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인 제도의 허점 ‘피성년후견인 당연퇴직’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8/01 [16:11] | 트위터 아이콘 44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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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인 제도의 허점 ‘피성년후견인 당연퇴직’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8/01 [16:11]

1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피성년후견인 공무원 자격제한에 대한 임금 등 청구소송 및 위헌법률심판제청 기자회견'. 사진 / 임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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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25
년간 공무원으로 일해온 A씨는 2015년 근무 중 가슴통증으로 쓰러졌고 이후 식물인간이 됐다. A씨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고 전업주부였던 A씨의 부인은 A씨의 돈으로 치료를 해야했다. 하지만 은행에 가서 A씨의 돈을 찾으려해도 '본인이 무조건 와야한다'는 은행의 벽에 막혔다. 부인이 선택한 것은 바로 남편의 성년후견인이 되는 것이었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고령, 질병, 장애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떨어진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본인 대신 재산을 관리하고 치료, 요양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게 하는 제도로 201371일부터 시행됐다., 이 제도는 법적 권리 행사에 있어서 타인으로부터 손해를 입지 않도록 지원해 일상생활을 어려움 없이 지속 유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데 A씨와 A씨의 가족에게 이 성년후견인 제도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A씨의 부인은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국가는 A씨가 '피성년후견인'이 됐기에 공무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명예퇴직이 아닌 '당연퇴직'을 통보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에는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면서 1항에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을 규정했다. 그리고 69조에는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될 때는 당연히 퇴직한다(당연퇴직)'면서 1항에 '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나와있다.

 

당연퇴직이 되면서 A씨는 공무원으로 받은 임금, 직장내단체 보험에서 지급받은 보험금을 모두 반환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고 유족은 '공무원지위확인소송'을 통해 A씨의 지위를 다시 찾아주려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올 5월 세상을 떠났고 유족들은 고민 끝에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다시 소송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피성년후견인이 될 경우 당연퇴직을 하도록 한 '국가공무원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위헌법률심판제청도 함께 시작됐다.

 

소송을 맡은 이지혜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1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무원이 질병이나 장애로 피성년후견인이 되는 것인데 이를 이유로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공무원이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헌법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며 당사자를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찍고 범죄자와 똑같이 취급하는 부당한 차별이다. 당연퇴직이 되는 과정에서 당사자는 자신의 상황을 말할 기회가 없고 하나의 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년후견인 제도의 목적에 완전히 배치된다. 또한 세계 어디에도 '당연퇴직' 규정이 있는 곳은 없다. 법 자체가 후진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당연퇴직 대상자에는 파산선고 후 복권되지 않은 사람, 금고 이상의 실형 선고자, 직무 관련 범죄자, 성폭력, 징계로 인한 파면 및 해임 등 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과 질병 및 장애로 인해 성년후견인을 두어야하는 공무원을 같은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부당한 행위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피성년후견인의 공무원 임용을 막는 331항이 '직업선택 권리와 전혀 관계없는 의사결정에 대한 제도를 갑자기 자격기준으로 삼아 근본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지혜 변호사는 "치료비를 찾기 위해 성년후견인이 필요했던 분이었는데 이를 가지고 지난 25년간 일한 것을 모두 뺏는다고 한다면 일반 사람들도 분명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피성년후견인에게 자유를 보장하고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성년후견인 제도인데 아직 성년후견인 제도의 취지나 인식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심지어 법원도 모르는 것 같다. 법원이 아직도 보수적으로 보고 있고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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