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와 검열 사이...베스킨라빈스 광고로 드러난 질문들

사이버불링으로 시작된 광고 논란...“아동 성 상품화”·“포르노그래피적 연출” vs “‘선택적 불편함’, 절대적 단정 안돼”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8/09 [18:02] | 트위터 아이콘 44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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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와 검열 사이...베스킨라빈스 광고로 드러난 질문들

사이버불링으로 시작된 광고 논란...“아동 성 상품화”·“포르노그래피적 연출” vs “‘선택적 불편함’, 절대적 단정 안돼”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8/09 [18:02]

베스킨라빈스가 TV 채널과 유투브에 게재 후 여론의 반발로 삭제한 신제품 아이스크림 광고 ‘슈팅스타’ 중 일부. 사진 / 유투브 캡처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베스킨라빈스의 신제품 ‘핑크스타’ TV 광고가 ‘아동 성 상품화’, ‘포르노그래피적 연출’ 비판을 맞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판과 달리 여론의 상당 부분은 반발하는 기류가 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6월 28일 베스킨라빈스는 아이스크림 신제품 ‘핑크스타’ 광고영상을 제작해 국내 TV채널과 유투브에 게재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여론의 일부가 아동 성 상품화, 포르노그래피적 촬영 기법이 들어갔다며 지적하자, 해당 광고는 당일 삭제처리됐다. 

 

방심위는 지난 7일 해당 광고에 대해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어린이·청소년 조항) 위반을 근거로 해당 광고를 내보낸 채널 7곳에 대해 법정제재 경고를 내렸다. 

 

반면 해당 광고가 삭제되기까지 광고를 촬영한 아역모델 엘라 그로스(10)양과 그의 부모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아동을 성 상품화한 소아성애자”라는 등의 심각한 사이버불링(Cyberbulling)을 당했다. 광고에 출연한 10대 아역모델에게 네티즌이 가한 언어폭력과 비난은 정신적 충격뿐만 아니라, 논란에 따른 광고 삭제로 해당 아역모델의 경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온라인 폭력에 대해 비판하며 방심위의 광고 해석 및 심의 조치가 과하다는 여론에도, 방심위는 의견진술을 넘어 지난 7일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해 논란의 불씨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 인스타그램·트위터 캡처

 

△ “보면 안다”...회의록에 담긴 '반영되지 않은' 시각

  

해당 광고를 심의한 심의위원들의 시각은 지난달 24일 오후 2시께 방심위에서 열린 제55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록을 통해 어떠한지 볼 수 있었다.

 

방심위 관계자는 베스킨라빈스 광고 심의 안건을 올리며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인 여성을 성적 대상화할 때 사용되는 전형적인 소재·연출 기법이 사용됐다”며 “어린이를 성적 대상화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성이 다분히 의심된다”고 밝혔다.

  

심의위원 5인은 차례대로 해당 광고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A위원은 “어린이의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 어른스럽게 한 표현은 허용돼선 안된다”고 지적했고, B위원은 “여성 어린이를 출연시키며 포르노그래피적 연출 기법을 이용했다. 이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C위원은 “아이스크림을 보여주려 한 건지, 어린이 모델의 ‘어린이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지 모르겠다”라며 바로 중징계 의견을 확정짓고, D위원은 “10세 어린이를 화장품을 통해 여인으로 만들었다. 소품·컬러를 핑크로 사용하고 입술을 강조해 성적 느낌·끌림을 갖도록 만든 어린이 성 상품화”라 밝혔다.

 

위원 5인의 지적은 해당 광고 방영 시 일부 네티즌이 비판한 ‘불편함’을 구체화시켰다. 동시에 그들이 구체화한 비판점은 과연 한국 대중이 이를 수용 할 만하냐는 화두에 부딪쳤다.

 

1964년 포터 스튜어트 미국 연방법원 판사는 재판에서 포르노의 기준을 나눌 때 “보면 안다”라고 일갈했다. 이는 사회통념 및 상식에 따른 직관적 판단을 내리는 상위 주체가 심의에서 과연 대중의 시각을 보편적으로 반영했는지, 광고가 하는 성 상품화의 이용을 어떤 잣대로 가르는지를 쟁점으로 타오르게 했다. 이것이 과할 때 심의는 검열로 둔갑되기 때문이다.

