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염은 노인 빈곤층에게 가장 무겁다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7/09 [17:04] | 트위터 아이콘 44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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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폭염은 노인 빈곤층에게 가장 무겁다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7/09 [17:04]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낮 최고기온은 33도에 달했다. 반면 서울 돈의동 쪽방촌은 대부분 오래돈 다세대 주택에 판잣집으로 비좁은 골목을 이루고 있어 에어컨 실외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 쪽방촌 등 노인 빈곤층에 대한 폭염 대비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9일 서울 종로구의 낮 최고기온은 33도에 달했다. 아스팔트 도로와 보도가 달아오르고 땡볕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거리의 행인들도 그늘 속에서 햇볕을 피하고 다녔다.

  

이 와중에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에 이르면 행인의 대다수는 노인인 풍경이 이뤄진다.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에서는 보이지 않던 좌판상이 이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다는 패스트푸드점이 이곳에서는 대부분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로 붐비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홍대입구, 신촌, 건대입구 등 젊음의 거리가 화려하게 펼쳐져있는 반면 노인의 거리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처럼 대로변 빌딩의 울타리 안쪽으로 숨겨져 있다. 서울 시내 노인의 쉼터는 탑골공원으로 그나마 대로에 인접해있는 반면 서울에 거주하는 빈곤층 노인들의 주거공간과 거리는 탑골공원 동편, 종로2가 지구대 건너편에 비좁은 골목으로 이루며 도시민으로부터 분리된 모습을 이루고 있다.

 

쪽방촌 거주민 A씨(79)는 ”여름날 방안에 있으면 열기 때문에 더워져 (쪽방촌) 골목 그늘로 나온다”며 “더위는 어떻게든 참지만 모기 같은 날벌레가 많을 때 힘든 편”이라 말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9일 오전 정오께 탑골공원 주변을 따라 동쪽 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노인을 위한 전문 이발소와 선술집, 무료급식소 등을 볼 수 있었다. 지구대로부터 몇 걸음만 들어가면 끼니를 해결하고자 수많은 노인들이 수십 미터를 줄선 채 기다리고 노상에서 장기판을 두고자 붐비는 모습이 있는 반면, 이로부터 수 걸음 밖으로 나아가면 영어 학원과 빌딩숲, 인사동 거리가 펼쳐지는 등 미로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노인들 다수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깊숙이 들어가면 나오는 쪽방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폭염이 재난으로 지정됨에도 에어컨 한 대조차 들이기 어려운 기초수급자인 노인 빈곤층이 대다수다. 돈의동 쪽방촌도 서울 시내 다른 쪽방촌과 마찬가지로 통풍을 위한 복도 내 공간마저 좁은 편이었다. 오히려 한 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쪽방촌 판잣집들은 골목마다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이곳의 노인들 대부분은 한낮에는 더위를 피하고자 탑골공원 인근을 배회하는 편이었다. 쪽방촌 거주민 A씨(79)는 탑골공원의 붐비는 소음이 싫어서 조용한 쪽방촌 골목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A씨는 “시끄러운 것은 싫지만 여름날 방안에 있으면 열기 때문에 더워져 골목 변에 나와있다”며 이곳에서 나는 여름에 대해 “더위는 어떻게든 참으려 하지만 모기 같은 날벌레가 많을 때 힘든 편”이라 답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4301명, 사망자는 48명이었다. 이 중 빈곤율이 높은 노인층일수록 평소 앓는 만성질환과 겹쳐 폭염으로 인한 사망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9일 오전 정오께 종로2가 지구대 뒤편 노인 무료급식소에서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 사진 / 현지용 기자

  

질병관리본부와 전국 지자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휩쓸며 430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48명에 달했는데 이 중 절대 다수는 노인들로 특히 빈곤율이 높은 노인층일수록 평소 앓고 있는 만성질환과 겹쳐 폭염으로 인한 사망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은 지난해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수가 141만297명이라 집계했다.

 

한 때 OECD 통계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이 한국의 경우 46%에 달해 세계 1위라는 분석이 언론에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소득과 함께 자산과 거주 등 요소를 추가해 계산하면 한국의 실제 노인 빈곤율은 21%에 달한다. 기초연금액의 지속적인 인상과 장기간 국민연금 납부자들이 노년 인구로 편입돼 노인 빈곤율은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도심 속 폭염을 판잣집 쪽방촌 그늘에서 견뎌야 하는 극빈층 노인들의 실태는 수치로만 가벼이 볼 문제는 아니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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