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배임 직원 4년형 실형…임영진 사장 연임 “빨간불”

배임 근본 원인은 개인 일탈 아닌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

조규희 기자 | 기사입력 2019/09/18 [10:39] | 트위터 아이콘 44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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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배임 직원 4년형 실형…임영진 사장 연임 “빨간불”

배임 근본 원인은 개인 일탈 아닌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

조규희 기자 | 입력 : 2019/09/18 [10:39]

4년형을 선고받은 신한카드 직원의 배임이 임영진 사장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사주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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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조규희 기자] “고객 피해는 없었다.” 직원 배임으로 14억원의 손실이 난 신한카드(대표 임영진) 관계자가 해당 사건 후 밝힌 공식 입장이다. 업계 1위라는 명성을 감안할 때 변명은 다소 구차해 보인다.

 

지난 7월초 신한카드는 신용관리본부 소속 도 모 대리(43세, 여)를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도 씨는 2017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595회에 걸쳐 회삿돈 4억1700여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은 지난 12일 열렸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는 도 씨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기간이 2년 이상으로 장기간이고, 배임액은 약 110억원 상당에 이르러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회사 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향후 피해액이 변제될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고 판시했다.

 

◇2년간 100억원 주무른 대리…신한카드 내부통제 허점 노출

 

피해액만 14억원에 달했으며, 배임액은 110억원을 상회했다. 어떻게 일개 대리 한 명이 회삿돈 110억원을 떡 주무르듯 했을까? 

 

도 씨는 4억1700여만원을 사적 유용했을 뿐만 아니라 법인카드로 백화점상품권을 산 뒤 환전하는 수법(상품권 깡)으로 399회에 걸쳐 총 106억원의 상품권을 구매했다. 상품권 구매가 제한된 개인카드와 달리 법인카드로는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다. 단, ▲구매자의 신분증 ▲명함 ▲사업자등록증 등의 서류가 필요하다.

 

즉, 도 씨는 사문서를 위조하고, 고객사의 사업자등록증을 도용해 106억원에 달하는 상품권을 구매했다. 399회에 걸쳐 구매했다고 하니 1번 구매 시 평균 2656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한 셈이다. 

 

이 같은 범죄가 가능했던 이유는 도 씨가 법인카드 담당자였기 때문이다. 법인카드 담당자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수시로 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 한도의 감액·증액 요청이 잦다 보니 이를 따로 보고하거나 결제하는 시스템이 없었던 것. 담당자에 한도 변경 권한이 주어진 셈이다.

 

예를 들면, 10억원까지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B회사가 한도를 1억원으로 설정한 법인카드를 사용해 왔다고 가정하자. 보편적으로 1억원 한도에서 카드를 사용했던 B회사에 1회성으로 3억원을 결제할 이벤트가 발생한다. 이 때 B회사는 신용카드사에 한도 증액을 요청한다. 3억원은 B사 한도인 10억원 내에 해당하므로 카드사 법인카드 담당자는 한도를 증액한다.

 

이 같은 상황이 매우 빈번했기에 관행적으로 보고나 결제 없이 한도를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처럼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배임을 하지 않는 이상 본 절차가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 건에서 알 수 있듯 위험에 노출된 취약한 시스템이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워낙 수시로 한도가 변경돼 일일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던 일처리 방식이 문제였다”라며 과실을 인정했다. 이어서 “사건 이후 해당 업무에 대해서 다수의 관리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전산화 했다”고 덧붙였다.

 

◇신한카드 자랑이던 FDS, 전문가는 뚫을 수 있다?

 

신한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FDS(Fraud Detection System, 이상 금융거래 탐지 시스템)를 가장 먼저 도입한 회사다. 특히 딥러닝 방식으로 개발돼 데이터가 쌓일수록 성능이 점점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FDS는 일정 패턴과 벗어나는 고객 거래를 탐지하고 분석해 이상 징후 발생 시 경고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딥러닝 방식으로 개발돼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정교함과 정확성이 높아지는 게 특징. 

 

신한카드는 딥러닝 도입 이유에 대해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는 부정거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 부정 거래 데이터만으로 패턴을 차단하는 것을 넘어 신종 사기거래 징후를 미리 포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선 고객가치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던 FDS는 무용지물이었다. 

 

시사주간에서 “법인카드 상품권 과다 구매 등을 이상 징후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냐?”고 질의하자 “아직 FDS가 그만큼 촘촘하지는 못하다. 카드 결제가 이상 없이 이뤄졌고, 한도만 조작됐기 때문에 정상 패턴으로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답했다.

 

FDS가 제 역할을 못한 이유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련 탐지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전문가가 의도적으로 FDS의 탐지를 회피해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증명됐다. 

 

◇임기 만료 목전에 둔 임영진 사장 부담으로 작용

 

사건 발생 이후 범죄 피의자가 된 도 씨는 바로 징계해고 됐다. 이후 발 빠르게 징계위원회를 열어 직원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부서장과 임원까지 징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한 직원의 일탈로 볼 경우 적당한 책임자에 대한 사후처리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직원 일탈이 아닌 업무 시스템의 부실에서 비롯됐음을 상기한다면 사후처리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

 

물론 비슷한 케이스에 대한 점검과 사후처리는 이뤄졌다. 관계자는 “사건 이후 법인카드 업무 담당자를 전수조사해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 점검했고, 미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보완했다”며 “법무팀을 통한 내부교육과 시스템 개선 작업도 병행했다”고 강조했다.

 

신한카드의 변명처럼 불행 중 다행히도 특정 고객에게 직접 금전 피해를 미치지는 않았지만 업계 1위라는 신한카드의 위상을 감안하면 부실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비단 신한카드뿐만 아니라 타 카드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훼손 ▲평판 리스크 증가 ▲FDS 무용론 등 신한카드는 잃은 게 너무 많다. 몇몇 관련자의 징계로 이 같은 피해가 모두 갈음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때문에 이번 배임 사건이 임영진 사장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내년 3월 주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연임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경영진 선임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본 사건 하나만으로 평가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고객 손실이 없었다 하더라도 14억의 회사 손실이 발생됐다는 의미는 신한카드의 모회사인 신한지주에 직접 손실을 발생시켰다는 의미이며, 시스템 부실이 드러난 상황은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EO 선임은 기업문화 창달, 손익, 고객 관계 등 거시적 관점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개인의 일탈이 임원 선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본 사건을 ▲개인적 일탈로 이해하느냐 ▲시스템 부실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는 사건 하나로 CEO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면은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러 악재가 겹칠 때는 작은 사건도 악영향이 훨씬 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신한카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2713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5월 자살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받은 것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여러 악재 속에서 배임 사건 피의자 도 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공교롭게도 도 씨의 범죄는 임 사장이 신한카드 대표에 취임한 2017년 3월부터 시작됐다. SW

ck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조규희 탐사보도팀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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