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돌아온 고려불감...팔부중 등장 희소가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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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돌아온 고려불감...팔부중 등장 희소가치 높아
  • 황영화 기자
  • 승인 2018.01.0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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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
시사주간=황영화 기자] 광복 이후 일본으로 유출됐던 고려시대 불감이 국내로 돌아왔다.

9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국립중앙박물관 후원 단체인 사단법인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Young Friends of the Museum)로부터 고려불감을 기증 받았다고 밝혔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이 지난해 모금을 통해 일본에 있던 '고려 불감'을 구입하고 고려 건국 1100주년이 되는 올해 기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YFM은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젊은 경영인들을 주축으로 이뤄진 후원 친목모임"이라며 "국립중앙박물관회의 문화재 기증은 이번이 벌써 10번째다. 지금까지 고려 나전경함, 간다라불상, 비슈누상, 미투라상 등을 기증했다"고 전했다.

이번 기증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 사진만으로 전해져 오다가 국립중앙박물관회 노력으로 국내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불감은 일제강점기 대구의 병원장으로 고미술 수장가였던 이치다 지로(市田次郞)가 소장한 후 광복 이후 그의 가족이 일본으로 가져갔고 약 30년 전에 고미술상이 구입해 가지고 있었다.

남수정 YFM 위원장은 "이번에 좋은 기증을 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유물 기증과 문화재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전했다.

이번에 기증된 '고려 불감'은 휴대용 불감으로 사찰 이외의 장소에서 예불을 돕는 기능을 하며 탑을 세울 때 안에 봉안되기도 했다.

소형 금속제 불감은 고려 말 조선 초에 집중적으로 제작됐으며, 현재 15여 점이 전한다.

소형 불감은 상자 형태에 지붕 모양 뚜껑이 있는 전각형과 지붕이 없는 상자형으로 구분되며 후자가 사례가 적다. 이 '고려 불감'은 희소한 상자형 불감이며, 고려 14세기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어 가치가 높다.

양희정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는 "'고려 불감'은 형태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어서 고려시대부터 등장하는 금속제 불감의 전개 양상을 살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고려 불감'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불감 내부의 석가여래 설법 장면을 타출 기법으로 제작한 부조 장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강역사상이 새겨진 문을 열면, 중앙에 석가여래가 있고, 좌우의 협시보살, 10대 제자와 팔부중(八部衆·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신)이 있는 여래설법도가 새겨진 얇은 금속판이 덧대어 있다"며 "고려시대 불감 중 유일하게 팔부중이 등장하는 여래설법도로서, 조선 후기에 유행한 영산회상도의 시원으로 볼 수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감과 함께 전래된 관음보살상은 이 시기에 제작된 원·명대 불상 영향을 받은 소형 금동상과 양식적으로 상통하는 요소가 많다. 불감 내부의 고정 장치와 보살상의 크기를 보았을 때, 원래는 2구의 상(像)이 불감 안에 안치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신성수 국립중앙박물관회장은 "문화재 환수 운동이 여러 경로를 통해 이뤄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유물이 해외 유물에 대해 상당히 가격이 떨어져 있다. 국외 문화재 환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국내 유물의 가치도 높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12월 4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대고려전'을 열고, 불감과 관음보살상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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