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혐오표현 가이드라인, 기준점 될까

“소수자 집단 혐오표현, 5.18 민주화운동 망언 등 역사왜곡·부정도 해당”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10/29 [16:39] | 트위터 아이콘 44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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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혐오표현 가이드라인, 기준점 될까

“소수자 집단 혐오표현, 5.18 민주화운동 망언 등 역사왜곡·부정도 해당”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10/29 [16:39]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는 28일 국내 대학 교수진 및 시민단체와 합동 연구해 ‘혐오표현(Hate speech)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장애인, 성소수자 등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 문제는 5.18 망언같은 역사부정, 성희롱 등 다방면으로까지 확대 적용된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국가기관 중 처음으로 혐오표현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은 5.18 망언, 성희롱 등 다방면으로까지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지난 28일 고려대·연세대·건국대·숙명여대 교수진 및 시민단체와 합동으로 작성한 ‘혐오표현(Hate speech) 리포트’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등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 문제에 주목하고 혐오표현의 개념 및 유형, 대응 방안 등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한국에서의 혐오표현 문제는 성별, 국적, 출신, 지지 정파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래된 것으로는 소위 ‘빨갱이’라는 반공 군사정권의 종북 낙인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인기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이 악성 댓글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까지 다양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유엔의 인종차별 철폐 국제협약 및 혐오표현 대응 행동전략, 유럽인종차별위원회 권고 등을 토대로 혐오표현을 “어떤 속성을 지닌 특정 집단에 대해 부정적 편견,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모욕·멸시·위협하거나 차별·폭력을 선전·선동 및 정당화하는 것”이라 규정했다.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 살해)의 개념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혐오표현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도 혐오표현에 해당하나 사실을 명시했어도 부정적 관념이나 편견이 개입됐을 경우, 또는 맥락이 제거됐을 경우에도 혐오표현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맥락을 제거한 채 어떠한 사실만 강조하는 것은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는 해당 집단에 낙인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국내에서의 주요 혐오표현으로 난민, 여성, 이주민 등 소수자 집단뿐만 아니라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발언 등 역사 왜곡도 해당한다고 분류했다. 보고서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에 대한 왜곡발언은 독일 등 유럽의 경우 ‘역사부정죄’로 범죄라 본다”며 “실제 반인륜 범죄의 대상이 된 소수자 집단은 혐오, 차별, 폭력 누적으로 잡단학살까지 나아갔다”며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사례를 들었다.

  

보고서는 역사부정 표현이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 선동이자 혐오표현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는 기준점을 설정했다. 이로 인해 2010년대 온라인 상에서 악명을 떨친 극우 커뮤니티에서 생산돼온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세월호 참사 유족에 대한 혐오표현도 이 같은 가이드라인에 함께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성희롱, 괴롭힘(Harassment)도 혐오표현과 일부 개념이 겹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근로기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학생인권조례 등을 토대로 직위를 이용해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괴롭힘, 차별적 언사나 행동 등 인권 침해도 혐오 표현의 한 유형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진 /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3월 성인 1200명, 5월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인식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혐오표현을 접한 사람은 10명 중 6명(64.2%), 특정 지역 출신을 이유로 한 혐오표현 경험(74.6%)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경우 주요 혐오표현을 접한 장소는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 온라인(82.9%)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페이스북 등 SNS가 80%로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으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혐오표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식은 피해자가 개인 또는 특정집단의 소속원이라는 피해자 특정문제에 부딪친다. 보고서는 “세계 주요 국가들은 혐오표현에 대한 별도의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혐오표현 규제법 같은 단일법 제정 또는 형법 조문에 혐오표현 처벌 조항 추가도 있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성소수자 혐오 유포 행사에서 국회의원회관 또는 인권위 건물이 대관되자, 유엔 자유권익위원회가 2015년 정부에 해당 행사의 건물 대관 금지를 권고한 점도 언급했다. 혐오표현에 공공자원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 또는 가산점이나 불이익을 주는 방식도 고려하는 간접적인 제재방식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010년대 온라인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혐오표현은 일간베스트 등 극우 커뮤니티, 극단적 페미니즘 등 극단주의자들로 대표돼 광장까지 나왔다. 특히 정치인들의 혐오표현 및 지지 표현은 실효적인 제재수단이 없어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실효성이 없어 권고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고,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혐오표현에 대한 기준점이 전무하던 상황에서 인권위가 마련한 이번 가이드라인은 향후 법적 판단과 정책 수립 등 다방면에서 참고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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