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VS 정부 法理戰 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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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VS 정부 法理戰 맞짱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4.04.2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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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 '제출 한 달 되면 효력' 민법 들어 해석
대학 전임교수 고용은 특별법인 국가공무원법 적용
징계 등 '의원 면직' 제한 따져보는 절차도 진행돼야
정부 "총장이나 이사장 수리 없이는 효력 발생 안해"
법조계 "무턱대고 수리 못해? 소송 가면 질 수 있어"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민정 기자] 의과대학 교수들이 집단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으로 오는 25일을 거론하면서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임용권자가 수리하기 전엔 효력이 없다면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교수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직서를 낸 뒤 한 달이 도래하면 자연 면직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효력이 발생하진 않더라도 수리를 마냥 거부할 수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23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대학별 비대위 등을 통해 사직 서류를 냈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민법 660조 등을 근거로 교수들이 사직 서류를 내고 한 달이 지나는 오는 25일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해 왔다. 민법 660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및 '상대방은 그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근로계약이 정해지지 않은 대학 교수가 사직 의사를 표시하면 대학 총장이나 사립학교 이사장, 병원장의 의사와 관계 없이 1개월 이후 효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전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지난달 25일 사직 서류를 냈어도) 수리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립대 전임교수는 민법에 앞서 특별법인 '국가공무원법'을 적용 받게 된다. 사립대 교수의 사직은 통상 민법 대신 '사립학교법'을 적용한다고 보고 이 역시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공무원법에서 의원면직(사직)은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임용권자의 사표 수리가 없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말해 교수의 임용권자인 국립대 총장과 사립대 학교법인 이사장의 승인이 없이는 사직 효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25일 접수된 사직 서류라도 형식적 요건을 갖춰야 하고 사전 점검 절차를 갖춰야 수리가 가능하다.

한 예가 징계 사유 확인이다. 사립학교법은 임용권자(이사장)가 소속 교원이 의원면직을 신청한 경우 비위로 기소됐거나 수사 및 조사, 감사를 받고 있는지 감사원과 검찰·경찰 등에 확인해야만 한다고 정해져 있다.

박 2차관은 "형식적 요건과 사직서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전에 점검해야 되는 절차들이 있다"며 "그런 것들이 진행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오는 25일 당장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정부와 다소 다른 해석이 나온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자문 변호사인 김광산 법률사무소 교원 대표변호사는 "사립학교법에서 의원면직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둔 것은 임용권자가 사직원을 마음대로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직원을 임용권자가 거부했으면 그 거부 행위에 대해 위법하니 잘못됐다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국가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법에 '의원면직을 언제까지 처리하라'는 기간을 정해두고 있지는 않지만 심사 절차가 마련돼 있고 중징계 대상자 등 특정 사유에 대해서만 거부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대학 교수가 사직원을 제출했음에도 임용권을 갖고 있는 대학 본부가 이를 무기한 미루거나 일방 거부하게 될 경우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은 비위 행위를 저지르고 도피하는 성격이 아닌 만큼 교수의 의원면직을 제한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교수들에게도 '소송 가면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고 전했다.
교수들이 낸 사직 서류에 따라서도 판단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는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한다'는 형태의 '사직서'가 아닌 '사직을 허가해 달라'는 '사직원'을 받는다. 징계 등 의원면직 제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지 대학본부에서 검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에 고용된 '고용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전임교원(교수·부교수·조교수)이 아니라 병원에 고용된 계약직 비전임교원(임상·연구·외래·기금교원)은 다르다. 

김 변호사는 "비전임 교수의 임용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이나 교육공무원법 어디에도 적용을 받지 않고 근로기준법과 민법의 영역"이라며 "이 경우 사직원이 아닌 사직서를 내는 게 더 용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적어도 전임교수에 대해서는 정부 설명처럼 의대 교수 단체들이 말하는 것처럼 오는 25일 당장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단 사직서가 아무 위력이 없는 것은 아니며 정부 및 대학, 그리고 교수단체 간에 법적 다툼의 여지는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는다면 이미 '번아웃' 상태에 놓여 있는 만큼 진료 축소나 출근 거부 등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의비 관계자는 "정부에서 사직 서류를 수리할 수 없다고 한다 하더라도 '나는 사직했으니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교수도 있을 것"이라며 "(교수들이) 전임의와 전공의 일까지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장기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진료 시간을 지금의 3분의 1 내지는 2분의 1 정도로 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헀다. SW

lm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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