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고 떠나는 '제주도 중산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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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타고 떠나는 '제주도 중산간 여행'
  • 김기현 기자
  • 승인 2017.09.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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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차 박물관 오설록'. 사진 / 제주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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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기현 기자제주도는 지난달 26일 버스 체계를 급행, 간선, 지선, 관광지 순환 등으로 개편했다.
 
덕분에 한라산 중산간 마을의 대중교통 접근성과 편리성이 좋아지면서 새로운 관광명소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가 9월 테마를 '제주의 속살, 중산간을 탐닉하다'로 정하고, '제주 관광 추천 10선'을 발표한 것도 그런 이유다.

제주관광공사는 "긴 여름 무더위에 지치고 힘들었던 몸과 마음에 편안한 휴식을 주고, 천천히 여행하며 남은 하반기 계획을 정리할 수 있도록 제주 중산간 지역을 9월 추천 관광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제주관광공사 9월 추천 10선은 제주관광정보 사이트(www.visitjeju.net)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남은 9월에 가보지 못 한다면 오는 10월 황금연휴에는 꼭 가보자.

◇예술을 더한 저지리 마을(제주시 한경면)

'예술인 마을'이라는 독특한 품새를 갖게 된 '저지리'.
 
벽화와 예술 작품, 작가의 생활 등이 공존하면서 곳곳에 예술이 입혀진 이 마을은 산책마저 예술이 될 것 같은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해발 120m 지대에 위치한 이곳은 지역 문화 예술 발전과 문화 관광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예술인에게 마을을 개방했다. 저지 문화 예술인 마을이 조성된 사연이다.
 
천천히 걸으며 마을에 산재한 제주 현대미술관, 야외 전시장, 갤러리 등의 예술 작품들을 둘러보자. 새로 지어진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물들도 많아 한적하게 걸으며 눈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다. 갤러리나 공방은 비정기적으로 문을 여닫으니 참고할 것.
 
'아름다운 숲' 전국 대상을 받은 저지오름에 오르면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다.
  
◇아름다웠기에 아쉬움 없는 그길, 가시리 마을(서귀포시 표선면)
           
목적지에 이르는 길이 아름답다면 끝내 그곳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보람은 있을 것이다.
 
가시리가 바로 그런 곳이다. 길게 펼쳐진 유채꽃과 벚꽃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 실감 날 정도로 아름답다. 어쩌면 과거 조선 시대 최고의 목마장이었던 녹산장과 갑마장을 가로지르는 길이었을 때부터 그랬으리라.
 
이 아름다운 길을 품은 가시리 마을은 제주의 목축문화를 이끌어온 곳이기도 하다. 마을 주변 오름과 목장길을 연결해 만든 20㎞ 갑마장 길을 걷는 사이사이 푸른 목초지에서 노니는 조랑말과 돌담, 그 뒤에 서 있는 풍력발전기가 이뤄내는 동화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 느긋한 평온함이 찾아온다.

넓은 목장 부지에 조성된 '조랑말 체험공원'에서는 조랑말 박물관, 따라비 승마장 등 말과 관련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에는 순댓국, 두루치기 등 맛깔스러운 먹거리도 풍부해 허기를 맛있게 달랠 수 있다.

◇숲에 물들어 자연을 닮아가는 환상 숲 곶자왈(제주시 한경면)

서로 긴밀히 맞닿은 바위와 나무를 시기라도 하듯 넝쿨이 그 위에서 얽히고설켜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에도 구원의 빛을 본 것처럼 감탄하게 되는 짙은 숲속이다.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아바타'에 나오는 정글처럼 원시림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환상 숲 곶자왈'은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자연 생태공원이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시마다 숲 해설사와 함께 한 시간가량 걸어보자. 곶자왈 현상과 그 안에서 활동하는 많은 생명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제주의 자연을 한층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깊고 긴 숲 끝까지 가보니···동백동산 & 먼물깍 람사르 습지 (제주시 조천읍)

동백동산은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될 정도로 특별한 곶자왈이다. 중산간 지역 원형을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문오름 일대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암반층 '빌레'가 널리 분포하고, 물웅덩이나 소 같은 형태의 습지가 조성됐다.
 
동백나무군락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식물과 희귀식물이 자생해 학술 가치도 높다.

선흘 동백동산 습지센터에서 출발해 5㎞나 되는 긴 숲길을 걷다 보면 습지보호 지역인 '먼물깍 습지'를 만난다. 대한민국 아니 제주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습지를 품은 곶자왈이 신비롭다.
 
매일 오전 10시, 오후 2시 진행하는 자연환경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예약 필수.◇투박하고 야생적인 창밖 풍경, 서부 지역 관광지 순환 버스

제주 서부 중산간이 손에 잡힐 듯 성큼 다가왔다. 과거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이 지역을 이제는 버스를 타고 여행할 수 있게 된 덕이다.
 
투박하고 야생적인 서부의 속살을 탐험하고 싶다면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환승센터에서 '서부 지역 관광지 순환 버스'를 타면 된다. 요금은 1회 1200원.
 
버스를 잘 이용하면 마을 구석구석과 주요 관광지들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1968년 분재를 재배하는 농장으로 출발해 현재 '국가지정 민간정원 1호'인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생각하는 정원'은 가장 제주다운 모습을 가진, 아름다운 정원으로 손꼽힌다.
 
중산간 자연환경을 잘 담아낸 건축물로도 유명한 서귀포시 안덕면  '차 박물관 오설록'과 산책로, 그 옆 서광차밭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뤄낸 모습으로 제주를 담는다.
 
