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칼럼] 정상문교수의 산업디자인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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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칼럼] 정상문교수의 산업디자인을 말하다
  • 시사주간 편집국
  • 승인 2017.10.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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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서의 동일·유사성(표절)의 판단방법’과 디자인의 분쟁 이야기(30)
정상문 교수

[정상문=부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이 상품의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됨에 따라 디자인권에 있어서 경쟁업체와의 동일·유사성 여부에 대한 분쟁이 빈번해지고 있다. 디자인권에서 동일·유사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디자인은 타인의 모방이 용이하고, 물품과의 분리가 어려움으로 인해 그 권리범위가 작고 좁아서 동일성 범위만으로는 디자인권에 대한 효율적인 보호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자인권의 보호범위를 유사범위까지 인정함으로써 디자인의 보호를 보다 완전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함이다.

디자인에 있어서 동일·유사성의 여부는 물품의 용도와 기능 등에 비추어 거래통념상 동일, 유사한 물품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는데, 우리나라 특허청의 디자인심사기준에서 제시하는 물품의 유사여부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은, ‘동일물품’이란 ‘용도와 기능이 동일한 것’을 말하며, ‘유사물품’이란 ‘용도가 동일하고 기능이 다른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필기구에 있어서의 볼펜과 만년필의 관계를 유사물품이라 하며, 판례상에서 비유사물품의 경우에도 용도상으로 혼용할 수 있는 것은 유사물품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용도가 다르고 기능이 동일한 물품의 용도를 바꿔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수저통과 연필통의 관계를 말하는데, ‘용도’란 물품의 사용목적을 말하며 ‘기능’이란 용도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 작용 등을 말한다.

이미지 / 정상문 교수

그렇지만 형틀과 그 형틀로 만들어지는 물품은 유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데, 빵틀과 그 빵틀로 만든 빵은 유사물품이 아니므로 디자인권의 유사성 판단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물품의 유사여부에 따른 디자인의 유사여부는 특허청의 ‘디자인 심사기준’으로 판단된 물품의 유사여부에 따르며, 비유사물품의 경우에 있어서도 용도상으로 혼용될 수 있는 것은 유사한 물품으로 볼 수 있다.

▲     © 시사주간

이에 대한 판례로는 원고인 내쇼날푸라스틱 주식회사와 피고인 주식회사 석진과의 음식 찌꺼기 발효통 디자인의 유사여부에 대한 특허법원의 원심판결(특허법원 2000. 10. 20. 선고 2000허1825 판결)에 대해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특허법원에 환송하여 디자인권의 등록을 무효화 한 판결인데, 음식 찌꺼기 발효통과 인용디자인인 쓰레기통은 용도와 기능이 서로 차이가 나고 다른 측면이 있으나, 이들 양 물품의 뚜껑과 몸체의 크기 및 결합이 유사하고, 용도상 서로 혼용될 수 있는 점이 있다는 이유로 서로 유사한 물품에 해당한다.

디자인의 유사여부에 대해 대법원에서는 디자인의 구성하는 각 구성요소들을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관을 전체적으로 대비 관찰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서로 다른 심미감을 느끼게 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므로 그 지배적인 특징이 유사하다면 세부적인 점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을 지라도 유사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0후3388 판결) 또한 자동차와 자동차 바퀴와 같은 완성품과 부품은 용도가 서로 다른 비유사한 물품으로 보지만, 안경과 안경테와 같이 부품의 구성이 완제품에 가까운 경우에는 이들 두 물품은 유사한 물품으로 본다.

디자인의 본질은 그 디자인이 표현된 물품의 수요자 및 거래자의 마음에 어떠한 미감을 느끼느냐에 달려있으므로, 디자인의 유사여부는 이를 구성하는 각 요소를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외관을 전체적으로 대비 관찰하여 보는 사람에게 서로 다른 심미감을 느끼게 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을 한다.

이는 전체적으로 보아 선행디자인(과거) 및 현재의 디자인들과 다른 미적인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비록 부분적으로 디자인의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공지된 디자인의 상업적, 기능적 변형에 불과하여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이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5후2915, 2001. 6. 29. 선고 2000후3388 판결)

특허청의 디자인 심사기준에 따르면 ‘관찰’은 눈으로 비교하여 관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디자인에 관한 물품의 거래에서 물품의 형상 등을 확대하여 관찰하는 것이 통상적인 경우에는 확대경이나 현미경 등을 사용하여 관찰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상식적인 범위에서의 물품의 크기 차이는 물품의 유사여부 판단의 요소로 고려하지 않으며, 물품의 재질은 그 자체가 모양이나 색채로서 표현되는 경우에만 유사여부의 판단요소로 참작한다. 하지만 기능이나 구조, 정밀도, 내구력, 제조방법 등은 그 자체가 물품의 외관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유사여부의 판단요소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이미지 / 정상문 교수

기업경영에 있어서 디자인의 비중이 커질수록 이를 모방하려는 시도는 더욱 교묘해지고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디자인의 표절을 통하여 쉽게 남의 창작물에 대한 판매 등의 기회에 무임승차하면서 창작자에게 가야할 수익을 가로채려는 시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지식재산권에 대한 가치와 기능은 감소할 것이며, 창작자로 하여금 창작의욕과 필요성을 떨어뜨리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경쟁상품들끼리 비슷하다고 해서 무조건 표절이라고 보는 것 또한 디자인보호법상의 취지인 산업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며, 기득권을 보호하는 데 지식재산이 악용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표절에 대한 적절하면서도 안정적인 판단기준을 만들고 이를 공정하게 적용하는 것이 디자인의 창작을 장려하고 산업발전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판례 등을 통하여 확립된 법적인 표절기준 또는 동일·유사성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하여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디자인의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를 디자인의 창작자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일반수요자의 입장에서 판단해 하는가? 인데, 디자인보호법의 목적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창작에 대한 장려 및 보호와 산업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측면뿐만 아니라 타인의 부정경쟁을 방지하는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부정경쟁 측면에서는 일반수요자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여기서 일반수요자라 함은 현실에서의 수요자가 아닌 객관적으로 상정하는 평균적·이성적인 수요자를 의미한다.

