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양의무 소홀해도 친부모라면 ‘상속인정’

성재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6/21 [14:31] | 트위터 아이콘 44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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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양의무 소홀해도 친부모라면 ‘상속인정’

성재경 기자 | 입력 : 2019/06/21 [14:31]

민법 제1004조는 고의로 직계존속·피상속인을 상해·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유언을 조작·방해한 경우에만 상속 자격을 박탈한다. 반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일지라도 혈연관계가 인정된다면 상속을 인정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2011년 관련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4일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조현병 환자가 화물차를 역주행해 예비신부 A씨를 사망케 한 사건. 사진 / 유투브 캡쳐

 

[시사주간=성재경 기자] 부양 의무를 소홀히 하고 사망보험금을 받는 부모에 대해 헌법마저 이를 합헌으로 두고 있어 상속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웹사이트에는 조현병 역주행 사고로 예비신부인 언니가 사망하고도 사망보험금을 받으려는 친모를 규탄하는 청원이 게재돼 논란을 일으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A씨는 지난 4일 오전 7시27분께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던 라보 화물차와 정면으로 충돌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차 운전자는 평소 조현병을 앓던 바 있어 이로 인한 사고·범죄 불안이 한때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해당 청원에서 A씨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1살 무렵부터 고모 집에 맡겨졌으며 A씨의 친모는 이혼 후 곧바로 새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3명 낳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일생동안 왕래가 없던 데다 A씨의 장례식에도 방문하지 않던 친모는 사망보험금을 타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A씨의 동생은 청원에서 호소했다. 

 

이처럼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고도 자녀의 사망보험금을 타려고 법적 분쟁이 가는 사례는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故 신선준 상사가 희생되자 신 씨가 2살 때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던 신 씨의 친모는 28년 만에 나타나 친권을 주장하며 군인사망보상금 3억원을 챙겼다. 

 

지난 4일 조현병 환자가 몰던 역주행 차량 운전에 예비신부이던 A씨가 사망했다. 그러자 이혼 후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던 A씨의 친모가 사망보험금 수령을 하려하자 A씨의 동생은 이를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냈다. 사진 / 청와대

 

이 같은 불합리한 상속 분쟁이 발생함에도 현행법은 이를 막기 어려운 상태다. 민법 제1004조는 고의로 직계존속·피상속인에 대해 상해·사망을 이르게 하거나 사기·강박으로 유언 조작·방해 등을 한 경우에만 상속인의 상속 결격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는 혈연관계만 인정된다면 상속을 받을 수 있도록 두고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민법 제1004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소원 심판을 낸 B씨는 결혼 후 4년여 만에 이혼했으나 전남편은 양육비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부양의무를 소홀히 했다. 그러다 2011년 4월 B씨의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전남편은 친부라는 이유로 보험금 일부를 받아 이에 B씨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부양의무 이행과 상속은 서로 대응하는 개념이 아니며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상속인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도, 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피상속인을 부양했다며 상속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부양의무로 상속결격을 판단한다면 이에 관한 다툼으로 상속관계의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된다”며 유언의 자유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월 이른바 ‘부양의무 소홀방지법’인 민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며 자녀 부양의무를 소홀히 한 자에게는 상속인 결격사유로 둬 상속받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관련 사안에 대해 헌재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어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시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SW

 

sjk@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성재경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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