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론 뒤집을 여가부 연구자료...깜깜이 잣대, 유출돼도 ‘처벌 없다’

‘법률가 절반 이상 동의’ 비동의 간음죄 도입 연구, 허술한 보안관리...여성계 목소리에 ‘때맞춰’ 유출돼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9/25 [17:48] | 트위터 아이콘 44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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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론 뒤집을 여가부 연구자료...깜깜이 잣대, 유출돼도 ‘처벌 없다’

‘법률가 절반 이상 동의’ 비동의 간음죄 도입 연구, 허술한 보안관리...여성계 목소리에 ‘때맞춰’ 유출돼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9/25 [17:48]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7월 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정부 정책 연구과제 관리·공유 시스템 ‘온나라 정책연구(PRISM)’에 게재한 ‘젠더폭력관련 법체계 개선방안’ 연구 자료의 모습.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여가부에 의해 ‘비공개’로 돼있던 해당 자료의 열람 설정은 지난 24일 본지가 여가부에 문의한지 단 수 시간 만에 공개 설정으로 전환됐다. 사진 / 여성가족부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여성가족부가 국가 세금으로 위탁한 전문 연구용역의 보안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동의 간음죄 등 중요 법안 통과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연구 자료임에도 공개·비공개 기준이 모호한데다, 유출에 대한 책임 및 처벌도 전무해 극단적 페미니즘 등 정치 세력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4일 한겨레는 단독으로 ‘판검사·경찰 54% "강간죄 요건, 폭행·협박→동의로 바꿔야"’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판·검사, 경찰, 교수 등 각계 전문가가 기존의 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을 ‘동의 여부’로 바꿔야한다는 것에 과반수 이상 동의하고 있다는 전문가 설문조사 내용을 담았다. 

 

기사에서 공개된 해당 연구 자료는 지난해 7월 20일부터 12월 10일까지 여성가족부 ‘범정부 성희롱 성폭력 근절 추진 점검단 점검관리팀’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판·검사, 경찰, 교수 등 사법 전문가 48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외부 연구용역 ‘젠더폭력관련 법체계 개선방안’이다. 

 

약 4500만원의 세금이 쓰인 해당 연구는 정부 정책 연구과제 관리·공유 시스템 ‘온나라 정책연구(PRISM)’에 게재됐다. 그런데 국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프리즘에서 해당 연구는 게재된 이래 지난 24일 오후까지 비공개로 설정돼있어 언론을 포함한 민간에서의 열람이 불가능했다.

 

지난해 8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의원단 및 여성단체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모습. 사진 / 뉴시스

 

◇ 연구과정서 연구자료 배포하고도 여가부·형사정책연구원 “유출한 적 없다” 

 

여가부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외부 연구용역 689건 중 비공개 설정을 건 연구과제는 13건이다. 특히 해당 연구는 지난해 이뤄진 연구과제들 중 유일하게 비공개 설정이 걸려 있었다. 이에 본지 기자는 지난 24일 여가부 담당자에 해당 연구 자료와 관련한 내용을 문의했다. 

 

하지만 담당자로부터 들은 말은 정부 세금으로 쓰인 연구과제가 허술한 보안 아래 누구나 유출·악용을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도 처벌도 없다는 답변이었다. 담당자는 “여가부나 연구원 등 위탁·수탁기관 모두 해당 자료를 외부에 제공·유출한 적은 없다”면서 “공개·비공개 여부 결정은 연구 시작 또는 과정 단계가 아닌, 최종 결과가 도출된 지난해 12월 이뤄졌다”고 답했다. 

 

비공개 설정 근거에 대해 담당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5호(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이 연구 개발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사유)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법 개정 관련 내용은 법무부 등 기관에 혼선을 줄 수 있어 내부 의사과정을 따라 비공개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공개로 설정하고, 설정 이후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에 대해 여가부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연구를 받은 형사정책연구원 연구 담당자는 “비공개 결정이 나기 전, 연구에 참여한 법률가 및 참여관련 기관 종사자들에게 최종 연구결과를 드렸다”며 “연구 당시 공개·비공개 결정을 받지 않은 상태였기에, 수탁기관 및 연구 참여자도 (여가부로부터) 비공개 서약 등 별다른 관련 조치 또한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여가부는 비공개 연구과제가 언론에 유출되고 이를 본지가 지적하자, 이를 인정하고 9개월 동안 비공개이던 연구 과제를 당일 몇 시간 만에 공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비공개 연구 자료를 언론에 공개한 한겨레는 여가부를 통해 출처를 밝히길 극구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성범죄 패러다임 전환의 키 ‘비동의 간음죄’ 명문화 

