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복대박] 자갈치 난장(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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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 자갈치 난장(26)
  • 시사주간
  • 승인 2016.08.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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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구니 열이 덜 식은 듯 얼굴이 홍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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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는 그러나 아직도 사타구니 열이 덜 식은 듯 얼굴이 홍시처럼 상기돼 있다. 호텔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오는 척하려고 뒷문으로 나와 다시 앞문으로 차를 몰고 들어왔지만 여전히 끈적한 정액냄새가 몸에 배어 있다.

홍여사는 다리를 꼬고 앉아 그곳에 끄응∼ 힘을 주었다. 찰기가 조금 없어지는 듯하다. 공팔도는 아는지 모르는지 민망한 듯 ‘험험!’거리며 괜히 턱주가리를 쓰다듬는다. 홍여사가 두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수다를 떤다.

“긴 말씀 안드리도 아시겠지만 조합장님이 많이 도와주시야 합니더.”홍여사가 아주 세련된 사교클럽의 지배인처럼 멋을 부리며 말꼬리를 올렸다.

공팔도가 고개를 숙이며 냉수잔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켠다.

그 꼴을 보던 전두한이 비위가 상했는지 인상을 팍 긋는데 이마에 주름이 도랑처럼 굵게 파인다.

“조합장! 우리 사이가 어데 하루이틀사이요? 조합장이 안 도와주마 누가 도와주겠는교? 내 다 생각있으이끼네 손잡고 한번 해보입시다.”

그러면서 전두한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낸다. 거기엔 구포댁 하동댁 청도상사 부산수산 미꾸리집 등의 이름이 나열돼 있다.

전두한은 그걸 공팔도 얼굴에 갖다대었다. 공팔도는 차근차근 살펴봤다. 전두한이 약간 거만하게 말을 뱉었다.“고 다섯가구만 책임져 주소. 다 좋은 게 존 거 아입니꺼?”

공팔도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홍여사가 말을 가로챘다.“아따 조합장님 잘마 해보이소, 내가 가마있나?”공팔도는 까탈스럽고 느릿느릿하게 말을 늘어 놓는다.

“나도 갈치, 준치, 멸치, 꽁치, 눈치 전부다 있심니다마는 그게∼.”홍여사가 한손으로는 아예 공팔도의 팔을 잡고 다른 한손은 그의 허벅지에 올려 놓으며 바싹 다가붙어 속삭이듯 말한다.    

잘마대마 한자리 준다 안캄니꺼? 그라고 혹시 알아예 지도 한번 줄지?”.  [난장 27에서 계속]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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