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초소형 카메라가 ‘몰래카메라’로 되기까지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7/04 [17:13] | 트위터 아이콘 44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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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초소형 카메라가 ‘몰래카메라’로 되기까지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7/04 [17:13]

가수 정준영의 성범죄 몰래카메라 범죄로 한국 시민사회에 몰카 범죄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4일 본지는 서울 용산·종로의 대형 전자상가를 방문해 초소형 카메라 판매 실태를 알아봤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성범죄에 사용하는 ‘몰래카메라(몰카)’ 범죄가 한국사회의 주요 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는 가운데 이러한 범죄 악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가수 정준영의 성범죄 몰카 사건으로 시민사회 여론에 다시금 몰카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가운데 차량 공유서비스 ‘타다’에서도 드라이버가 여성 승객을 몰래 촬영해 메신저에 공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가 멀다시피 불법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경찰과 지자체는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한 집중단속 기간 설정 등으로 몰카 불안 여론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만 쌓이고 있어 정부로서는 난감한 처지다.

  

이 가운데 4일 본지는 서울 용산과 종로의 대형 전자상가 두 곳을 방문해 초소형 카메라 판매 실태를 알아봤다. 

 

트랜지스터부터 오래된 라디오 수리까지 용산 전자상가와 종로 세운상가는 상인들로 북적였다. 상가 외부를 지나 내부로 들어가자 5평 남짓 크기의 점포들이 제각각 주력 판매하는 제품과 박스들로 상가 복도를 메우고 있었다.

 

본지 기자가 초소형 카메라를 요구하자 전자상가 업주들은 익숙하듯 판매 제품을 보여줬다. 시계, 볼펜 등 물건으로 위장한 제품부터 카메라 렌즈를 찾기 어려운 초소형 카메라까지 제품의 종류는 다양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이 중 ‘CCTV, 보안카메라, 초소형 카메라’ 등 문구를 내세운 상점들을 들렀다. “초소형 카메라를 찾고 있다”고 말하자 그들은 바로 알고 있다는 듯 대표 상품들을 보여줬다. ‘몰카’라는 단어를 쓰거나 ‘초소형 카메라’라는 단어를 쓸 때 그들은 단어가 가진 어감으로 손님이 어떤 유형인지 짐작하는 눈빛이 보이기도 했다. 

 

상점들을 둘러보며 본 초소형 카메라는 종류가 천차만별이었다. 볼펜, 시계, 안경 등 일상적인 물건으로 위장한 형태부터 지갑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사이즈까지, 심지어 카메라 렌즈가 보이지 않음에도 촬영이 가능한 형태 등 매우 다양했다.

  

한 점주는 “지갑이나 시계는 배터리가 작아 녹화시간이 짧고 오래가지 못한다. 국산이 오래간다”며 특정 제품을 추천했다. 녹화는 5시간부터 12시간까지 성능 또한 천차만별이었다. 카드나 통장을 통한 구매 기록이 남을 수 있는 것에 대해 그는 “현금가 19만원. 싸게 드린다. 다른 곳은 21만원부터 넘는다”고 권유하기도 했다.

  

초소형 카메라 판매는 온라인에서 더 활황인 것처럼 보인다. 당장 검색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이러한 사이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다 수천의 사용 후기도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묻자 다른 점주는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인터넷은 직접 제품을 보질 못해 녹화시간을 2~3시간도 된다고 하나 실제로는 택도 없다”며 허위·과대광고를 지적했다.

 

한 점주는 “가게 갖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국산으로 국가로부터 정식허가, 인증을 받고 정상품을 판다. 몇 푼 벌자고 벌금낼 짓을 하겠는가”라며 “인증 받지 않은 제품 판매나 구매는 불법이고, 그런 것을 사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불법 중국제 제품을 산다”고 말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그러면서 “인터넷 (제품) 보면 다들 십만원 내외 짜리가 많으나 전부 국내에서 인증 받지 않은 중국 보따리상들의 불법 중국제”라면서 “가게 갖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국산으로 국가에서 정식허가, 인증을 받은 정상품을 판다. 몇 푼 벌자고 벌금낼 짓을 하겠는가. 인증 받지 않은 제품 판매나 구매는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초소형 카메라를 불법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시 수사기관의 단속 가능성에 대해 또 다른 점주는 “SD카드 저장식을 쓰면 된다. 용량을 늘리고 싶으면 고용량의 SD카드를 써도 되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카메라를 증거로 뺏겨도 SD카드만 빼면 경찰이 촬영 사실을 알 수 없다. 중국산은 대부분 기기 자체 저장식이라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몰카 범죄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도 초소형 카메라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음을 느꼈다. “보험 사기부터 불륜까지, (초소형 카메라 구매자는) 몰카 범죄자보다 증거 채취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몰카 범죄자들은 이런 공개된 공간에서 안사고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사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중국산 불법 카메라를 사는 경향이 크다”고 한 업자는 설명했다.

  

정부 인증을 받은 초소형 카메라 판매·구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국가로부터 인증 받은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구매하는 것에는 불법적인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불법적 요소가 있다면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의 손에 달려 있겠으나 이로 인한 폐해는 성범죄로 사회 전반에 불안을 끼치고 있다. 초소형 카메라가 몰카로 쓰이는 범죄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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