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그래도 안중근은 살인자다”

시사주간 편집국 | 기사입력 2019/08/19 [10:21] | 트위터 아이콘 444,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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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그래도 안중근은 살인자다”

시사주간 편집국 | 입력 : 2019/08/19 [10:21]

안중근 의사. 사진 / 안중근 의사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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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창권 칼럼] 여름 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고 있습니다. 마포 인근에 있는 나의 사무실에서 바라보는 한강 서녘 풍광은 장관입니다. 벌거벗은 나무로 인해 조감미가 더욱 광활해 진 덕택에 멀리 강화도 까지 손에 잡힐 듯 보입니다.

 

서해로 일렁이며 빠져 나가는 한강물을 바라보며 나는 어느 시인이 말했듯 한강은 우리 민족의 젖줄이라는 생각을 다시 떠 올립니다. 그렇습니다. 한강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한과 그리움 혹은 도약과 발전의 상징이 아닐런지요?

 

어머니의 모유와 같은 그 젖줄에 입술을 대고 우리는 반만년을 살아 왔습니다. 민족의 영웅이신 안중근의사 역시 이 젖줄에 입을 맞추며 살다 가셨습니다. 안중근의사가 1910년 순국하기 한 달 전 뤼순(旅順) 감옥에서 쓴 유묵 ‘謨事在人成事在天(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의 성패는 하늘에 달렸다)’이라는 말은 실로 비장감을 자아내기 까지 합니다.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의 의연한 자세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약 10년 전 중국 하얼빈 731박물관을 방문하면서 마루타로 희생된 항일운동가 심득룡, 이청천열사의 명단을 발견하고 전율을 느꼈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난 고려시대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 선생과 같은 비장한 심정으로 참혹한 역사의 증거를 모으고 알려 청소년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교육의 도구로 삼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나아가 우리 조선인 마루타 및 세균전희생자들의 진상을 규명하여 일본의 비인간적 만행을 세계에 알리고 사죄를 받은 뒤 용서와 화해로 서로 번영하고 평화롭게 살자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후 난 일본에 건너가 사심없는 생각으로 일본의 우익 애국노인들의 조직인 중일련의 관계자들과 731부대에 근무했던 와타나베 노인을 만났습니다. 그때 난 용서와 화해, 혹은 이들의 협조를 얻기 위한 간사한 마음으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를 하려 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하면 그들도 우리의 안중근의사나 유관순열사를 인정하여 한국에 와서 참배하고 서로의 역사를 인정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노인들은 오히려 역정을 내며 “일본 국민들을 전쟁에 내몰아 수없이 희생시킨 전쟁원흉들에게 왜 참배하느냐”고 되묻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난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난 한걸음 물러서 나의 참된 의도와 안중근의사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설명하여 공감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대답해 왔습니다.


“그래도 안중근은 살인자다.”


 우리 한국인이 존경해 마지않는 안중근 의사를 그들은 테러리스트라 불렀습니다. 난 그제사 정신이 번쩍 들며 나의 어리석은 마음을 반성했습니다. 참으로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한일간의 인식차이는 영원히 평행선처럼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일본인의 시각을 알아야 합니다. “전쟁에 대한 사죄를 한 번만 하면 되지. 도대체 몇 번이나 해야 하냐” 면서도 실질적인 배상과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할뿐 아니라 안중근의사를 살인자라 부르며 강한 일본의 부활을 부르짖는 일본인들의 속내를 알고 대처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한류열풍이 아무리 일본을 휩쓸고 다녀도 일본의 근본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난 내가 만들고자 하는 ‘혼’이라는 제목의 731관련 영화 시나리오에 안중근의사에 대한 일본인의 왜곡된 인식을 깨우쳐주기 위해 아래와 같은 내용의 문단을 넣었습니다.


“넌 살인자야!”


일본헌병의 문초에 마루타로 이송되는 우리 독립투사는 항변한다.


 ”전장없는 전투에서 적군의 장수를 죽인 것이 왜 살인이냐? 그건 전투였다. 난 조선독립군이다!“

 

이 정도로 대다수의 일본인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 비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거침없이 몰려오는 먹장구름은 어느 식경에야 개일까요? 오래전 내가 행했던 부끄러운 일들을 회상해 보기엔 아주 좋은 날씨였습니다. 어리석었던 나의 실수가 이 뻐근한 가슴을 제끼고 솟구치듯 나아가 서해로 빠져 나가길 기원해 봅니다. SW

 

webmaster@economicpost.co.kr

 

『731부대 한국인희생자(마루타)진상규명위원장,마불개발회장(주), 와인포유(주) 회장, 전 한국조명재활용협회장 전 금호전기 상임고문,  시네마엔터테인먼트 회장』

시사주간 편집국 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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