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문화검열에 흔들린 美 NBA·블리자드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10/10 [17:45] | 트위터 아이콘 4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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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문화검열에 흔들린 美 NBA·블리자드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10/10 [17:45]

사진 / 트위터(시사주간 편집)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중국 정부·자본의 문화검열이 미국 게임·스포츠 업계까지 흔들고 있다. 

 

2000년대 중국 농구 스타 야오밍이 선수로 활약하는 등 전미농구협회(NBA) 팀 가운데 중국 팬의 큰 인기를 받는 구단 휴스턴 로켓츠는 한 건의 트윗으로 미국과 중국을 뒤집었다. 대릴 모리 로켓츠 단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트윗을 올리자, 중국농구협회는 6일(현지시간)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모리 단장의 발언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로켓츠와의 모든 협력 및 교류 중단을 선언했다. 

 

로켓츠의 스폰서인 운동복 업체 리닝 및 상하이푸둥개발은행(SPD 은행) 등도 중국농구협회의 선언 직후 관련 마케팅 및 홍보 중단 등 협력 중단을 선언하며 보복조치를 가했다. 모리 단장과 애덤 실버 NBA 총재는 사태가 커지자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표명했다. 그러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등 미국 여야 정치권에서 합세하며 “이익(중국 자본)을 위해 원칙(표현의 자유)을 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에 실버 총재는 지난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NBA는 모리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에 대한 처벌은 없을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자 중국 CCTV 방송은 로켓츠 관련 NBA 프리시즌 중계 취소를 선언하는 등 더 큰 보복조치를 가했다. 평소 도널드 트럼프의 이민자·인종차별 행보를 비판해온 NBA가 정작 중국 자본 앞에서는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사고 있다. 

 

미국 여론을 흔든 또 다른 사태로는 미국 거대 게임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하스스톤 홍콩 시위지지 프로게이머 징계사건이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블리자드 게임 하스스톤 e스포츠 대회 생중계 당시 홍콩 출신 프로게이머 ‘Blitzchung’ 선수는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 발언을 했다. 이에 블리자드는 해당 선수의 상금 전액 몰수 및 출전 정지 1년 등 중징계를 가했다. 

 

블리자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해당 발언을 막지 않은 생중계 캐스터 2명을 ‘정치 발언 조장’이라는 명목으로 해고시키며 홈페이지 공지사항 댓글 금지, 해당 VOD 영상 삭제, 북미·유럽 회원 탈퇴 차단 등 전방위적인 이의제기 차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애덤 실버 전미농구협회(NBA) 총재가 대릴 모리 휴스턴 로켓츠 단장의 홍콩 민주화 운동지지 트윗에 유감을 표하자, 미국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지난 8일(현지시간)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반면 블리자드는 지난 7일(현지시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프로게이머에 중징계를 가하고 회원 탈퇴 차단 등 이의제기 차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미국 여론은 미국 문화 산업계가 중국 정부·자본의 검열에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사진 / 트위터

 

블리자드의 행태에 미국 및 전 세계 게이머 등 온라인 여론의 반발은 ‘디아블로 이모탈 사태’보다 거센 상황이다. 2010년대 후반 정치적 올바름(Plitical Correctness, PC) 열풍이 게임 업계에 불자, 블리자드도 성소수자 요소 등 PC주의를 인기 게임 오버워치(Overwatch) 등 주요 게임에 도입했다.

 

PC 주입 논란으로 게이머들의 반발이 누적돼있던 와중, 블리자드가 중국 자본이라는 이익을 위해 평소 강조해오던 PC주의까지 무시하며 중국 정부의 검열 행태를 따르는 이중잣대를 보였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미국의 문화적 특성으로 미국 내 반발이 거세짐에도, 블리자드는 오히려 하스스톤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중국을 향한 사과문을 올렸다. 

 

NBA 사태와 동시기에 일어난 블리자드 사태에 대해 론 와이든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블리자드는 중국 공산당을 기쁘게 하기 위해 스스로 꼬리칠 줄 아는 회사”라고 하는 등, 미국 여야 정치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건으로 대립함에도 합세하며 블리자드와 NBA,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미국 문화 검열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쪽도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는 시즌 23에서 중국의 강제수용소 문제, 디즈니 등 헐리우드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자체검열,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닮았다는 이유로 검열을 받는 등 중국의 문화검열 세태를 여과없이 방영했다.

 

중국의 문화 검열을 비판하자, 중국 내에서 방영 금지된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의 장면. 사진 / 사우스파크 캡처

 

이번 사태로 미국의 소프트파워에 중국 정부·자본의 문화 검열 흔들기가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평가가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7월 중국의 박스 오피스 매출이 미국을 넘어서면서, 전 세계 영화 시장의 1위를 차지한다는 미국 헐리우드 영화산업의 명성은 금이 갔다. 이미 장기간 중국 자본의 투자가 미국 영화 제작업계에 스며들면서, 헐리우드는 중국 정부의 검열을 통과하고 중국 시장 판매를 하고자 중국의 검열 정책에 맞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NBA, 블리자드 사태는 중국의 검열 입맛에 맞게 만든 저작물만이 아닌, 스포츠·e스포츠 업계인의 정치적 발언까지 중국이 보복조치로 압박하는 형태다. 그럼에도 게임 제작사와 NBA 측은 중국 자본의 눈치를 보며 평소 가져온 정치적 신념과 반대로 대응했다. 이 때문에 미국 시민사회와 NBA 팬, 게이머들은 이 같은 기업의 행태에 위선적이라며 거센 비판을 가하고 있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으로 중국은 중국 자본이라는 막대한 금권력과 검열이라는 소프트파워로 대리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중국 시장으로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은 게임 판호, 중국판 스크린쿼터 등 중국 정부의 검열·제한 조치에 자체적으로 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도 사드 사태로 한한령(한류금지령), 트와이스 멤버 쯔위의 청천백일만지홍기 논란 등 중국 정부의 문화 검열 영향권 안에 놓여있는 상태다. 

 

중국은 홍콩 민주화 운동, 위구르·티베트 탄압 등 내부 문제와 미·중 무역전쟁, 대만 양안갈등, 한·중 갈등 등 정치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시장과 검열을 동반한 문화 전쟁이라는 대리전 규모를 이전보다 더욱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미국의 독점지위이던 ‘미국 문화’라는 소프트파워가 NBA, 블리자드 사태로 흔들렸다는 이미지를 보인만큼, 미국 여론의 반발은 차후 중국의 검열에 대한 마찰을 더욱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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