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이수를 필수 항목으로 뒀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로 부산시는 관내 고령인구 비율(16.5%, 2018년 기준 통계청)이 높은 점을 감안해 지난해 1월부터 만 65세 이상 면허 반납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또 시청과 가맹계약을 맺은 상점 이용 시 5~50% 할인 혜택을 줘 지난해 부산 고령 운전자 중 면허 반납자 수는 4831명을 기록했다.

  

고령화 운전자 대책으로 국회에서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을 법제화 하는 등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주승용 바른미래당 부의장,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돼 국회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정부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서울서 열린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 대회’에 참석해 몸소 면허 자진 반납 약속을 하기도 했다. 지난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행 정년 연령(60세)를 연장하겠다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이 정부 정책으로 시행될 경우 농촌 지역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 문제 및 차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 운전자들의 강한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택시기사 27만명 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사진 / 뉴시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이 법제화·정책으로 펼쳐질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된다. 정년 연령 연장에 따라 대중교통 무료 이용 연령 기준은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돼 대중교통 무료 연령 기준이 고령 운전자 연령 기준보다 더 많아지는 모순점에 부딪친다.

 

또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정책은 전체 고령 운전자 중 현재까지도 평소에 주로 차량을 모는 운전자보다 과거 오래전에 딴 면허를 반납하는 ‘장롱면허’인 경우도 커 정책 실효성 및 세금 낭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정책이 일본처럼 전국적으로 시행될 경우 차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 운전자들에 대한 반발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전국 택시기사 27만여 명 가운데 65세 이상 운전자는 약 7만3000명(27%)인 것으로 나타나 택시기사 고령화 문제도 대두할 수준이다.

  

더불어 도시보다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농촌의 경우 면허 자진 반납으로 인한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교통권 보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면허 반납 정책 시행 이전에 대중교통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문제에 대한 예방과 정책 수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책 실시 이전에 어느 지역이나 필수 대중교통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등 선행조건이 완성돼야 정책 시행에 따른 피해가 최소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를 넘어 중앙정부에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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