매년 2월 '매화 축제'가 열리는 서귀포시 대정읍 '노리매 공원'을 9월이라고 해서 지나치는 것은 바보짓이다. 인공호수 주변에 가득한 가자니아와 꽃잔디, 야생화는 그때 되면 못 보기 때문이다.

◇아늑한 엄마 품으로, 동부 지역 관광지 순환 버스
          
다소 와일드한 서부 중산간과 달리 동부 중산간은 부드럽고 아늑하다. 그 안에 들어서면 마치 엄마 품에 안기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다.

이 지역 역시 '동부 지역 관광지 순환 버스'가 생긴 덕에 편히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서귀포시 대천동 대천환승센터에서 출발하는 이 버스 요금은 역시 1회 1200원이다. 교통관광 도우미가 탑승해 관광지 설명, 여행 정보 등 다양한 관광 정보를 제공한다.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은 수령 500~800년에 달하는 비자나무 2800여 그루 등이 군락을 이룬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수종 숲이다. ㄹ

구좌읍 '메이즈랜드'는 현무암, 랠란디 나무 등으로 조성한 총연장 5㎞ 미로를 보유한 세계 최대 미로 테마파크다. 자녀들과 추억을 만들기에 좋다.

철로 위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제주의 중산간을 탐험할 수도 있다. 구좌읍 '제주 레일 바이크'다.  용눈이오름을 배경으로 약 4㎞에 걸쳐 운행된다.

◇연못을 품은 신비로운 서쪽 언덕, 금오름(제주시 한림읍)
 
'금오름'은 정상에 화구호가 있는 제주에서 몇 개 안 되는 오름 중 하나다. 해발 427.5m, 빠른 걸음으로 편도 30분가량 올라가면 정상에 설 수 있다.

오목하게 패인 화구에 비가 오고 나면 물이 고여 '왕매'라는 이름의 호수가 생긴다. 노루에게는 목마름을 달래주는 생명수요, 달님에게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비춰보며 흐뭇해하는 거울이다. 때를 잘 맞춰야 다소곳이 물을 안은 왕매를 볼 수 있다.

정상에 서면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호수와 평화로운 초록색 밭, 오름 너머 금빛 찬란한 협재해변과 비양도가 그림처럼 머리를 내민 푸른 바다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왕매와 금오름은 가수 이효리의 '서울'과 그룹 '트와이스'의 ‘시그널' 뮤직비디오 배경이 되기도 했다.
  
◇사색하고 싶을 때, 거슨세미오름 & 송당목장(제주시 구좌읍)   

오름으로 둘러싸인 마을 송당리에 있는 오름이다. 오름에 있는 샘이 바다를 향해 흐르지 않고 한라산 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서 '거슨세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해발 약 380m 오름에 오르는 동안 마주하는 주변 오름들, 정상에서 만나는 제주 동쪽 중산간 등의 풍경은 소박하고 아름답다.

그 맞은편 '귀빈사'로 불리는 이승만 대통령 별장이 있는 송당목장을 걷다 보면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찬 큰 정원에 들어선 것처럼 마음이 평온해진다. 특히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별장 앞 오래된 팽나무와 근처 삼나무 숲은 신비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목장은 개인 사유지로 일반인을 배려해 일부 개방한다. 매년 5~10월 매주 화·목요일 오후 2~4시에 한해 출입을 허락한다. 상업 목적 촬영이나 웨딩 촬영은 절대 불가능하다.   

◇한라산 너머 남쪽에 호빗과 요정이? 머체왓 숲길 & 서중천(서귀포시 남원읍)

용암이 흘러간 거대한 역사의 흔적 옆으로 펼쳐진 미지의 숲. 낯선 식물들과 색다른 흙내음이 만나는 이곳에 서면 마치 할리우드 판타지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 등의 모티브가 된 북유럽 전설이 이곳에서 시작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돌로 이뤄진 밭'이라는 뜻의 '머체왓'이지만,밭이라기보다 거대한 협곡에 가까울 정도로 웅장하고 장엄하다.

머체왓 숲길은 '머체왓 숲길'과 '머체왓 소롱콧길'로 나뉜다. 두 코스 모두 서중천을 따라 걷는 숲길을 지나간다. 중간에 피톤치드 가득한 편백 숲과 삼나무 숲이 있어 머리가 맑아지고 피로가 풀리는 산림욕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서중천은 거리가 약 6.7㎞나 되는, 제주도에서 세 번째로 긴 하천이다. 현무암과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건천이다. 따라 걸으면 2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자연 그대로 난 길이 많아 걸을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맛으로, 정으로 먹는 별미, 말고기·산채 비빔밥

말고기는 지방 함량이 적다. 비만이거나 다이어트하는 사람에게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다. 육질이 연하고, 글리코겐 함량이 높아 달콤한 맛을 낸다.

'말고기는 질기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너무 바싹 구운 탓이다. 감염내과 전문의가 돼지고기도 더는 바싹 구워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하니 제주산 말고기는 더 살짝 굽자. 중산간 초원에서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마시며 자란 말을 산지에서 도축해 내놓는 것이어서 정말 신선하기 때문이다.

'육회' '육사시미' '무침' 등 날로 먹거나 '샤부샤부'처럼 살짝 데쳐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 '코스 요리'도 권할 만하다.

중산간을 여행한다면 '산채 비빔밥'도 먹어보자. 따끈한 밥 한 그릇에 고사리, 구좌 당근 등 청정 제주산 채소와 나물을 듬뿍 넣어 먹는다. 재료가 신선하니 더욱 맛있을 뿐만 아니라 영양가도 높다.  산속 마을 구수한 인심은 덤이다. SW

kk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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