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모자라니 ‘입영 기준 완화’ 땜질 급급한 국방부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9/30 [18:00] | 트위터 아이콘 44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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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모자라니 ‘입영 기준 완화’ 땜질 급급한 국방부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9/30 [18:00]

지난 29일과 30일 국방부 및 병무청 등 관계기관은 현역 인력수급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보고 징병 신체검사 등 입영 기준을 낮춰 현역판정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정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처럼 편제 재편 등 근본적인 해결 방식이 아닌, 복무 부적합자까지 입영시키는 방식은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예상이 큰 상황이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국방부가 병역자원 감소의 해결책으로 ‘현역 판정 기준 완화’를 다시금 내놓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 수준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 29일 국방부 및 병무청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1년부터 현역 인력수급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현 징병 신체검사 등 관련 검사 기준을 낮춰 현역판정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병역처분 기준은 1~3급을 현역병 입영 대상 및 보충역(희망시 현역입영 대상)으로 두고 있으며, 4급 보충역 이후로는 5급(전시근로역), 6급(면제), 7급(재검사)으로 두고 있다. 국방부는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고혈압 등 다수 신체검사 항목의 현역 판정 기준을 완화하되, 정신건강 등 심리검사 기준은 강화하는 등 다방면에서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의 해당 방침이 시행된다면 4급의 사회복무요원 대상인 보충역도 현역병으로 포함될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4급 아래의 대상자들에게도 현역 판정 기준이 완화돼 최대 6급인 면제 대상자가 사회복무요원 대상으로 포함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 ‘편제 재편’ 아닌 ‘기준 완화’...부작용 불 보듯 

 

국방부가 현역 판정 기준완화 방침으로 병역 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은 2012년 신체등급·학력에 따른 병역처분 기준을 서서히 완화시켜는 것에서 두드러졌다. 2012년 들어 중학교 중퇴 이하는 제2국민역(5급) 처분에서 1~4급에 포함시키다, 이후 2015년 고등학교 중퇴자도 1~3급 보충역으로 포함시키게 했다. 이후 2016년 희망자에 한해 현역병 입영 대상까지 확대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병무통계연보에 따르면 2009년 인구추계 중 34만1000명이던 19세 남자는 2011년 39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인구절벽을 맞이하면서 지난해 32만7000명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현역병 입영대상자는 완화된 병역기준에 의해 2011년 33만3800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이후 내리막으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25만3900명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이번 국방부의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과 부작용을 전보다 더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기존 편제 병력 재편을 통한 접근 방식이 아닌, 현역 복무 부적합자까지 입대시켜 부적합자의 우울증, 사고위험, 자살 등 관련 문제 발생률을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 관계자는 관련 대책을 요구하는 취재진 질의응답에 대해 “심리적인 부분은 기준을 더 강화해 지휘관 부담을 줄일 것”이라며 “조건들은 완화되나, 이들을 충족시킬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병무통계연보 병역판정검사 현황. 사진 / 병무청

 

◇ 군인권센터 “편제 수 맞추려 복무 부적합자에 군복 입힌다는 발상”

 

군인권센터는 국방부의 이 같은 발상과 방책에 문제가 있다 보고 강하게 비판했다. 센터 관계자는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2005년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 때부터 병역자원 감소 문제에 봉착할 것이란 제기가 있어왔다”며 “정부 말기 내놓은 병력감축 국방개혁안은 병력 감축에 따른 장성, 고위급 간부 감소 등 이해관계 문제가 피력돼 MB 정부 들어서면서 뒤집어졌다. 박근혜 정부까지도 이런 기조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두 정권에서 예측 가능한 인구감소 및 병력 감축 문제를 방기해 부대 통폐합은 추진되지 않으면서 오늘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병력 감축 등 ‘국방개혁 2.0’ 방식이 아닌, MB정부 때 내놓은 입영기준 완화로 복무 부적합자를 뽑아가겠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방식”이라 지적했다. 

 

센터는 국방부가 고혈압·비만 등 질병 보유자에 대한 기준 완화도 지적했다. 관계자는 “환자를 운동으로 살 빼겠다는 시각에는 이를 병이 아니라 보는 발상과 같다”며 “전투 임무에 실제 투입할 수 없는 인원을 데려가 군복만 입히고 편제 수를 맞추려는 것은, 어제까지 복무 부적합자이던 4급을 오늘 와서 3급으로 올려 데려간다는 비과학적 발상”이라 비판했다. 

 

현역 판정 기준 완화에 따른 야전지휘관의 부담 가중도 크다는 지적도 들어섰다. 관계자는 “현장 야전지휘관에게 물으면 지금도 지휘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군대는 보육원이 아니기에 군대에 올 수 없는 친구들은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일선 부대장들은 복무 부적합자 관리소요로 받는 하중과 지휘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개혁 2.0 일부. 사진 / 국방부

 

◇ 임 병장, 윤 일병 사태에도 관심병사 통계조차 없어 

 

현역 복무 부적합자가 기준 완화로 입대할 시 발생하는 문제는 관심병사의 숫자 증가다. 관심병사는 ‘신체검사는 통과했으나 정신적, 외부적인 사유 및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질병 보유 등으로 분대장 이상의 지휘자·지휘관급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병사’를 일컫는 말로, 2015년 해당 명칭이 폐기되고 ‘장병 병영생활 도움제도’로 관리제를 개편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정신병력, 질병 및 부상자, 업무 부적응자 및 범죄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자 등 복무 부적합자의 문제 심각성은 제22보병사단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및 제28보병사단 윤 일병 구타·살해사건으로 군내외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이러함에도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서 명시한 근본적인 해결 방식이 아닌, 미봉책으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모습이다. 

 

국방부는 병역자원 관리에서 관심병사 수가 미치는 영향 등 관련 사항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국방부는 2014년 12월 말 기준 보호·관심병사 수는 A급(특별관리대상) 8433명, B급(중점관리대상) 2만4757명, C급(기본관리대상) 6만2891명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후로는 이에 대한 공식 통계자료 발표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문제에 대해 “압영 적체 문제 해소를 위해 2015년부터 강화했던 신체검사 기준을 정상화하는 것”이라 답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복무 부적응자의 문제에 대한 파악이 없는 상황에서, 입영 기준만 낮춰 복무 부적합자 관리 책임을 일선부대에만 떠넘기려는 사고방식으로 보인다. ‘국방개혁 2.0’이 말 뿐인 군 개혁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로 가도록 군 당국의 사고방식을 바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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