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폐지’ 반대여론 딛고 법으로 제정될까?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10/11 [16:38] | 트위터 아이콘 44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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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폐지’ 반대여론 딛고 법으로 제정될까?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10/11 [16:38]

지난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형폐지 특별법' 발의 기자회견. 사진 / 천주교인권위원회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10'사형폐지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날은 마침 세계사형폐지운동연합이 정한 17번째 '세계사형폐지의 날'이었다. 이 법안은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며 여야의원 76명이 공동 발의했다.

 

현재까지도 사형제는 남아있고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도 있지만 19971230일 이후 22년간 사형이 집행된 적은 없었다. 사형 확정 선고도 GOP 총기난사로 5명을 사망케 한 임도빈이 20162월 사형을 최종 선고 받은 이후로 없었다. 이후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기는 했지만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면서 사형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전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 투숙객을 토막 살해하고 이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 장대호, 그리고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진 이춘재 등이 등장했다. 잔혹한 살해 수법과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경악한 사람들은 이들을 사형에 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들의 인권을 지킨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형폐지 특별법'의 국회 발의는 다시 한 번 사형제도의 필요 유무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의 요지는 사형제를 폐지하고 사망 때까지 교도소에 수감하는 '종신형'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종신형을 받은 사람은 형법에 따른 가석방을 할 수 없으며 현재 사형 미집행 상태인 수감자들에게도 소급 적용해 종신형 확정판결을 받은 것으로 본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사형폐지 특별법의 국회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5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총 7번이 발의가 됐지만 모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위원회 내에서도 사형제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발의가 됐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다. 우선 20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수도 이전보다 많이 감소했다. 무엇보다 국민 여론이 여전히 '사형제 유지'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도 사형제 폐지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원 11명의 만장일치로 사형제 폐지 국제규약 가입을 정부에 최초로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 2"국민 여론과 법 감정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사형제 폐지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이 여전히 사형제 유지를 원한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실제로 올 6월 한 여론조사기관의 설문 결과 '사형 집행이 바람직하다'51.7%, '현재처럼 사형제도는 유지하되 집행은 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7.9%로 나온 반면 '사형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한다'는 의견은 7.8%에 머물며 사실상 대다수의 국민들이 사형제도의 유지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맞아 사형제도 폐지를 염원하는 조명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사진 / 뉴시스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사형제 폐지는 국제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범죄를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형제도폐지 종교 · 인권 · 시민 단체 연석회의는 1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198개국 중 사형을 폐지한 나라가 142개국에 이르고 수많은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우리나라에 사형제 폐지를 권고했다. 우리 정부도 20년 넘게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고 2009년에는 '유럽평의회 범죄인 인도협약'에 가입하면서 국내에 송환되는 범죄인은 사형이 선고되어도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맺었고 국회는 이를 비준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더 이상 사형제를 유지할 명분이 사라졌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사형처럼 강력한 복수의 방법으로 행하면 안 되며 범죄 발생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고 사회 구조적인 모순을 풀어나가며 범죄 발생을 줄여 진정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잔혹해진 범죄와 이를 반성하지 않는 피의자들의 소식은 사형제를 유지해야한다는 가장 큰 근거로 자리잡고 있다. "빨리 사형시켜라", "이래서 사형제가 유지되어야한다" 등의 내용이 인터넷 댓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내가 낸 세금을 왜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쓰는가?'라는 비판도 하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범죄자를 용서하고 풀어달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끊는 방식으로 죄를 묻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벌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집행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형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국가가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않겠다는 선언의 의미가 있다. 이미 사형이 폐지된 영국이나 프랑스도 우리처럼 반대 여론이 훨씬 많았고 사형이 폐지된 국가들도 비슷한 감정과 상황을 겪었지만 정부가 의지를 갖고 사형제 폐지를 선언한 후에는 오히려 사형제 폐지를 잘했다는 의견이 더 많아졌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국민들의 법 감정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0년 넘게 사형수를 면담하신 분들도 요즘처럼 참혹한 살인사건 소식을 들으면 '죽여야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감정의 문제를 떠난 것이고 지금의 일이 옳다고 믿기에 폐지 운동을 계속한다고 말씀하신다. 사람들이 사형제를 찬성하는 것은 치안 등의 불안도 큰 이유라고 본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마음놓고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노력하고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해야한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 사형제 폐지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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