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투표용지 ‘장애인 참정권 보장’ VS ‘이미지 선거’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11/04 [16:29] | 트위터 아이콘 444,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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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투표용지 ‘장애인 참정권 보장’ VS ‘이미지 선거’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11/04 [16:29]

지난달 1일 열린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만들기 국민서명운동 선포식'. 사진 / 피플퍼스트서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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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발달장애인, 노인층 등 글자를 읽기 어려운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그림투표용지'가 만들어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를 비롯한 6개 장애인인권단체는 지난달 1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만들기 국민서명운동 선포식'을 열었고 이후 25일에는 대학로에서 그림투표용지를 만들기 위한 서명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이번에 진행한 국민서명운동은 그동안 공직선거법안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문제와 관련해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시급하게 도입되어야할 것으로 요구되고 있는 '그림투표용지'의 도입을 국민적으로 알려내고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림투표용지는 투표용지 안에 후보자의 사진이나 정당의 로고를 넣어 글자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맹률이 높은 터키, 이집트 등의 국가에서는 후보자들의 사진과 정당의 로고를 투표용지에 인쇄하고 있으며 영국,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에서도 정당의 로고를 투표용지 안에 함께 표시하고 있다.

 

또한 대만의 경우는 한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유권자를 위해 후보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투표용지 안에 사진과 이름을 함께 표기하고 있고, 정당 비례대표 투표에도 정당 로고를 투표용지에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투표용지는 후보자의 사진, 정당의 로고가 없고 후보자의 이름과 정당를 정자체로 표기한 글자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이전의 여러 선거 홍보 과정을 통해 후보자의 얼굴이나 정당 표시를 확인해도 정작 투표소에서는 글자만으로 알아볼 수 없어 후보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대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센터장은 지난달 1일 기자회견에서 "(공직선거법을)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다보니 발달장애인과, 글 이외에 시각적인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투표용지는 만들지 않도록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장애인, 비장애인, 글보다 사진정보가 더 편한 사람들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고려한 투표가 되어야한다. 발달장애인과 모든 유형의 소수자 유권자들도 존중하면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진정한 평등한 선거가 되어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국회 질의를 통해 그림투표용지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외국의 연구 사례를 들면서 "후보자의 사진이 있느냐 없느냐, 용지에 있는 후보자의 외모가 어떤가에 따라 후보자의 당락이 갈리는 부작용이 있다. 외국의 경우 인종을 나눠 투표하는 경향도 나왔다. 결국 '이미지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 그림투표용지 도입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장애인 단체들과 협의를 하고 있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외모만 보고 후보를 결정하는 등의 부작용과 예산 문제, 공직선거법 개정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한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전부터 장애인단체 등에서 투표용지에 사진을 넣자는 제안이 나왔고 후보자를 구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필요성이 인식됐지만 이는 선관위가 결정할 수 없다. 법으로 정해져야하는 사안이고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바꿀 수 있는 문제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사진으로 인해 특정 후보가 유리해지거나 불리해질 가능성도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도 충분히 나올 수 있고 사진을 인쇄하듯이 쉽게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 예산이 더 들어가야한다.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이루어져야하고 이를 바탕으로 법이나 정책으로 결정이 되어야한다. 당장 내년 총선에 도입하기는 어렵지만 의견을 듣고 있기에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고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플퍼스트서울센터 관계자는 "후보자가 포스터를 찍을 때 이미지를 좋게 하려고 철저하게 계산을 해서 찍고 이 이미지를 선거운동 내내 활용하며 선거 수단으로 쓰고 있는데 왜 유독 투표용지 사진만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면서 "그림투표용지는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글자를 읽지 못하시는 어르신들, 이민을 와서 아직 한국어를 잘 모르는 분들의 정보 접근을 위해서라도 보편적인 투표 용지로 만들어져야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에게 선거 편의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부분적인 지원만 있었다. 장애인 당사자가 선거 과정을 이해하고 어느 후보가 자신에게 좋은 정책을 세우려하는지 살펴보고 투표 장소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전반적인 선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하는데 현실은 기표소에서 도장 잘 찍는 방법만 가르쳐 준 게 전부다. 그림투표용지의 도입은 장애인들의 근본적인 정보접근 편의를 위한 것이며 내년 총선 후 국회에서 반드시 논의되고 실행되어야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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