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계부채, 데드라인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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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계부채, 데드라인을 넘고 있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16.08.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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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급증세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경고음이 연일 커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앞으로 주택가격의 완만한 상승 전망 등에 비춰보면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이 급속하게 상승하지는 않을 겁니다."(7월 한국은행 금통위 의사록에 기록된 관련 부서 관계자 발언)

"하반기 이후에는 정부·감독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 그간의 자체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입니다."(7월21일 금융협의회 이후 시중 은행장들의 발언)

가계부채 급증세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경고음이 높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질주하다간 연내 1300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연일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콘트롤해야 할 관련 당사자들은 '느긋한' 모습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은 날로 증폭되고 있지만, 관련 부처와 기관들은 책임 소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느라 지금까지 시간을 허비했다. '가계부채관리협의체(가계부채TF)'는 구성해 놓고도 지난 6개월간 가동을 멈춘 것이 대표적이다. 

한은과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 '핑퐁게임'에 몰두하는가 하면, 관련 대책 마련을 놓고서도 이견 노출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각각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거시적 통화정책을 다루는 한국은행과 규제기관인 금융위는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통화당국은 금리가 상승할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금융위로서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의 잣대를 무작정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국토부 역시 거의 10년 만에 살아난 주택·건설 경기가 행여나 꺼질까 걱정스러울 것이다. 가계부채 요인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다 보니 또렷한 대책을 내놓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건 가계부채가 생각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또 매우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것도 가계부채였다. 미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2000~2007년 사이 무려 두 배가 늘어 14조 달러에 이르렀고, 가계소득대비 부채 비율도 1.4에서 2.1로 뛰어올랐다.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까지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불리는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탓이다. 

우리 경제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1분기 가계부채 총액은 1223조6706억원으로, 2008년 말 723조원에서 1.7배 가량 늘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말(140.7%)에 비해 4.9%포인트 오른 145.6%를 기록했다.

특히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꼽히는 집단대출(아파트 중도금· 잔금 등)은 올 1분기 115조를 넘어섰고, 2분기에는 121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이미 숫자들이 보여준 셈이다. 더 이상 '골드타임'을 놓쳐선 안된다고 지표들이 여러 차례 경고한 것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 안팎에서는 '2018년 위기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큰 폭으로 늘어난 가계대출로 인해 2018년 이후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분양된 아파트들이 대부분 완공되는 2018년에 공급과잉이 현실화 돼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특히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급증한 집단대출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주장이다.

물론 이 위기론은 말 그대로 가설일 뿐이고, 맞아떨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경제 회복 없이 빚으로 밀어올린 주택시장은 언제든 다시 꺼질 수 있고, 영원한 저금리도 기약할 수 없다. 더욱이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다시 올리고 내년들어 이를 더욱 가속화한다면 국내금리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국내 가계들은 한계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정책 당국자들이 언제까지나 "괜찮다", "관리가능한 수준이다"라는 낙관론을 펴서는 안되는 이유다. 

오는 25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은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 당국은 올 2월부터 여신심사 강화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집단대출이 대책에서 빠져 있었고, 은행 대출 문턱을 조인 결과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난 탓이다. 이번에는 제2 금융권 대출도 억제하고 분양권 전매제한 등 강력한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론에 떠밀려 급조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이번에는 나오길 기대해 본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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