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실검 폐지’ 검토, 검색어가 곧 여론?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10/31 [16:31] | 트위터 아이콘 444,082
본문듣기

포털의 ‘실검 폐지’ 검토, 검색어가 곧 여론?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10/31 [16:31]

일러스트 / 시사주간     


[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실시간 검색어'(실검)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준 낮은 어뷰징 기사와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연관 검색어 서비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검색어 순위 조작 등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나오지만 실검이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폐지는 지나친 반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검 서비스는 현 시간대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슈와 인물, 정보 등을 알려주고 그 뉴스를 볼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으며 재난 등을 신속히 알리는 역할도 해왔다. 하지만 상업적인 마케팅을 위한 '검색어 순위 조작'으로 인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의 등장으로 실시간 정보가 차단된다는 누리꾼들의 불만이 제기됐고 검색어를 바탕으로 한 '어뷰징 기사'의 범람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게다가 '연관 검색어'의 경우 특정인의 좋지 않은 별명이나 발언 등을 바탕으로 한 부정적인 언어들이 함께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누리꾼들이 특정인에게 악플을 다는 상황까지 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특히 여성 연예인의 경우 '인격에 손상이 갈 만한 단어'까지 연관 검색어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 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조국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 '가짜뉴스아웃' 등의 구호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는 일이 벌어지면서 실검 서비스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실검을 통한 여론 조작이 가능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로 인해 지난 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는 실검 서비스의 존폐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포털 실검 서비스가 여론 호도장으로 변질됐다"면서 실검 서비스 폐지를 거론했고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매크로(조회수 조작 프로그램)를 통한 조작은 현행법상 불법이기에 처벌이 가능하지만 여러 명이 실시간 검색어의 순위를 올리는 것은 하나의 의사 표현이기에 규제 및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카카오, 네이버 대표는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것은 개인 의사에 따른 것이며 기계적 대입에 의한 비정상적 이용 패턴은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히면서 실검 개선 차원에서 선거 기간 중에는 실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실검의 여론 왜곡 우려, 실검을 이용한 마케팅의 문제, 선거기관 실검 일시 중단 여부 등을 두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실검의 여론 왜곡 우려에 대해서는 "A라는 주장이 실검 1위고 B라는 주장이 10위라면 사용자들은 1위가 다수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고 이는 곧 여론 호도와 왜곡으로 이어진다"(박종성 경향신문 논설위원), "실검은 여론도 아니고 여론 조작도 아니며 여론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해야한다. 실검이 국민 의견을 바꿀 만큼의 영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과도한 문제 인식이다"(윤성옥 경기대학교 미디어 영상학과 교수)라는 의견이 나왔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실검 조작'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 실검 문제가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 제재가 어렵다면 마케팅에 이용되는 실검도 제재가 어렵다. 자정이 어렵다면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한다"(노원명 매일경제 논설위원)는 의견과 "상업적인 실검도 저렴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 규제가 나오기 전에 계속 논의를 해야한다"(이상우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는 의견이 맞섰다.

 

또 선거기간 실검 서비스 일시 중단에 대해서는 "선거에 끼칠 악영향을 생각하면 시행되는 것이 맞다"는 의견과 "법적 규제만으로 공정성을 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지난 25일 카카오톡에서 '실검 순위'를 없앴고 연내에 인물 키워드 관련 검색어 제공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다음 포털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도 재난 등 중요한 사건을 빠르게 공유하고 다른 이용자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려는 본래 목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개편할 것"이라면서 "폐지를 포함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라면서 실검 서비스 폐지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실검이 여론을 조작했다는 사례가 명확하게 나온 것이 없으며 검색어가 곧 여론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실검이 폐지될 경우 실시간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빈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는 "지난 토론회에서 나온 발제 내용"이라면서 "실검을 폐지한다고 해도 '지금 가장 뜨고 있는 것이 뭐지?'라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계속 있을 것이고 이들이 유튜브나 트위터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포털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해외사이트들도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있기에 이곳으로 사람들이 넘어가면서 해외사업자만 돕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게 발제를 한 분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토론의 참석자들이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온 것이여론이라고 외부에 비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는 공감했지만 검색어가 곧 여론이라는 생각에는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는 말도 전했다.

 

오픈넷 관계자는 "명확하게 옳고 그름을 말하기가 어렵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의제 설정을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이 나오니까 실검 폐지를 충분히 생각할 만 하다. 결국 이용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실검을 없애고 중립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을 이용자들이 선택한다면 그렇게 가겠지만 여론의 향방을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알 권리'를 제한한 것이라고 반발할 수 있다. 사업자의 자유라고 하지만 이용자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