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靑·野 공방에 요원해 보이는 ‘협치’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8/06 [15:20] | 트위터 아이콘 44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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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靑·野 공방에 요원해 보이는 ‘협치’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8/06 [15:20]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등 청와대 비서진은 6일 오전 국회 본청서 열린 제 1차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과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KADIZ(방공식별구역)·영공 침범 사태,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안보 현안을 보고했다. 사진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맨 왼쪽)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맨 오른쪽 두번째)의 모습.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일본의 경제보복과 중·러 군용기의 영공 침범, 북한 미사일 발사 등 동북아 국제관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청와대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과 치열한 공방을 벌여 초당적 협력·협치와는 요원한 모습을 보였다.

 

6일 오전 10시께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1차 운영위원회는 어느 때보다 무거운 국방·경제 안보들이 산적한 자리였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재조치라는 경제보복과 함께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KADIZ(방공식별구역) 및 독도 영공 침범, 수차례나 계속되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등 한반도의 군사·경제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사건들이 며칠 새 폭풍처럼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청와대는 이번 운영위 업무보고에서 이를 겨냥하며 다소 고양된 태도를 보였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명백한 경제보복인 일본의 일방적 화이트리스트 결정으로 전례 없이 비상인 상황이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매우 부당하고 무모한 선택”이라며 “안보·경제적 책임은 모두 일본에 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우리 제조업을 강화시키는데 국회는 초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2차장도 오전 업무보고에서 “지난달 25일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입할 당시 우리 군은 이에 즉각 대응했다.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지금보다 더 어려운 경험을 한 바 있다. 이를 헤쳐 나가는데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이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하며 일본 경제보복 피해 정도와 금융시장 공격 가능성을 묻자 김상조 정책실장은 “20년전 IMF(국제통화기금) 시절과 금융 상황이 달라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일본계 자금의 비중은 과거보다 비중이 낮다. 대비책도 강구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사태가 이어져도 우리가 받는 피해는 0.1% 미만의 매우 작은 영향”이라 일축했다.

 

하지만 경제보복으로 인한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화두는 피할 수 없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미국은 한일갈등에 중재의사가 없다는 보도가 나오는 판에 지소미아 파기 의지를 분명히 보여 미국에 책임을 묻고 적극적 중재에 나서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가세하며 “지소미아 파기는 외교안보 협력우대국가를 포기하고 도발하는 것에 대한 국가 간 자존의 문제”라며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 촉구했다.

 

이에 노 비서실장은 “그러한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까지는 결정된 바 없고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미국에 한일 중재를 요청할 생각은 앞으로도 없다. 중재라는 표현보다 미국의 관심, 관여가 적합한 표현이겠다. 국익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 선을 그었다.

 

6일 오전 국회 본청서 열린 제1차 운영위원회에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故 김지태 씨를 변호한 것을 두고 친일파 변호, 재판사기라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자신 있으면 여기서 말씀 말고 정론관에 가서 말하라.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고소·고발로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사진은 곽 의원에 삿대질을 하는 노 비서실장의 모습. 사진 / 뉴시스

 

이날 한국당은 러시아 영공 침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NSC 회의를 직접 열지 않고 여당과 식사한 것과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故 김지태 씨의 변호를 맡은 것을 두고 재판사기, 친일파 변호라는 ‘친일 프레임’ 논란으로 노 비서실장에 맹공을 가했다.

 

이를 사전 차단하려 나선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일제의 힘을 빌어 동족을 위해한 사람들을 친일파, 부일배라 부른다. 동양척식회사서 하급관리로 5년 일한 것을 두고 친일파라 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며 “이를 이유로 대통령을 매도하는 것은 명예훼손이자 일본과의 경제전쟁 와중에 내부총질”이라 밝혔다. 

 

그러나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당시 상속세·법인세 소송에서 유족들의 위증과 허위서류를 내는 등 소송에 가담했는지 분명히 밝혀라. 오늘 문재인 변호사 한번 더 추려보자”라며 “대통령이 소송수행 변호사 자리에서 국정수행을 해도 되나”라고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를 듣고 발끈한 노 비서실장은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책임질 수 있나. 자신 있으면 여기서 말씀 말고 정론관에 가서 말하라”며 “국난으로 국민이 힘을 모아 참여하는데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고소·고발로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나. 대통령은 밥도 못먹나”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한국당은 “야당 의원을 겁박한 것이자 재갈물리기”라며 강하게 반발해 회의장은 일순간 소란이 일었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은 계속 초당적 협력과 협치를 요구하면서 의원에게는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라는 반응은 모욕적으로 느낀다. 친일파로 찍히는 분위기다”라고 반발했다. 곽 의원도 “저는 ‘아님 말고’라 한적 없다. 소송사기에 가까운 행위였다는 판결 이야기에도 이런 식으로 회피하며 윽박지르는 것이 청와대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께 다시 진행될 예정이던 운영위 회의도 노 비서실장의 답변 태도에 대한 한국당 의원들의 공개 사과 요구가 언쟁을 높여 일시 정지됐다. 일본 경제보복과 미사일 발사, 영공 침범 등 한반도 안보에서 뜨거운 감자들이 시시각각 터짐에도 청와대가 먼저 요구한 초당적 협력은 국회에서 번번이 무산되는 모습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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