 

현행 강간죄의 구성요건이 폭행·협박으로 제한돼있자, 국회와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시행시켜 위력에 의한 성폭력 등 관련 성범죄를 모두 포괄해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반면 성범죄의 조건과 기준은 여전히 폭행·협박 및 ‘항거 불능의 정도’라는 최협의설에 있자, 친여성주의적 기조를 따르는 정부와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성범죄의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비동의 간음죄로 바꾸려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사법부도 이에 발맞춰 ‘성인지 감수성’ 및 비동의 간음죄 법리에 따른 판결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비동의 간음죄에 대한 명문화는 성범죄의 기준과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입법 시도라 볼 수 있다. 동의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 및 성폭력 무고죄 등 악용 가능성으로 우려와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5년 전부터 정치 권력화된 극단적 페미니즘·여성계가 이에 찬성하고 있어, 시민사회에서 반감을 사는 점도 연관돼있다. 

 

지난해 8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의원단 및 여성단체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모습. 사진 / 뉴시스


◇ 여성계 외침에 ‘시의 적절하게’ 유출된 전문가 연구 

 

비판적인 논란에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에 대해 지난 9일 대법원은 유죄로 판결했다. 이로 인해 여성계는 비동의 간음죄 등 관련 입법 추진에 전보다 목소리를 크게 낼 명분이 더욱 강력해졌다. 한겨레가 보도한 ‘법률 전문가들마저 도입을 동의하고 있다’는 연구 자료는 사실상 비동의 간음죄 도입 여론에 큰 무게를 실어줄 수 있는 강력한 자료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일까. 지난해 12월 연구가 끝나고 비공개 처리된 연구 자료는 이달 9일 안 전 지사 유죄 판결이 난지, 여성계가 지난 18일 비동의 간음죄 재추진 목소리를 낸지 불과 며칠 만에 매우 시의 적절하게 언론에 유출됐다. 유출 시기를 추측한다 하더라도 연구 기간이던 지난해 7~12월 기간 말고는 없는 상황이라 사실상 ‘시기를 노렸다’는 의심마저 들고 있다. 

 

이에 대해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등 관련 저서를 집필한 오세라비 작가는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것은 절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며 “비동의 간음죄 등 관련 중요 법안에 대해 여성계가 담론화 작업을 하는 움직임은 매우 흔하다”고 답했다. 

 

작가는 “이 같은 운동 방향은 슬로건, 행동지침을 정하는 등 등 매우 작전적으로 진행된다”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 작업이다. 담론을 만들려면 거기에 언론이 손발을 맞춰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 누구를 위한 여성가족부인가 

 

어떠한 사안에 여론이 찬반으로 극명히 갈릴 때, 전문가의 의견은 연구와 자의 권위라는 힘을 갖고 특정 여론에 무게를 싣게 한다. 이 같은 중요 역할을 하는 연구 자료가 사회적 협의 없이 모호한 기준으로 열람이 차단되고, 허술한 보안으로 유출을 방임하고도 책임·처벌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되기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 입법, 정책을 좌우할 중요 연구 자료임에도 여가부는 국민 모두에 공개하는 것이 아닌, 모호한 잣대로 깜깜이 운영을 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국민을 위한 여가부가 취사선택을 통해 필요한 방향으로 여론을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만들 것으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여가부는 보안 관리 및 처벌이 전무함은 인정하면서, 관련된 조치 없이 부랴부랴 공개 결정을 내려 여론의 지탄을 피하려 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마저 고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여가부를 한국 시민사회는 국민 모두를 위한 기관이라 볼지, 아니면 성별과 특정 정치권력에 따르는 기관으로 여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겠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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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리치 2019/09/29 [18:03] 수정 | 삭제
  • 여가부다운 행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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