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복대박]자갈치 난장(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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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자갈치 난장(62)
  • 시사주간
  • 승인 2017.08.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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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모르고 입에 꾸역꾸역 처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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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마지막이다’ 하면서 출항한 것인데 그것이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요즘 구포댁과 노구솥에 엿들러 붙듯 들러 붙고 말았으니 조만간 무슨 결정을 내려도 내려야 할 판이었다.

얼마 전에도 남항에 정박한 한 범선에서 선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는데 하마트면 조사대상에 오를 뻔했다. 다행히 자살이라는 게 밝혀져 그냥 넘어가기는 했지만 여차하면 불문곡직 튀려고 했었다.

 남항엔 채낚이,선망,연승,상어유자망,트롤,쌍끌이-외끌이어선 등이 드나드는데 근래 들어 항구에 붙박이처럼 장기 정박하는 배들이 부쩍 늘었다.

바다로 나가봤자 기름값도 안나온다며 아예 거미줄을 처놓고 낮잠을 자는 것이다.먼지잼비가 슬금 내리는가 했더니 며칠째 묵은 먼지를 죽이고만 갔다.

수리조선업체가 밀집된 남항일대 수리선 도크에 접안된 배들이 비에 낯짝이 잠깐 환해지는 듯했다. 수리선을 뭍으로 끌어올리는 레일은 이미 벌건 녹이 차올라 있었다. 금방 햇빛이 내리쬐었다.

복대박은 남항 부근 아우성여인숙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인집 주방에서 선원 둘이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복대박이 인사를 했으나 받는 둥 마는 둥 볼이 아구처럼 튀어나오는 지도 모르고 입에 꾸역꾸역 처넣고 있었다.

“어데 나갔다 오튻는교?” 복대박이 물었다.“포항요.”눈이 왕방울만한 사내가 라면 몇가락을 감아 올리면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좀 건퐼는교?” 그는 먹던 라면그릇을 팽개치듯 다라이에 던지며 씨부렸다.“기름값도 못건퐼심더.”“근데 그저께 밤에 누가 걸턛다 카던데 누군교?”“고데구리 염씨니더”“아 그래예. 우째됐는데예?’.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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