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김영란법 1년, 클래식계 '내년부터 진짜 보릿고개다'
기사입력: 2017/09/18 [11:53] 최종편집: 트위터 노출: 0
트위터 페이스북 공감 카카오톡
▲  


 [시사주간=황영화기자]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는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기업의 후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클래식음악계의 시름이 특히 깊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보릿고개"라는 한결같은 목소리가 클래식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제적인 오케스트라의 월드투어는 일찌감치 예고된다. 국내 클래식 기획사 역시 공연예정일 보다 1~2년가량에 앞서 접촉해야 한다.

지난 1년이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자장 아래 있던 기간이다. 내년부터는 굵직한 오케스트라의 내한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는 대형 오케스트라가 줄지어 내한했다. 10월과 11월만 해도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10월12일 롯데콘서트홀),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11월19∼20일)과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11월15∼16일)가 한국을 찾는다. 올해가 클래식계의 '마지막 성찬'이 될 것 같다고 공연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곳은 빈체로·크레디아·마스트 미디어 등 대형 클래식 공연기획사다. 대형이라고는 하지만, 시장 자체가 작은 한국 클래식업계 특성상 기업의 후원 없이 대형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유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클래식업계에 따르면,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의 한 차례 내한공연에 대한 국내 제작비는 어림잡아 5~10억원 안팎.

예술의전당 기준(약 2500석) 모든 좌석을 20만원해 책정해 매진시킨다고 해도 매출은 5억원에 불과하니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약 100명으로 구성된 특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개런티는 약 5억원 선이다. 이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드는 유명 지휘자에게는 많게는 약 5000만원을 준다(올해 4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당시 회당 지휘료 1억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시카고 심포니 리카르도 무티는 국내 클래식계 투자를 목적으로 초청한 것으로 예외). 
 
개런티와 지휘료 외에 항공료, 악기 운송료, 숙박비 등의 비용까지 포함하면 10억원이라는 예산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베를린필과 LFO의 일부 최고 티켓값이 40만원이 넘지만 일부에서 비싼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이유다.

기획사마다 다르지만 통상 전체 티켓의 30%가량을 후원금에 대한 보답으로 후원사에 초대권을 제공해왔다. 후원사는 이 티켓을 마케팅, 고객 초대, 관계자 초대 등의 용도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 부분이 김영란법 접촉의 여지가 있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기존보다 협찬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가장 힘들다"면서 "이런 태도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어 올해보다 내년이 우리에게는 더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다보니 예년처럼 공격적인 기획을 하기가 힘들다"면서 "공연 자체를 축소한다는 인상자체가 가뜩이나 침체된 공연업계에 타격을 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어 "내한공연 횟수를 줄이거나 국내에 크게 알려지지는 않아도 수준이 높은,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악단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후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은 중소기획사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편이다. 다만 한 중견기획사 대표는 "평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 분들을 초청을 해도 그 분들이 불편해하신다"고 했다. 일부기획사는 김영란법 선물 상한액(5만원)에 티켓값을 조정한 '김영란티켓'을 내놓기도 했다.

◇김영란법, 문화예술 지원에 위축

최근 김영란법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의 위축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도 확인됐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국메세나협회(회장 박삼구)가 지난 7월 회원사 686개(응답한 곳은 414개사로 응답률은 60.3%)를 상대로 조사한 '2016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다.

김영란법이 작년 하반기 메세나 활동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문항에 응답 기업의 23.8%가 문화예술 지원 관련 지출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고 답했다. 올해 지출금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답변이 17.7%를 차지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롯데콘서트홀(롯데문화재단) 같은 기업의 문화재단은 그나마 낫다. 따로 후원을 받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대형공연 유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년 열리는 클래식 공연 브랜드 '한화클래식 2017' 무대 역시 한화그룹이 적극 지원해서 가능하다. 올해는 오는 23일~24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작곡가 장 필립 라모의 바로크 오페라 '다프니스와 에글레', '오시리스의 탄생'을 선보이는데 티켓값을 최고가인 5만원으로 비교적 낮게 책정했다.

한화그룹은 "클래식 음악문화의 종합예술인 오페라를 소개하면 규모카 커져 티켓 가격 역시 자연스럽게 올라가야겠지만 청중이 바로크 오페라를 경험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의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서울시향, 코리안심포니 등 서울시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오케스트라도 그나마 김영란법 영향이 덜한 편이다. 후원금보다는 서울시와 정부의 예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현실에 맞게 융통성 발휘해야…기업 심리적 위축 줄여야

그럼에도 대형기획사를 포함해 클래식업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위축된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1년을 앞두고 여전히 법 해석이 모호해 기업이나 기획사 모두 공격적으로 나서기보다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정호 음악평론가는 "김영란법과 관련 클래식계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후원이 주춤하다는 것"이라면서 "법이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무엇보다 "기업의 후원 없이 클래식 공연의 시장을 지탱할 수 없는 구조상 기업들이 앞장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번 베를린 필의 내한공연을 주최하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지원금을 받아 부족한 부분을 충당했다.

일부에서 공짜표 남발과 부정 청탁 등을 막는 긍정적인 부분은 애써 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업 내 문화 회식, 공연 제작사 등과 관련이 없는 선에서 개별로 진행하는 저렴한 문화 접대가 늘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심재철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해 김영란법 시행 직전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인 접대비 및 문화접대비 신고현황'에 따르면 당시 기준으로 지난 5년간 기업 접대비는 45조4300억원인데 반해 법인이 사용한 문화접대비는 약 277억원에 불과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약 0.06%에 불과한 수준이다.

클래식업계 관계자는 "문화 회식은 빈도에 한계가 있고, 저렴한 공연의 문화 접대 역시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무리한 낙관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의 기본 취지는 살려나가면서 문화예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예술협력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나가야 한다"면서 "법 해석과 적용하는데 있어 융통성을 발휘, 기업의 심리적 위축감을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SW

  

시사주간 시사주간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 시사주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많이 본 뉴스

이호종

주다운

김태곤

정상문

최정윤

박준

광고
광고
광고
배너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