디자인의 표절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경쟁하는 양쪽의 디자인을 관찰해야 하는데, 이때의 관찰방법으로는 ① 시각적으로·육안으로 관찰하여야 한다. 이 말은 청각이나 촉각 등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며, 현미경이나 돋보기 등을 사용해서도 안 되며. 오로지 눈을 통하여 시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② 두 디자인을 동시에 벽에 나란히 걸어두고, 뒤로 물러서서 비교하여 보고 잠시 후 다시 위치를 바꾸어 혼동을 일으키는 것인가를 비교하여야 한다. 따라서 두 디자인을 분리하여 따로따로 관찰해서는 안 되고, 물품의 외관을 직접 서로 대비하여 디자인의 세밀한 부분까지 관찰해서는 안 된다. ③ 물품의 ‘외관’을 중점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④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동일한지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며, 부분적으로 분석·관찰하여 유사부분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다른 미감을 주게 되면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반대로 부분적으로 유사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으로 유사하면 두 디자인이 유사하다고 보아야 한다. ⑤ 전체적으로 판단하더라도 잘 보이는 특징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 중에서 잘 보이는 특징적인 부분에 큰 비중을 두어 동일유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둘째, 디자인의 동일 여부의 판단방법인데, 여기서 디자인이 동일하다는 의미는, 두 디자인을 비교할 때 디자인을 구성하고 있는 물품의 형태(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의 결합한 것)가 시각을 통하여 동일한 미감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0. 5. 8. 선고 89후2014 판결). 따라서 동일하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일반소비자의 입장에서 시각적으로 동일한 미감을 주면 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실제의 소송사례에서는 경쟁하는 두 디자인이 동일한 예는 거의 없고, 유사성 여부가 사건의 핵심이 되는 사례가 매우 많으므로, 경쟁관계에 있는 두 디자인이 동일하려면, ·① 물품이 동일하여야 한다. 물품의 동일성 여부는 물품의 용도·기능 등에 비추어 판단한다. ② 형태(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의 결합한 것)가 동일하여야 한다. 대법원의 판례(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0후730 판결)에서 극히 미세한 차이만 있더라도 전체적 심미감이 동일한 경우에는 디자인이 동일하다고 보고 있다.

셋째, 유사여부의 판단방법으로써, 여기서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의미는, 두 디자인을 비교할 때 그 디자인을 구성하는 물품의 형태(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의 결합한 것)이 공통적인 동질성을 가지고 있어서 외관상 서로 유사한 미감을 주는 경우인데, 구체적으로 ① 물품이 동일하거나 유사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손목시계와 탁상시계 및 벽시계 등은 유사물품에 해당한다. ② 형태가 유사하여야 한다. 따라서 ①과 ②를 서로 결합하면, 동일한 물품·유사한 형태의 조합과 유사한 물품·동일한 형태의 조합 및 유사한 물품·유사한 형태의 조합이 유사한 디자인에 해당한다.

디자인의 유사성에 관하여 대법원과 특허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정립된 기준을 정리하면, ① 동일한 물품에 대한 디자인이 많이 창작된 경우 ② 디자인의 요소가 물품의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경우 ③ 주의를 끌기 쉬운 특징적 부분의 변형 가능성이 적은 경우 ④ 디자인의 물품이 기구적으로 한정되어 있어 변화의 여지가 적은 경우에는 유사의 범위를 좁게 보아야 한다고 한다.

이미지 / 정상문 교수

지난 3월24일 중국 북경지식재산법원은 (사건번호 : (2016) 京73行初1337号) 사건에 대해서는 전리복심위원회의 ‘바이리(佰利)’ 디자인권이 유효하다는 제27878호 결정을 유지하면서, 같은날 (2016) 京73行初2648号 사건에 대해서는 애플의 iPhone 6 와 iPhone 6 핸드폰이 ‘바이리(佰利)’ 디자인권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피소 결정의 철회와 함께 디자인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하였으며, 미국의 애플사가 중국의 현지 업체 바일리(佰利)와의 중국 디자인 분쟁에서 승소하였다.

북경지식재산법원의 판결에 있어서, ‘바이리(佰利)’ 디자인권과 애플의 iPhone 6 와 iPhone 6 핸드폰의 유사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는데, 북경지식재산법원은 디자인 특징이 기능적 요소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기능적 작용을 구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의 디자인인지, 아니면 미적요소를 고려한 여러 가지 다양한 디자인 설계가 가능하였다고 보면서, 다섯 가지의 비유사 특징에 대한 하급심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바이리(佰利)’가 불복하여 항소를 선언하였고, 아직 상급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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