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의사자 불인정’, 희생에 대한 ‘예우’가 없다?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9/26 [17:10] | 트위터 아이콘 44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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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의사자 불인정’, 희생에 대한 ‘예우’가 없다?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9/26 [17:10]

지난해 12월 간호사 등을 대피시키고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왼쪽)가 '의사자'로 인정되지 못하고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고 전역한 하재헌 예비역 중사(오른쪽)가 '전상'이 아닌 '공상'으로 인정된 것에 대해 정부가 희생자들에 대한 예우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 / 시사주간 DB,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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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고 전역한 하재헌 예비역 중사, 지난해 12월 간호사 등을 대피시키고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이들의 희생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예우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재헌 중사는 '전상'이 아닌 '공상'으로 처리가 됐으며 임세원 교수는 '의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국가보훈처 산하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달 7일 하재헌 중사에게 공상군경 판정을 내렸다. 군이 관련 시행령에 근거해 하 중사를 전상자로 규정했지만 보훈처가 공상자로 분류했고 이로 인해 '하 중사의 희생을 소홀히 여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상'은 적과의 전투나 무장폭동, 반란 진압 등으로 인해 부상을 입은 경우에 해당되고 '공상'은 교육 훈련이나 각종 직무수행 중에 부상을 당한 경우에 해당된다. 군 인사법 시행령의 '전상자 분류기준표'에는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하여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전상자로 분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는 '실제 교전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적의 직접적인 도발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하 중사에게 공상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희생자의 경우 북한군과의 교전이 없었음에도 전상자로 판정된 사례가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보훈처는 "천안함 피격 사건은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서 '전투 또는 전투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은 사람'에 해당되는 것이며 목함지뢰 폭발 사건은 시행령의 '경계, 수색, 매복 및 정찰활동, 첩보활동 등의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은 사람'(공상자로 분류)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했고 과거 유사한 지뢰폭발 사고 관련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의결했다"면서 "현재 공상군경 의결에 대한 이의신청이 접수된 만큼 보훈심사위원회에서 재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사자인 하재헌 중사가 17일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명예를 지켜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을 올렸고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주무부처에 재검토를 주문했다. 전상과 공상은 지원금 차이가 3~5만원에 불과하고 공상자도 국가유공자 자격이 되지만 공상보다 전상이 더 명예가 높기에 명예를 살려줄 것을 하 중사는 요구했던 것이다.

 

이후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행령을 엄격히 해석한다면 법리적 측면에서 (공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지 않은 게 아쉽다"고 밝혔다.

 

보훈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DMZ 지뢰사고의 경우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상으로 판정을 받았고 이번에도 그 예를 따른 것으로 본다. 종합적인 상황을 보고 판단을 내린 것 같은데 문제가 제기됐고 재심사가 진행 중이다. 10월 초에 재심의 결과가 나오게 되는데 그 때 모든 것을 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의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는데 아직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다.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한편 임세원 교수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자 인정을 받지 못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 625일 열린 제3차 의사상자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임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사자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범죄 행위를 막거나 체포하려고 하던 중 사망한 경우 인정이 되는데 이 때 '적극적, 직접적 행위'가 확인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적극적, 직접적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의사자 요건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수사를 맡았던 종로경찰서는 CCTV에 임 교수가 간호사들을 대피시키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고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임 교수의 의사자 불인정에 대한 의혹이 커졌다. 유족들은 현재 법원에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을 낸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의 신청이 이미 들어왔기 때문에 11월 초에 재심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행정소송도 같이 대비하려한다. 재심사가 들어갔기에 완전히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 심사위원회가 정하는 사항이기에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위원회에서 지금 문제가 된 부분들을 돌아보고 다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재심사 결정과 함께 '의사상자 불인정 결과 통보서''이의신청 불인정 결과 통보서'를 신설해 불인정 사유와 권리구제 방법을 가족에게 자세히 알리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행령 및 법령 개정과 더불어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법령에 무조건 맞추는 식의 결정은 지양되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훈처와 복지부 모두 재심사 결과를 지켜봐달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지금의 비판들이 재심사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 결과가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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