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복대박]자갈치 난장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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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자갈치 난장 (35)
  • 시사주간
  • 승인 2016.12.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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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드러내 듯 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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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상은 전두한을 잡아먹을 듯 뚫어지게 바라다보았다. 그의 머리 속에는 수많은 물음과 답들이 소소리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어차피 대세는 전두한의 손에 넘어가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면 갈마보는 것보다는 그의 뜻을 따르는 게 편안한 법이다. 버텨 봐야 필시 그리될 운명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주사위를 던지는 게 나을 것이다.

해가 지면 다시 새로운 태양이 솟구치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닌가? 이런 생각에 잠긴 채 묵묵부답으로 있는 강창상의 모습이 답답한 듯 전두한은 소주를 한 잔 들이키더니 날깃날깃한 테이블 위에 탁! 소리나게 놓곤 뼈를 드러내 듯 발라 표현했다.

“선배님, 많은 사람들이 저를 찾아와서 당분간 제가 맡아줘야겠다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박회장과 절친한 몇몇 분들까지 권하고 있어요. 박회장 오른팔이었던 박장규 선배 아시지요? 그 선배가 절 찾아와 만약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회장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당장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강창상은 ‘이 자식이 협박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순간적으로 불쾌했으나 매우 결곡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었으니 일시적인 혼란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겠소? 그러니 인내하면서 시간을 가지고 안정시켜 나간다면 잘 수습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전두한의 얼굴이 멍게처럼 벌게지며 구듭짓듯 말했다.“김용삼과 김대종, 저것들이 분수 없이 설치고 있는데 저 사람들 가지고 되겠습니까? 김용삼이는 아직 어려서 능력이 부족하고….”그러면서 혼자 목소리로 “자식, 얼굴만 뺀질뺀질해가지고 말이야”하며 웅얼거리더니 곧 말을 이었다.“김대종이는 노조만 믿고 까부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요. 안 그렇습니까?”“그래도 좀 시간을 두고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봐야지요.

나는 누가 되든 상관없지만 어쨌든 이번만큼은전국지부장들이 투표를 해서 직접, 자유롭게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는 불안하고도 희망적인 미래의 꿈이 동시에 들끓고 있음을 압니다. 사실 전두한 지부장이 있었기에 적당히 제어가 되고 무리수를 일으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두한은 강창상의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화를 버럭 내며 일어섰다. 강창상은 머리 끝이 주뼛 서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맞는 매보다 겨누는 매가 더 몹쓸 짓이라더니 도리머리를 흔들며 굳은 표정으로 나가는 전두한을 보며 강창상은 이것으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그가 전두한과 노태오 부하들에게칼침을 맞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며 김대종 역시 납치되었다. 김대종은 해운대에 있는 어느 지하에 갇혀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전두한의 오른팔이던 이학방을 만났다. 이학방은 며칠 동안 그 지하에 김대종을 가두어 놓고 잠을 재우지 않는가 하면 불빛을 얼굴에 비추는 등 위협을 가했다. 닷새가 지나간 날 이학방이 구어박듯 말했다.“쓸데없는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소. 살고 싶잖아요?”

 “나는 죽다 살아난 게 한두 번 아니오.”“아이고 무서워라. 무서워서 간이 다 떨어지네. 주제에 똥배짱은…. 그래도 아직은 죽고 싶은 생각은 없을 텐데, 그리 되면 꿈이고 뭐고 죽은 애 불알잡기 아니오? 잘 생각해 보고 우리한테 협조하시오. 그래야 살아나가지… 안그래?”김대종은 이 고빗사이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애써 허리를 곧추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가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소?” “아프게 물지 말고 살살 물어 보시오.” “당신은 나한테 꿈을 버리라고 했소. 그 말은 다시 말해서 회장될 사람이 따로 있다는 얘기 같은데, 대체 누구요?” “아니 그러면 아직도 누군지 모르고 있다는 말이오?” “모르니 묻는 거 아니겠소.” “이거 야단났구만. 당달봉사 아니오? 정말 몰라…요? 하여간 천천히 알게 될 테니 각서에 사인이나 하시오.”

“이선생 당신이 시방 나를 찾아온 거는 나가 어떤 결심을 했느냐, 다시 말해서 회장의 꿈을 버려라, 그리고 당신들한테 협력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거부할 것이냐 이것을 알고 싶어서 온 거 아닌가요?” “귀에 말좆 박았소? 왜 그리 못알아 들어요? 거절할 것이면 아예 입에 자크 잠그고 있으시오. 거절하면 바로 갈 텐데…?”이학방은 입술을 약간 감아 올리면서 웃었다. 그러나 김대종의 얼굴엔 비장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난장36에서 계속]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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