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짜리 '벤츠 구급차' 5년만에 고철전락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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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짜리 '벤츠 구급차' 5년만에 고철전락 내막
  • 김기현 기자
  • 승인 2016.05.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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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구급차에는 원격 영상시스템 등 최첨단 장비가 구비돼 대당 가격이 2억원에 달했다. 사진 / 전북소방본부

[시사주간=김기현 기자] 소방당국이 2억원을 들여 구입한 '벤츠 구급차'가 불과 5년 만에 고철 신세로 전락했다.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한 차량이 제대로 쓰이지도 못하고 구매가격의 400분의 1에 불과한 헐값에 폐차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은 지난 2008년부터 응급환자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구급차 140대를 도입했다. 

벤츠 구급차에는 환자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원격 영상시스템 등 최첨단 장비가 구비돼 대당 가격이 2억원에 달했다. 이는 국산 구급차(대당 6000만~7000만원)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전북에도 각 소방서별로 10대의 차량이 배정돼 지난 2010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도입 목적과는 달리, 원격 영상시스템은 국내 통신환경에 맞지 않아 활용률이 저조했고 국산 구급차보다 차체가 75㎝나 긴 탓에 좁은 소방도로 진입이 어려웠다.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한 벤츠 구급차는 5년의 운행기간이 끝나 지난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폐차됐다. 불특정 다수의 환자가 탑승하는 구급차의 특성 상 민간매각마저 불가능해 모두 폐차장으로 직행했다.

현재 전북에 배정된 10대의 구급차량 중 9대는 이미 폐차됐고 익산에서 운행 중인 나머지 1대의 구급차도 조만간 폐차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전북소방본부는 차량의 상태에 따라 대당 50만~300만원을 폐차비용으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5년 만에 2억짜리 벤츠구급차가 터무니없는 헐값에 고철로 팔린 셈이다.

이처럼 소방당국의 황당한 '탁상행정'으로 소중한 세금이 낭비되면서 소방행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민간매각이 가능했다면 당연히 팔았겠지만 구급차 특성 상 감염우려가 있어 9대 모두 폐차시켰다"며 "익산소방서에서 운행하는 벤츠 구급차도 운행기간이 끝나 올해 안에 폐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W

kk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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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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