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정, 70분간 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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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수정, 70분간 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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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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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위의 우리 춤
▲ [시사주간=문화팀]

한국무용의 발전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일까.

쉽게 접학 길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우리의 것임에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대중과 한국무용의 접촉점을 넓히고 있는 안무가 차수정 교수(42·숙명여대 무용)는 "최근 들어 전통 춤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한국 춤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국 춤을 배울 기회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15일 오후 8시, 16일 오후 4·8시, 17일 오후 6시 서울 대치동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펼쳐지는 '2013 차수정의 한지 위의 우리 춤'은 이런 갈증을 해소할 공연이다.

한국무용은 고루하다는 인상을 깬다. 융복합이 화두인 시대의 경향에 맞춰, 다양한 장르를 섞어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무용수들이 춤을 출 때 그들의 뒤에 병풍처럼 세원진 천(한지)에는 화가의 그림이 그려진다. 난, 국화, 매화 등 춤의 특징에 맞게끔 화폭이 펼쳐진다. 연주 타악그룹 '진명'이 음악을 보탠다.

다섯가지 프로그램으로 70분간 진행된다. 나라의 번영과 풍년을 위해 왕비가 직접 땅을 다스리고 다지며 기원하는 태평무가 주축인 '난의 그윽한 향기'로 출발, 둥근 달과 같은 소고를 사용하는 '흥과 멋'으로 이어진다.

춤추는 이의 심적 고저와 내면의 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살풀이 춤에 차 교수가 아버지의 별세 과정에서 느낀 개인적인 심정을 더한 '나비 살풀이'로 계속된다.

나비가 가야금의 선율을 따라 나와 아름답게 노니는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한지 부채를 사용하는 '내마음에 이는 바람'을 거쳐, 농악놀이 중 설장구의 개인놀이를 안무한 '소리의 풍류'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최근 엠넷 '댄싱9' 등 미디어를 통해 발레와 현대무용 같은 장르는 부상하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왈츠와 민속춤, 아메리칸 댄스, 팝 리듬에는 아주 익숙해요. 그런데 정작 우리 문화의 리듬감은 접할 기회가 없죠. 초등학교 때부터 자연스레 익혀야 하는데 교육 과정에는 무용 과목이 없어요. 서양 교육에 치중된 점이 아쉽죠."

그래도 한국무용이 발전할 수 있다는 긍정의 신호는 있다. "관객들이 한번 경험하면,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압니다. 그런 것에 자부심을 느끼죠.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춤 페스티벌에서 우리 춤은 다른 나라의 춤에 비해 풍성하고 즉흥적이라 관객들의 감정선을 크게 움직이죠. 결국 춤이라는 것은 에너지를 쌓는 작업이고 그것을 관객에게 느끼게 만드는 과정이거든요. 한국무용은 좋은 기운을 만들 수 있어요."

한국무용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압축한다. 춤 하나에 국악, 전통복식, 조상의 정서 등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이유다. "정해진 동작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먼저 배우"는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인격 수양도 된다. 동작이 작은 것은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절제의 미 때문이다.

이미 완성된 춤을 전승해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다.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있는 춤이에요. 정신의 원형을 잃지 않으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부분이 더 어렵죠. 그런 창작 과정 때문에 얼마든지 생동감 있고 입체적일 수 있어요. 춤과 음악, 그림이 어우러지는 이번 무대를 통해 그런 점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차 교수가 이끄는 숙명여대의 순헌무용단이 함께 한다. 2005년 창단한 이 무용단은 조선시대 고종황실의 순헌 황귀비의 뜻을 재해석하고 있다. 한국 여인의 인내와 절제, 기다림, 치유 등의 흔적을 춤에 담아가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이기도 한 차 교수는 국제 민속페스티벌 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2008), 제31회 서울무용제 대상부분 우수상(2010) 등으로 주목 받았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웨이브 라이징 시리즈-인 투 더 코리아'를 공연했다. 올해 프랑스에서 열린 제24회 페스티벌 데 폴크로레 두 몽데에도 참가했다.

이번 공연은 비교적 소규모인 200석 극장이 안방극장 같은 분위기로 친밀감을 더한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전문기업 송사리 등이 후원한다. 3만원(10명이상 단체할인 30%, 학생할인 30%).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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