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비웃는 음주단속 앱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7/08 [17:06] | 트위터 아이콘 44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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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비웃는 음주단속 앱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7/08 [17:06]

지난해 9월 故 윤창호(22)씨가 부산 해운대구 교차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뇌사 끝에 숨지자 시민사회는 공분하며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윤창호법’을 통과시켜 지난달 25일 시행됐으나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는 스마트폰 앱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음주운전 단속 전문 앱들 중 한 앱의 로딩 화면. 사진 / 구글 플레이 스토어 캡처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음주살인 근절을 위한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됨에도 이를 비웃듯 음주단속 전문 앱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해 9월 25일 부산 해운대구 교차로에서 휴가를 나온 카투사 장병 故 윤창호(22)씨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뇌사 끝에 숨지고 말았다. 2015년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처럼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죽거나 다침에도 법적 처벌이 미약하다는 시민사회의 공분이 故 윤 씨의 죽음으로 기폭제가 되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7일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본회의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대폭 강화시킨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故 윤 씨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대한민국 사회에 고착화된 음주 관습의 개선은 오히려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음주단속을 피할 수 있도록 단속 정보를 제공하는 앱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음주 단속 관련 검색어를 검색하면 음주단속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들을 찾을 수 있다. 이용자가 가장 많은 해당 앱 6개의 다운로드 횟수만 전부 더해도 261만회 이상에 다다르며 인기앱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본지 기자가 음주운전 단속 앱 6개 중 일부를 스마트폰에 설치해 시연하자 스마트폰 GPS를 기준으로 반경 수km 내 경찰의 음주단속 실황 및 과거 음주단속 구간 및 장소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 구글 플레이 스토어 캡처


본지 기자가 이들 중 몇 개를 설치해 시연해보자 해당 앱들은 즉각 자신의 스마트폰 GPS를 기준으로 반경 수km 내 경찰의 음주단속 실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심지어 과거 음주단속 구간 및 장소를 GPS 지도에 기록해 어느 위치에서 단속이 빈번하게 이뤄지는지 유추할 수도 있었다. 일부 앱은 이용자들끼리 음주단속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현장 사진을 촬영해 음주 단속 경찰 인력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2003년 3만1227건, 사망자 1113명, 부상자 5만523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와 이로 인한 사망자, 부상자 수는 각각 10만7109건, 2441명, 18만6391명에 달해 그 심각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음주운전 단속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윤창호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음주단속 전문 앱이 활개를 치자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음주단속 앱을 법적으로 금지하기 위해 지난 1월 8일 단속 제보앱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도로교통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으나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10만7109건, 사망자수 2441명, 부상자수 18만639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스마트폰 콘텐츠 서비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음주운전 단속 앱. 사진 / 구글 플레이 스토어 캡처

 

한편으로는 음주운전 처벌 및 단속 강화에도 이러한 실태가 나타나는 이유로는 법의 개정 속도보다 더딘 한국 내 음주문화 풍토와 주류 구매가 손쉬운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직장 내 강제성을 가진 회식문화 관습과 이로 인한 폭음에도 음주운전을 사전에 방지하는 마땅한 방책이 없어 법적 처벌 강화의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 음주율은 2017년 평균 80.3%를 보였으며 △19~29세 89.3%, △30대 87%, △40대 85.3%, △50대 75.3%, △60대 6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의 국가별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 통계에서도 한국은 10.2리터로 미국 9.8리터, 일본 8리터, 중국 7.2리터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 음주운전 단속 앱은 앱 정보 설명에서 ‘사용자들이 직접 음주단속을 공유해 준법운전, 안전운전을 습관화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앱을 가동하면 스마트폰 로딩 화면에 “준법운전해서 새되지 맙시다!”라는 문구를 띄우고 있다. 故 윤 씨를 비롯한 많은 음주운전 교통사고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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