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본 전범에 훈장 준 정부, 취소는 ‘불가능’

A급 전범·아베 총리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박정희 대통령에 수교훈장 받아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8/07 [16:37] | 트위터 아이콘 444,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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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본 전범에 훈장 준 정부, 취소는 ‘불가능’

A급 전범·아베 총리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박정희 대통령에 수교훈장 받아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8/07 [16:37]

박정희 대통령(가운데)과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왼쪽). 사진 / 유투브 캡처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일본이 역사왜곡·도발에 이어 경제 보복 조치를 서두르는 가운데, 일제 전범 등 반민족 행위를 한 일본인에게 수여한 훈장 취소가 여전히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빠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일본 아베 내각이 들어서면서 일제 식민지 침략과 위안부, 강제징용 등 전쟁범죄에 대한 부정·왜곡의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에 대해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 정부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화이트리스트 제재 등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는 등 한일관계는 급속하게 냉각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을 받은 일본인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망언, 침략전쟁 미화뿐만 아니라 일제 A급 전범, 생체실험 731 부대 관계자였음에도 이에 대한 서훈 검토 및 취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 괴뢰국이던 만주국의 전체적인 경영을 맡았으며, 현 일본 총리인 아베 신조의 외조부이기도 한 기시 노부스케(岸 信介)는 해방 이후 만주군 경력이 있던 박정희 대통령과의 교분을 통해 한일 국교정상화 공로로 수교훈장 1등급인 광화대장을 받았다. 그는 ‘쇼와의 요괴’라는 별명처럼 일본 전후 정치체제를 세운 인물이자 아베 총리의 극우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명백함에도 이들에 대한 서훈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입장이다. 부적격 서훈 논란에도 이를 적용할 현행법이 모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훈 취소를 명시하는 현행 상훈법 8조는 친일파 인사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등 서훈 공적이 거짓이거나,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한 자, 또는 형법에 따른 징역·금고형을 받은 사람만 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훈은 수혜 관계이기에 상훈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서훈 취소를 할 수 없다. 수교훈장의 경우 국제정세, 수혜 당시 국익, 정치적 판단에 따른다”며 “현재 시각에서 전범 등 부적격 논란이 있더라도 훈장 수여 당시 공개검증제도, 국무·차관회의, 대통령·총리 재가 등 행정절차를 거쳐 확정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부는 국회 논의사안과 법 결과에 따라 취소 결정을 내릴 뿐, 정부가 자의적·적극적으로 확대해석 해 권리박탈을 할 수 없다. 모호한 법령일 시 최소한 축소해석해 적용하는 것이 통상적인 법 해석의 원칙”이라면서 “친일인사 서훈취소는 거짓공적이란 여지가 있어 취소됐으나, 전범 일본인의 경우 (상훈법 내) 국가 안전 관련 죄로 보기에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이 부분을 적용해 취소한 사례도 거의 없는데다 국회도 해당 조항을 구체화 또는 삭제할지 논의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령이 만들어질 시 훈·포장 취소 및 환수요청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이태까지 해당 수훈자들에 대해 행정부에 취소요청이 들어오거나 관련 논의를 한 전례는 없다”고 답했다.

 

2018년도 정부포상 업무지침에도 행안부는 수훈자의 범죄경력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서훈 또는 정부표창 취소사유에 해당되는 사실이 발견될 시 정부포상의 취소를 요청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모호한 상훈법이 이를 가로막고 있고, 이에 대한 논의 또한 국회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훈 수여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 11월 부적격 훈장 수훈자 일본인 12명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2016년 인 의원은 상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해 서훈 취소 사유에 친일반민족행위자, 인권유린 및 폭력·학살·의문사사건 등의 가해자, 전범자를 명확하게 추가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당 법안은 수년 째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식민지 해방 이후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부적격 일본인 수훈자에 대한 검토·취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서훈의 존엄과 가치가 절하된다는 지적 및 서훈 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시민사회 여론이 있는 상황이다. 반민족행위특별법 등 친일인사에 대한 처벌이 법에 명시돼있음에도 전범 및 부적격 상훈자에 대한 취소는 시도조차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불매운동 등 시민사회에서의 반일운동이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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