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 ‘뒤죽박죽’ 청천백일기 사용 실태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8/29 [19:04] | 트위터 아이콘 44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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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별 ‘뒤죽박죽’ 청천백일기 사용 실태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8/29 [19:04]

사진 / 시사주간 DB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중화민국(대만)을 압박하는 가운데, 외교부를 비롯한 부처별 홈페이지 및 위탁기관의 국가별 소개란에는 중화민국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 이하 청천백일기)‘ 사용이 전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인 중화민국은 1912년 신해혁명 이후 최초로 세워져 정식 국호로 계승하고 있다. 중화민국은 국공내전에서 패퇴해 장제스 국민정부의 국부천대로 타이완 섬에 자리 잡았다. 

 

중화민국 정부는 장제스 국민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았기에 ‘중국’으로서의 대표권은 중화민국에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제사회는 1971년 10월 UN 총회에서 중국으로서의 대표권을 영향력이 큰 중화인민공화국에 부여했다. 동시에 국제정치 무대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중국은 두 국가에 대한 동시 수교를 금지하며 세계 외교 무대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중화민국 압박은 미국의 개입으로 최근 극도의 긴장된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수교를 고려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이를 수용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자 미국 정부는 타이완 관계법, 중화민국여행법에 이어 지난 6월 중화민국을 국가로 인정하는 국방부 전략보고서를 발간했다. 

 

초강대국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사실상 공식 폐기하고 중국의 패권주의에 손상을 입히자, 중국 정부는 홍콩 범죄인 인도법 송환 반대 시위에 대한 탄압과 함께 중화민국에 대한 무력시위 등 일국양제, 양안관계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엔 비회원국인 중화민국은 국가 영토에 대한 국제 표준인 ISO 3166에서 중국의 일개 지방인 타이완 성(Taiwan, Province of China)으로 등록돼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1992년 12월 한중수교로 한국과 중화민국 간 외교 관계가 단절됐으나, 그 다음해 비공식 협정을 맺어 대사관이 아닌 타이베이 대표부를 통해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외국에 대한 국가 규정을 맡는 외교부는 공식 홈페이지의 국가·지역 정보에서 청천백일기를 게재하지 않고 공란(空欄)으로 비워 놓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중화민국을 미승인국으로 두는 한국의 외교 방침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외교부, 외교부 해외여행안전,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세계법제정보센터의 홈페이지에서 중화민국(대만) 국가 정보 소개시 국기 사용을 다르게 하는 모습. 사진 / 외교부·해외여행안전·KOTRA·세계법제정보센터 캡처

 

하지만 주요 정부 부처나 정부 업무를 맡는 위탁기관은 중화민국을 소개할 때 중요 요소인 국기 사용이 전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가 운영하는 해외여행정보 공식 홈페이지의 국가 기본 정보란에는 중화민국에 청천백일기를 게재하고 있다. 그마저도 정식 국기가 아닌, 모 홈페이지의 주소가 워터마크로 들어간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법제정보센터는 중화민국 소개란에서 청천백일기가 아닌 ‘중화 타이페이’를 상징하는 ‘매화기’를 게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 타이베이는 국제기구 가입 시 중국에 의해 중화민국·대만의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할 때 대신 쓰는 이름이다. 매화기는 올림픽 출전 시 이를 상징하는 깃발로 대체하고 있다.

  

반면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타이베이 무역관 홈페이지는 청천백일기를 메인에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주타이베이 대한민국 대표부 홈페이지는 타 대사관 홈페이지가 각 국가별 국기를 전면에 게재함과 달리 청천백일기를 홈페이지 전면에서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KOTRA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치·외교 관계를 떠나 (홈페이지를) 운영함에 있어 양쪽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정보제공 측면의 방향으로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이슈가 될 시 양국 간에 이슈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기본적으로 외교부 방침을 따르는 것이 맞으나, 직접적인 운영 지침은 아니다. 문제인식을 갖고 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세계법제정보센터를 담당하는 법제처는 이날 본지가 질의한 후 공식 홈페이지 내 중화민국 소개란에서 매화기를 철거하고 공란 처리를 했다. 법제처 관계자는 “2017년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면서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가 블랭크(공란) 처리를 해, (센터 홈페이지) 이를 따라 공란 처리했다”며 “법제처는 (이와 관련해) 외교부 방침을 따라간다”고 답했다. 

 

본지는 외교부에 각 부처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용하는 중화민국 관련 국기 사용 원칙과 배경 등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은 1992년 8월 공식 발표된 한중 공동성명에서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중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있다”며 “국기 사용에 있어 가이드라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기에 모든 부처나 기관에 이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천스신(陳詩欣) 중화민국 선수(왼쪽)와 청천백일만지홍기 논란으로 공개사과를 한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오른쪽)의 모습. 사진 / 로이터·유투브

 

중화민국·대만인으로서 청천백일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국가명을 공식으로 기재하지 못하는 사례는 최근의 여러 사건들을 통해 한국에도 알려지고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천스신(陳詩欣) 중화민국 선수는 태권도 여자 49kg급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시상식 생중계 자리에서 청천백일기가 아닌, 매화기가 올라가야 하는 것을 보고 울음을 터뜨려 당시 많은 대만인들의 설움을 대변했다.

  

한국에게 중화민국에 대한 이해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온 사건은 걸그룹 트와이스(TWICE)의 중화민국 타이난시 출신 멤버 쯔위가 피해를 입은 청천백일기 논란이다. 2015년 인터넷 방송에서 쯔위가 청천백일기를 흔들자, 이에 대해 황안 등 극단적 중국 민족주의 여론이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쯔위 본인에게 공개사과로 양안관계를 인정하라는 사상 검증식 폭압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콩인을 비롯한 중화민국인들은 중국 정부의 홍콩 우산혁명과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강경 진압을 보면서 자신들의 자유와 주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지만, 중화민국의 주권과 정체성을 인정하는 국민 여론도 있다. 둘을 고려해 국기 사용에 대한 통일된 사용 방침이나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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