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 추행’ 전직 언론인 무죄, 여성계 ‘분노의 목소리’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8/23 [14:38] | 트위터 아이콘 444,629
본문듣기

‘故 장자연 추행’ 전직 언론인 무죄, 여성계 ‘분노의 목소리’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8/23 [14:38]

22일 故 장자연씨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조모씨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후 이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렸다. 사진 / 녹색당     


[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장자연씨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장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10년 만에 재판에 넘겨진 전직 언론인 조모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여성계가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 조선일보 기자인 조씨는 20088월 장자연씨의 소속사 대표 생일 축하 술자리에서 장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장자연 리스트' 수사 당시에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권고가 나오면서 불구속 기소가 됐으며 지난달 검찰은 경찰조사 당시 술자리에 없었던 언론사 회장 A씨를 봤다고 거짓말을 한 점 등을 들어 조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그리고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A회장이 생일파티에 참석한 적이 없음에도 조씨가 자신의 책임 회피를 시도한 정황을 비춰보면 조씨가 추행을 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하면서도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배우 윤지오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고 추가 증거가 없으며, 윤씨의 진술만으로는 조씨에게 형사 처벌을 가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윤씨는 당시 장씨를 추행한 사람을 '50대 회장'이라고 했다가 'A회장', 다시 조씨라고 진술했는데 이것이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었다. 법원은 또 "추행을 했다면 소란이 있었을 것인데 소란 없이 한 시간 이상 생일파티가 계속됐다"며 추행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씨의 무죄가 선고되자 여성, 시민단체들은 즉시 반발 입장을 표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수많은 수사위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를 이유로 기소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사건이 바로 조씨에 대한 정의로운 판단이었지만 재판부는 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존재하는 피해자를 부정하는 일이자 여론에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다. 가해자의 직접 처벌을 통해 장자연씨의 피해에 대한 명예를 되찾고 사건의 진상 규명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어야 하는데 이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린 재판부의 판결에 우리는 분노를 넘어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여진 한국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자연씨 사건은 남성의 이익을 위해 남성들에 의해 거래된 성착취다. 이 사건은 여성거래를 알선한 자, 거래한 자, 이익을 취한 자, 이를 비호하는 자들이 교차한다. 고인은 누구의 이익 때문에 어떤 피해를 경험해야 했는가. 이 사건에서 거래된 자는 명백한데 왜 구매한 자는 아무도 없는 것인가. 조씨의 성추행은 유죄다. 이 사회의 정의는 여성이 거래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인지 사법부에 물으려했는데 오늘 선고로 그 답을 들은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정의에 여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여성계에서는 조씨의 무죄 판결로 인해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가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장자연 사건이 결국 가해자 없는 사건으로 묻혀질 가능성이 커진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또 조사 과정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재조사 권고를 받았음에도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무죄를 판결한 것은 재수사 및 진실 규명에 대한 법원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시 기소된 상황인데 10여년 전의 상황을 진술하는 증인의 진술은 번복을 가혹하게 지적하면서 본인의 행위를 숨기려는 정황이 드러났던 조씨의 의견만을 수렴한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큰 실망감을 표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조씨의 처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조씨가 이번에 유죄 판결을 받았으면 재수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고 더 많은 가해자가 드러날 수 있었는데 무죄가 나오는 바람에 어려움을 맞았다면서 이 사건은 전국민이 다 알고 있고 오랜 기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라는 것도 다 알고 있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사법부의 성범죄 처분에 불신을 하는 상황에서 이번 선고가 국민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실망감을 느끼게 할 것이고, 상징성 있는 사건이기에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리라 본다. 과거사위까지 꾸며지고 재수사가 이루어질 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목소리가 있어 가능했는데 이 판결로 그렇게 노력을 하고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 실망과 분노를 했을 것이다. 검찰이 항소를 반드시 해야하며 항소를 하도록 우리가 더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