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방지’에 밀린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8/13 [16:28] | 트위터 아이콘 44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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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방지’에 밀린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8/13 [16:28]

지난 12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시민단체가 발표한 외국인 출국만기보험제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10명 중 6명은 퇴직금 계산법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제도가 불법체류자 증가 방지의 목적으로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어 이에 대한 법적 논의와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12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를 비롯한 이주공동행동, 이주인권연대 등 시민단체는 서울 저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주노동자 927명을 대상으로 출국 후 퇴직금을 수령하는 ‘출국만기보험제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출국만기보험제도란 외국인근로자고용법에 따라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수령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으로 출국 후 14일 이내라는 조건이 달려있다. 삼성화재, 노동부가 사실상 독점계약을 맺고 있고, 고용주는 여기에 의무가입하게 돼있다. 

 

조사에 따르면 출국만기보험금을 계산하는 방법 및 절차, 잔여퇴직금을 받아야 하는 것을 아는 이주노동자는 712명 중 23명(2.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 계산법을 모르는 이주노동자도 712명 중 452명(64%)인데다, 출국만기보험금 절차를 모르거나 잔액퇴직금 청구를 모르는 이들도 각각 285명(40%), 397명(56%)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는 현지 EPS센터나 대사관 등을 통해 근로자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미청구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이번 조사에서는 77명 중 67명이 출국만기보험금을 받고, 잔여퇴직금까지 받은 근로자는 54.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출국만기보험제도는 불법체류 방지 목적을 이유로 출국 후 14일 이내를 퇴직금 수령의 조건으로 걸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2016년 이를 합헌이라 봤다. 하지만 노동의 대가 지급이라는 평등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는 절차의 복잡성으로 보아도 수령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출국예정사실확인서, 거래외국환은행 지정신청서, 보험금 신청서, 비행기티켓 사본, 개인정보수집이용조회 제공동의서 등 제출해야할 서류만 여러 가지다. 여기에 외국인 노동자가 접촉하기 어려운 신분적, 언어적 특성과 사업주의 사기행위 등 유무형의 장벽이 가로 막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입국 전후 교육에 퇴직금 제도를 포함한 근로기준, 산업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미지급금은 외국인 노동자의 해외 현지계좌로 자동 환급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같은 퇴직금 수령제도가 노동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있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출국만기보험금 지급시기 관련 법률이 합헌이라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헌재 재판관 3인은 이 같은 제도가 불합리하게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근로기준법 제22조 1항은 근로자에 대한 강제저금 금지를 명시하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 같은 실태는 당연한 권리 침해로 여겨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노동자가 일한 노동의 대가는 마땅히 지급해야한다. 하지만 불법체류 방지라는 목적이 노동의 대가와 평등권이라는 권리보다 위에 있어, 이에 대한 법적 논의가 다시금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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