 

△ 성욕이 있기에 플레이보이가 존재 한다”...빌 힉스가 남긴 한마디

 

방심의 위원의 지적 사항들을 일일이 열거해 비판하는 것은 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을 거친다면, 화장놀이 수준을 한참 벗어난 키즈 뷰티(Kids Beauty) 사업은 유투브 등을 통해 퍼져나갈 만큼 외모지상주의 논란에도 어린이 메이크업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는 분석이 큰 상황이다.

 

또 언급된 색조화장품 사용에 대한 지적도 그것이 ‘성애를 일으키는 물건’이라는 전제 및 아름다움이라는 근본적 가치 실현을 위해 화장이라는 행위의 실현 도구와 그 목적을 두고 ‘불온하다“는 의식이 들어갔는지 살펴봐야한다.

 

특히 무엇을 보는 시각에서 성적 대상화를 하려 했다는 의도와 상징 해석은, 외설과 ‘외설 아닌 것’의 경계를 구분 짓는 주체에 대한 논란으로 되돌아간다. 광고 속 소품의 색깔을 두고 ”핑크로 사용한 것은 성적 느낌·끌림을 갖도록 한 성 상품화”라는 말 속에는 ‘성애를 일으키는 색은 핑크색’이라는 명제에 대한 단정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베스킨라빈스 광고가 포르노그래피적 촬영 기법을 사용했다는 지적은 32세의 나이로 요절한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언 빌 힉스(Bill Hicks)의 위트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1991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코미디쇼에서 “아무도 포르노그래피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미 대법원은 포르노를 ‘예술적 가치가 없으면서 성욕을 유발하는 것”이라 정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광고가 상품을 팔기 위해 노골적으로 성을 이용한다. 언제부터 섹스가 나쁜 것이 됐나“고 반문하며 ”포르노그래피 논쟁을 볼 때 플레이보이가 성욕을 만든 것이 아니다. 성욕이 있기에 플레이보이가 존재 한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언 빌 힉스(Bill Hicks)의 생전 모습. 사진 / 유투브 캡처

 

△ “광고 수용자 시각 존중해야...전문가 단정, 절대적으로 옳은 판단 될 수 없어”

  

전직 광고업계에서 종사하며 디지털 마케터이자 유투버로 활동하는 ‘곽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베스킨라빈스 광고 논란에 대해 “모델 활용, 광고의 전개나 표현방식, 룩&필(분위기) 등 특정할 수 없는 어떠한 부분에 대해 포르노그래피적 표현을 인용했다는 것은 철저하게 대중으로서의 개인적 주관일 뿐, 그 의견이 방심위 전문가라 할지라도 법리적 해석과 같이 절대적으로 옳은 판단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약 20여 년전 당시 기성세대는 미디어에서 비춰지던 X세대의 힙합패션을 불편하게 여겼다. 그 때의 기성세대가 틀리고 지금이 맞다고 주장할 순 없으나,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에 따라서 논쟁이 있다는 정도가 맞는 결론”이라며 “창작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 정도에서 그쳐야한다. 그러나 심의위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가 아닌 ‘포르노그래피와 비교해 성적대상화한 것’이라 규정하고 단정 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 심의적 관점에서 볼 때 왜 이 잣대가 이번 광고에만 적용되나. 해당 광고를 재단하는 논리대로라면, 중·고등학생 멤버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 선정적인 의상과 안무로 이성과의 사랑을 다루는 대중음악도 이미 제재 또는 폐쇄를 받았어야한다”며 “해당 광고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여론은 특정할 수 없는 어떤 부분에서 ‘선택적 불편함’을 느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광고 수용자의 시각 존중과 함께, 전문가의 특정 판단이라 할지라도 절대적인 단정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말처럼 주관적 시각에 따라 해당 광고가 불온물로 규정된 것을 두고 반발하는 여론은 이에 대한 다수 대중들의 의견이 그의 의견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그 규정의 과정이 온라인상 극단적인 모욕 및 인신공격 등 사이버불링 여론몰이로 이뤄졌고, 이에 대한 판단·규정에 대중 다수의 시각이 반영되지 않은 점은 식지 않은 화두로 남겨져 있다.

  

이와 함께 그 기저에서 발굴되지 않은 포르노, 성 상품화에 대한 정의 및 대중의 자유로운 토론 환경은 한국사회 특유의 사회적 관습에 의해 마련되지 않은 채 시간의 경과로 잠재워지고 있다. 심의가 검열로 변모하기 전에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활발하고 자발적인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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