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농민단체 ‘농민수당’ 갈등, 왜?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10/21 [16:30] | 트위터 아이콘 44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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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농민단체 ‘농민수당’ 갈등, 왜?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10/21 [16:30]

지난 14일 농민 공익수당 주민 발의 전북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주민청구조례안의 공론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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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최근 '농민수당'을 놓고 지자체와 농민들간의 갈등이 생기고 있다. 정부가 농민수당을 지자체의 소관으로 맡겼지만 의회의 반대로 농민수당이 무산되는 경우가 있고 시행을 하려는 지자체도 지급 대상, 액수 등을 놓고 농민과 지자체가 이견을 보이고 지자체가 통과를 시키는 것에 농민들이 반발하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농민수당은 농가 소득이 갈수록 줄어들고 농촌 지역의 고령화가 계속되자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재배면적이나 작물과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경작 규모와 조건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직불제'와 다른 개념이며 현재 지자체에서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9월 전라북도는 도와 14개 시군이 내년부터 '농가당 월 5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켜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역 농민단체가 '모든 농민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전북도는 이미 조례안이 통과가 됐음에도 농민단체들이 새로운 조례안을 낸 것에 대해 난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북도 조례안대로 하면 연간 613억원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주민조례안대로 하면 이보다 4배 많은 2,628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조례안 그대로 시행하자니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고 주민조례안대로 하자니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기에 도의회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라남도는 지난 6월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농민수당 지원조례를 주민발의했다. 하지만 이 논의는 도가 별도로 추진중이던 '농어민 공익수당' 지급조례안과 충돌했다. 주민발의안은 모든 농민에게 월 10만원을 균등지급하되 세대당 지급대상이 2인 이상일 경우 금액을 축소할 수 있다록 규정했지만 도 발의안은 농업경영체로 등록한 농민만을 대상으로 지급하고 공동경영주는 한 사람만 지급받도록 했다. 결국 전남도의회는 지난 9월 말 농민들의 격렬한 항의 속에서도 도 발의안을 찬성 47, 반대 3, 기권 2로 통과시켰다.

 

그런가하면 경기도 여주는 경기도 최초로 '농민수당 지원조례'를 도입하려했으나 여주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조례안은 11000여명의 지역 농민에게 매달 5만원씩 연간 6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지난 10일 열린 심의특별위원회에서 찬성 3, 반대 1로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김영자 여주시의회 부의장은 "여주시가 지금 당장 급하게 하기보다는 경기도비와 여주시비를 매칭해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농업인의 공익적 가치는 인정하지만 경기도의 지원없이 여주시민이 낸 세금으로만 농민수당을 준다면 일반시민들과 이해관계가 격하게 부딪힐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강원도는 내년부터 7만여명의 농민에게 매월 최대 10만원의 농민수당 지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농업인단체들은 여성과 청년 농업인 9만명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충남에서는 개별 농민에게 월 20만원 지급을 요구하는 주민청구 조례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등 전국 각지에서 농민수당을 놓고 이견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측은 "농민수당은 사회보장제도가 아닌,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장하고 증진해 지속가능한 농업 농촌을 만들기 위해 추진 중인 새로운 농업정책이며 미국과 유럽의 기본소득제와는 차원이 다른 정책이다. 농민이 제기하고 만들어온 정책이며 의무를 수행하면 주는 시혜 정책이 아니라 농민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어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다른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편 정부에서는 기존의 쌀직불제와 밭 관련 직불제를 통합해 재배작물과는 관계없이 직불금을 지급하고, 농가의 영농 면적에 따라 단가를 차등 지급하는 '공익형직불제'를 추진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민수당과 중복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공익형직불제는 면적에 따른 차등 지급, 농민수당은 면적 등에 상관없이 일정금액을 주는 것이기에 다르다. 다만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면적과 관계없이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공익형직불제는 기존의 특정품목의 생산을 유발하는 직접지불제를 생산과 연계하지 않고 공익적 기능을 창출하도록 개편하는 것이다. 농민수당은 공익적 기능 창출에 대한 의무가 약하고 인정권 체계도 아직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직불제는 경영으로 인한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기에 농약 사용 등 고의적인 처치 부분에 대해 객관성을 가질 수 있다. 직불제는 100% 정부 예산이며 농민수당은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나오는 것이기에 중복으로 받는 경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농민수당이 중앙정부 사업이 아니고 지자체의 조례를 통해 하는 것인데 지금의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중앙 정부가 이래라저래라하는 것도 지방자치의 의미와 맞지 않다고 본다. 지자체에서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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